[웹이코노미=유원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이 오는 11일 검찰에 소환된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6년간 제15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3차장검사 한동훈)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11일 검찰에 나와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고 4일 밝혔다. 양 전 원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피의자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재직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 진보적인 판사들에 대한 사찰 의혹, 부당한 법관 인사조치 등 ‘사법부 블랙리스트’, 법원행정처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사법농단’ 관련 사건의 총책임자로 보고 있다.또한 ‘통진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고의 지연’, ‘매립지 소송’ 등을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재판 거래’의 미끼로 쓴 혐의도 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1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본인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법원에서 재직하면서 대법원의 재판이나 하급심의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하물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서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당초 검찰 안팎에서는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대법관 추가 조사와 영장 재청구 여부에 대한 판단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을 1월 중순쯤 소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검찰이 예상보다 빠르게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에 나선 것은 사법농단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 대부분을 직접 수행·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0월17일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계속된 수사로 드러난 임 전 차장의 혐의를 이달 내로 추가기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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