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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몰랐던 뉴욕에서 뉴욕을 바라보다. 뉴욕의 보물섬 '루스벨트 아일랜드'

[웹이코노미=손시현 기자] 뉴요커들 중에서도 루스벨트 섬이 뉴욕시에 속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의외로 많다. 맨해튼 동쪽 편을 감싸고 흐르는 이스트(East) 강 위를 건너면 가로 240m 세로 3.2km의 섬, 루스벨트 아일랜드에 도착한다. 과거에 이곳은 전염병 격리소, 정신의학 병동, 교도소가 위치했던 곳이기에 많은 사람이 접근하기 꺼렸지만, 최근 7~8년 사이 혼잡하고 비싼 도심 생활의 대안을 찾아 떠난 젊은 층들이 루스벨트 섬으로 이동하면서 세련된 빌딩들이 들어서고 쾌적한 도심 근교 거주지역으로 탈바꿈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트램웨이 타고 루스벨트 아일랜드 가기 맨해튼에서 루스벨트 섬으로 가는 길은 이색적이다. 전기 케이블카(일명 트램)를 타고 이스트 강 상공을 가로질러 가는데 트램을 타고 즐기는 경치에 탄성을 자아낸다. 미드타운 59가 와 2nd 에비뉴에 위치한 루스벨트 아일랜드 트램 정류장에서 MTA 지하철을 탈 때 사용하는 메트로카드(MetroCard)로 트램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요금도 $2.75로 지하철 탈 때 내는 요금과 같다. 성인 한 명당 3명의 어린아이를 무료로 데리고 탈 수 있다. 단, 아이들의 키가 44 인치(111.76cm) 이하여야 한다. 루스벨트 트램의 탄생 루스벨트 아일랜드 전용 이동수단인 트램은 1970년대 맨해튼과 루스벨트를 이어주는 지하철 건설 공사 기간에 임시로 사용할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그런데 지하철이 완공된 후에도 트램 하나에 110명까지 수용하는 효율성과 미드타운까지 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신속함에 오늘날까지 루스벨트 주민들에게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근래에는 트램을 타고 맨해튼 동쪽 편의 스카이라인과 퀸즈버러(Queensboro) 다리 전경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의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사우스포인트 공원 루스벨트 아일랜드 쪽에 있는 트램 정류장을 나오면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있다. 먼저 섬 남쪽 끝자락을 확인해 보기 위해 걸어 내려갔다. 가는 도중 ‘각광받는 신도시’라는 명성답게 문화센터와 아파트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10분을 걸어 사우스포인트 공원(Southpoint Park)에 도착했다. 매일 아침 여섯시부터 오전 열시까지 운영되는 이곳에서 여름이면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야외에서 ‘영화의 밤’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전염병동이 뉴욕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기 까지 깨끗하고 잘 정돈된 공원 옆에 곧 붕괴될 것 같은 시커먼 중세시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보조 철골에 의지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이 건물은 1850년대 운영되던 렌위크 전염병 격리소(Renwick Smallpox Hospital)다. 당시 천연두에 걸린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뉴욕시는 감염자를 이곳에 격리해 치료했다고 한다. 1870년대부터는 간호사 양성 프로그램 실습장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현재는 뉴욕시 랜드마크로 지정되어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자유공원 반나절 걷다보니 피곤해진 두 다리에 휴식도 줄 겸 창가가 예쁜 디포션 카페 공원에서 남쪽으로 10분 더 걸어가면 루스벨트 섬 최남단에 있는 루스벨트 자유공원(Roosevelt Four Freedoms Park)이 보인다. 뉴욕 출신으로 미국 제32대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업적을 기념하고 1941년 1월 6일 발표한 “인간의 4가지 기본 자유”를 기리고자 세운 공원이다. 루스벨트 아일랜드의 또 다른 즐거움 공짜 빨간 버스 루스벨트 자유공원에서 트램 정류장으로 걸어 올라와 마침 대기 중이던 빨간 버스를 탔다. 트램 정류장에서 북쪽의 주요 지점을 지나가는 빨간 버스는 무료이다. 5분쯤 달려 옥타곤 (Octagon) 초호화 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북쪽으로 5분을 걸어 올라가니 북쪽 최 끝단에 위치한 50피트(15.24 meter) 높이의 블랙웰 등대(Blackwell Lighthouse)가 보인다. 1872년에 세워진 고딕 양식의 등대는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등대일 수도 있으나, 당시 섬에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중요한 시설이었다고 한다. 주위에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맨해튼 어퍼 웨스트 지역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기 좋은 지점이다. 루스벨트 아일랜드는 걷거나 빨간 버스를 타고 반나절을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섬 도시다. 둘러보다 지치면 섬에 있는 3개 공원 중 한 곳에서 맨해튼, 브루클린, 퀸즈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고 쉬어가면 된다. 섬을 지배하는 권력자가 바뀔 때마다 섬 이름이 변경되기도 하고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로 빈민, 역병, 범죄가 난무했던 우울한 과거사를 가진 듯해 보이지만, 오늘날 루스벨트 섬은 젊은 층들이 정착하고 싶어 하는 편안하고 명랑한 도시로 비춰진다. WD매거진팀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