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유원진 기자]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 1분기 국내 가계의 여윳돈이 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어났다. 반면 정부의 ‘곳간’은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은 2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8조2000억원)에 비해 8조5000억원 늘어난 액수다. 1분기를 기준으로 볼 때 2016년 1분기(28조8000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순자금운용은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수치로 가계와 일반정부, 비금융법인 등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1분기 가계의 여윳돈이 3년 만에 크게 늘어난 것은 가계 형편이 나아졌다기보다는 부동산과 대출 규제 등으로 집을 사지 못하면서 여유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신규 주택투자 감소 등으로 금융기관 차입금이 큰 폭 축소하며 순자금운용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자금조달 규모는 8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3조1000억원)에 비해 급감했다.
올해 1분기 일반 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분기(-6조9000억원) 이후 최소 규모로 1년 전(9조원)에 비해서는 8조4000억원 줄었다. 정부의 여유자금이 대폭 줄어든 건 세입은 소폭 줄어든 반면 세출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세입이 전년동기보다 크게 줄진 않았다"며 "경제 상황이 전년에 비해 안 좋아 정부가 상반기 중 정책적 측면에서 투자를 확대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1분기 기업의 순자금조달은 증가했다. 비금융법인 기업의 순자금조달은 15조8000억원으로 전년(13조1000억원)대비 확대됐다. 기업의 자금조달이 확대된 건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1분기에는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자금조달도 줄었지만 수익 감소로 인한 자금운용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 기업 투자를 보면 전년에 비해 다소 부진했던 측면이 있지만 순자금조달이 확대된 주 요인은 반도체 가격 하락,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수익성이 다소 둔화된 데 따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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