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유원진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10곳 중 3곳이 이자를 낼 돈도 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 비중은 지난해 32.1%를 기록했다. 해당 비중은 전년 대비 2.4% 오르며 2010년(26.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비율을 뜻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서 재정건전성을 판단할 때 중요하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다는 것은 1년간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은 기업은 대기업(23.6%)보다 중소기업(34.0%)에 더 집중됐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57.7%), 조선(54.9%), 부동산(42.7%), 자동차(37.8%) 등을 중심으로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해지면서 올해 들어 수출업종 중심으로 매출액 증가세 둔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 글로벌 및 국내 성장세 둔화 등으로 최근 기업 경영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대외 충격에 집값 급락이 겹칠 경우 금융회사들이 받을 충격도 분석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세계·국내총생산이 각각 2.0%와 3.3% 줄고, 집값이 15.6%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결과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4%에서 12.5%로 내려간다. 다만 이는 BIS 비율 규제 기준치(10.5~11.5%)를 웃도는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기업 신용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대손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면서 손실 흡수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특히 수출업종 기업의 경우 불확실성이 커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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