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유원진 기자] 대기업 오너 일가 3명 중 1명은 최소 3개 이상의 계열사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등기이사는 이사회를 구성원으로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등기이사 겸직으로 부실경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60개 대기업집단에서 계열사 등기이사로 등재된 오너 일가가 지난 11일 기준 총 201명이었다고 밝혔다. 그 중 3개 이상의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를 맡은 오너 일가는 전체의 32.8%인 6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SM그룹 우오현 회장의 등기이사 겸직에 눈에 띈다. 삼라건설의 전신인 SM그룹은 우방그룹 등을 잇따라 인수합병(M&A)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이다. 우 회장은 전체 67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2개의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우 회장의 인척인 최승석 SM그룹 경영관리본부장과 경남기업 박흥준 대표도 각각 24개와 12개의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우연아 대한해운 부사장, 우명아 신화디앤디 사내이사(각 7개)까지 SM그룹 오너 일가 5명이 등기이사 겸직 수 상위 10명에 포함됐다.
이중근 부영 회장(17개)과 신동빈 롯데 회장(9개), 이태성 세아홀딩스대표·허서홍 GS에너지 전무(각 8개), 김홍국 하림 회장(7곳) 등도 ‘톱10’에 이름을 올렸다.GS그룹은 허서홍 전무가 지난해 4개에서 올해 8개, 허철홍 GS칼텍스 상무가 1개에서 5개로 각각 겸직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4세 경영’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겸직이 많을 수록 부실경영 우려도 크다는 점이다. CEO스코어는 "기업의 이사회 개최 건수가 연간 15차례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10개 사의 등기이사에 등재될 경우 한해 이사회만 150회가량 참석해야 한다"면서 "부실 경영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