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웹이코노미 기고칼럼] 송영흡 코리안리 전무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건설사업관리(CM) 역량"

2023.12.06 01:01:01

"건설사업관리(CM)는 건설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기획·관리하는 개념"

"전문 사업관리 조직 없이, 주먹구구식
경험위주 프로젝트는 경계해야"

"건설·금융 모두 포함하는 프로젝트
사업관리 개념 제대로 이해해야"



[기고칼럼 = 송영흡 코리안리 전무]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위기로 인해 건설업계발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41개 종합건설업체가 폐업을 신고했으며, 금년 폐업 신고건수는 약 500건으로 지난해 300건 보다 약 70%가 증가했으며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라고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의 책임시공을 맡고 있는 건설사들의 부실은, 지분투자 혹은 대출로 금융기관이 연결되어  있어서, 코로나와 고금리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마무리 되어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중국이 겪고 있는 부동산발 금융위기로 인한 침체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PF)이란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통해 금융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젝트는 사업성을 발굴하여 제시한 시행사(Developer 혹은 SPC)와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가 합의한 내용을 다양한 계약과정을 통해 프로젝트가 착수되며,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종료되기 까지 시행사(SPC:Special Purpose Company 혹은 SPV:Special Purpose Vehicle)가 표면적으로는 사업의 주체가 된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투자자에 대한 이윤 보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윤이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자에 대한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시행사의 성과보수는 물론이고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비용 지급도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비용이 당초 예상을 초과하는 순간, 사업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되고 투자자들이 추가로 비용 인상을 감당하지 않는 한 프로젝트의 순조로운 진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금 겪고 있는 무수한 부동산 프로젝트의 어려움은, 코로나 이후 급격히 상승한 건설비용과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의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여 프로젝트의 수익성 및 사업성이 급격히 저하되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혹은 주상복합과 같은 주거용 부동산 프로젝트의 경우, 비용이 상승하면 일부 인기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이윤은 고사하고 분양한 가격보다 더 비싼 물건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시행사의 적자 비용은 책임시공을 맡고 있는 건설사에 고스란히 전가되어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설사의 경우는 부도위기에 몰리게 된다. 


반면, 도심지에 위치한 상업용 빌딩의 경우에는 비용증가로 인한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비용상승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며, 만일 임대가격이 높은 도심권의 경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있어서 사업성 유지를 위해 발생비용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사업성 분석을 게을리하고 그럴듯한 사업계획에 현혹되어 맹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지금과 같은 큰 어려움은 물론이거니와 자그만한 난관에도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금부터 300년전 “로빈슨 크루소”를 쓴 영국의 다니엘 디포는 당시 영국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그의 글 “프로젝트에 관한 에세이”를 통하여 경고한 바 있는데,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과 해상무역을 통해 국가의 부가 확장으로 수많은 프로젝트가 생겨남으로 인하여 “기획의 시대”라 불리는 시기였다. 


다음은 그의 에세이에 묘사된 프로젝트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오늘날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불릴 만큼, 무엇이든 만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인간의 지혜를 모아서 매우 강력한 힘으로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이 시대를 다른 시대와 구분하여 ‘기획의시대’라고 부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새로운 기계를 발명했다거나, 놀라운 비밀을 발견을 해냈다거나 그 외에도 그럴듯한 얘기의 헛소문이 지나치게 많이 도는데, 소문이 점점 커져서 엄청난 돈을 조달하기만 한다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한다. 
잘 속아넘어가는 일반 사람들을 기대감과 꿈으로 부풀게 하여 회사를 세워서,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공허한 주장을 강하게 하여 주식을 발행하지만, 결국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아서 순진한 투자자들이  좌절하는 상황이 수없이 발생한다. 
계획을 꾸민 사람들이 교묘하게 자기 지분을 팔고 나면, 구름이 흩어지듯 거품은 꺼지고 불쌍한 투자자들은 서로 싸우며 소송을 걸지만, 사업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커녕 투자자들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한탄하여 스스로의 책임으로 돌리도록 교묘하게 함정을 판다. 
주가가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면, 주식을 제 때 판 사람은 안도의 기쁨을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최후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허탈과 좌절만 남겨질 뿐이다.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말과 사회적으로 명성있는 사람들의 이름에 현혹되어 그럴듯하게 과장되고 포장되지만, 결국 이러한 거품이 사라지면 100파운드에 해당하는 지분가치가 10분의 1로 쪼그라들어 주식을 산 수많은 가정이 쑥대밭이 되는 장면을 나(다니엘 디포)는 수없이 많이 보았다. 』


얼핏 보면 지금 우리나라의 얘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니엘 디포가 살던 300년전의 영국의 상황에 대하여 그의 수필 “프로젝트에 관한 에세이”해서 묘사한 것이다.


우리사회는 부동산 불패 신화로 인하여, 부동산PF를 마치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쯤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처럼 건설비용이 상승하고 금융비용이 당초 설계한 것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부동산 프로젝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무분별한 계획과 철저한 사업성 검토과정 없이 시작한 프로젝트의 실패를 단지 경제상황에 대한 문제로 인식되어져서는 안된다. 


모든 프로젝트는 계획되고 추진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딛힐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하여 프로젝트가 완료되기 때문이다. 


건설프로젝트를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는 개념을 건설사업관리 즉 CM(Construction Management) 혹은  PM(Project Management) 이라고 한다. 건설사업관리는 건설프로젝트의 전 Life Cycle, 즉 타당성 조사에서 시공관리, 금융관리를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우리나라에 건설사업관리 개념이 도입된 지 수십년이 경과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전공으로 채택되어 제법 많은 인재가 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내에서는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건설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다.


전문적인 사업관리 조직을 구축하지 않고, 주먹구구식 경험위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수많은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반복적으로 건설업 위기상황이 초래되는 이유다. 

 

지금 건설업계는 건설시장의 축소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회사가 어려운 시장 여건 가운데 생존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CM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정부의 자금으로 발주하는 공공 인프라 건설이나, 중산층의 확산으로 인한 신도시 개발을 통해 누렸던 개발이익과 같은 기회는 기대하기 어렵다. 


건설사업관리 역량을 갖추지 않는 회사는 계속해서 위기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토대로, 적게는 수십억에서 크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건설프로젝트가 차질없이 성공적으로 잘 수행될 수 있도록, 건설과 금융을 모두 포함하는 프로젝트 사업관리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CM및 PM역량이 우리나라 건설산업과 금융기관에 잘 정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칼럼기고자 소개]  송영흡 코리안리 전무는 현재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재보험사에서 기획 및 글로벌 담당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송 전무는 서울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15년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건설부문)에서 토목 엔지니어로서 국내외 다수의 민자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토목 엔지니어 경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전문가들이 즐비한 코리안리 재보험사에서 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매우 독특하고 융합적인 커리어의 소유자다. 

김영섭 기자 ys@newsbe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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