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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찾아 떠나는 힐링 여행 ‘가창 커피 박물관’

[웹이코노미=손시현 기자] ‘악마의 유혹’이라는 광고카피에 한 번쯤 공감했다면 ‘커피의 유혹’ 역시 그만큼이나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소수의 사치로 여겨온 원두커피의 문화가 이제는 한 집 건너 카페가 생겼을 만큼 한국사회에서 흔한 음료 문화가 되었다. 점심시간 이후 즐기는 직장인들의 테이크아웃 커피는 흔한 풍경이 되었고 문화센터마다 개설되는 커피 아카데미에는 좀 더 커피를 즐기고자 하는 수강생들로 늘어나고 있다. 이제 원두커피의 신선함과 깊은 맛을 즐기기 위해 직접 원두를 그라인딩하고 드립 해 마시는 커피 애호가들의 모습은 소수의 사치가 아닌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들의 일상이다. 커피는 현대인들의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알람처럼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커피 주문을 할 때마다 고민에 빠트리는 생산지에 따른 원두의 종류와 맛의 차이부터 커피의 유래 등 커피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창 커피 박물관에서 커피를 만나다 달성군 가창면 스파밸리 바로 옆에 있는 더츠커피 테마파크는 총 4층 건물로 이뤄져 있다. 층마다 콘셉트에 맞게 로스터리 카페, 북 카페, 커피 박물관, 커피 체험장 등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 중 커피 박물관은 3층에 위치해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장소임이 틀림없다. 박물관에 들어서니 커피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잘 꾸며진 U자 형태의 전시실을 만날 수 있었다. 공부하는 분위기처럼 원두만 전시해둔 것이 아니라, 클레이로 만든 디오라마로 꾸며져 동·서양의 커피 역사와 흐름은 물론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까지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클레이 모형이 얼마나 디테일한지 관람객들은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또 다른 즐거움을 즐기는 듯 보였다. 커피 열매의 수확과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 화려하고 세련될 것 같은 커피문화이지만 일반 작물의 농사와 다름없이 커피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고 커피의 붉은 열매를 수확해서 생산하기까지 전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각 원산지별 커피의 종류와 특징, 시대별 나라별 원두 그라인더,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모습, 커피를 즐기는 모습, 연구하는 모습 등 커피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치 벼농사를 짓듯 커피 노동자들의 모습이 고단할 것 같지만 클레이로 만들어지니 옛날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한 번쯤 들어봤을 사향 고양이의 커피 발효 열매 루왁 커피부터 코끼리 배설물인 블랙아이보리까지 동·서양의 커피 역사와 흐름은 물론 세계 3대 커피라 일컫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예멘 모카, 하와이 코나에 대한 이야기, 로스팅 단계별 차이, 다양한 커피 기기와 커피를 사랑했던 위인들도 만날 수 있다. 커피의 유래 신문물의 상징이었던 커피, 세계 60억 인구의 절반 이상이 즐겨 마시는 커피의 역사는 기원전 6세기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리카 에디오피아에서 염소를 기르던 목동 칼디에게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었다. 어느 날 흥분해서 날뛰는 염소의 울음소리를 듣고 목동 칼디는 그 염소가 따 먹은 붉은 나무열매를 씹어 먹었는데 몸에서 열이 나고 기운이 솟았다. 소년 칼디는 그날 그 열매를 마을 수도사에게 전했고 열매를 달여 먹은 수도사는 기운이 나고 졸음이 없어져 밤새 기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게 원두커피의 유래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모닝커피 한잔에 하루 기운을 북돋우고 시험공부 전 잠을 깨우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습관처럼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국의 커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19세기 1890년쯤 유길준에 의해 커피와 홍차가 중국을 통해 조선에 소개되었고 흥미롭게도 고종황제가 처음 커피를 마시며 마니아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영화 ‘가비’를 통해 소개된 고종황제의 커피사랑이 허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1895년 을미사변 당시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한 고종황제는 손탁 여사에게 커피를 대접받고 그 맛에 푹 빠졌고 손탁 여사는 1897년 고종에게 하사받은 덕수궁 건너편 정동 2층 양옥집을 호텔로 운영하면서 1층에 한국 최초의 커피숍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의 커피는 개화와 근대의 상징이 아니었을까? “커피는 내게 온기를 주고, 특이한 힘과 기쁨과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일으킨다”며 병사들에게 커피를 마시게 한 나폴레옹. 커피를 사회의 악으로 여기던 시절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백포도주보다 더 부드럽다”는 ‘커피 칸타타’를 작곡한 바흐. 매일 아침 60알의 원두를 갈아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고나서야 음악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베토벤 등 커피 애호가들의 커피 사랑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커피 변천사 대중 속으로 파고든 커피는 어떻게 변천해 왔을까. 1970년대, 쌍화차에 대적하며 유럽 신문물을 즐기듯 젊은이들은 커피에 달걀 노른자를 동동 띄운 모닝커피를 주문했고, 1980년대에는 말이 필요 없는 추억의 비엔나커피가 유행했다. 비엔나커피는 응답하라 1988시리즈 서울 종로 반줄레스토랑 신에서 등장하며 최근 일부 카페에 비엔나커피 메뉴가 새롭게 등장했다. 1988년 12월 국내 최초 원두커피 전문점이 압구정동에 문을 열면서 우리나라 커피 문화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매개체였던 커피가 이제는 좀 더 음미하고 즐기기 위한 또 다른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 WD매거진팀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