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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문학] 도시의 흔적과 가상의 아우라

[웹이코노미 김상호 기자] 도시는 단순히 일상적인 장소가 아니다. 도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흔적을 남긴 장소다. 인간이 장소에 남긴 흔적이 바로 추억과 기억이다. 흔적이 사라진 도시 도시 재개발과 신도시 건설 등의 도시 개발정책은 환경 디자인에 집중하며 도시의 흔적을 감추고 있다. 인위적으로 디자인 된 도시는 보여주기 위한 장소에 불과하다. 시민들에게 아무런 추억을 주지 못한다. 도시들의 풍경을 인상학자 벤야민은 “몰락한 아우라가 인위적으로 복원된 가상의 아우라”라고 말한다. 가상의 아우라는 도시의 흔적을 지우고, 도시민들의 일상과 유리된 장소이다. 도시 흔적의 기억과 망각 도시는 기억과 망각을 통해 도시의 흔적을 대체하고 소멸한다. 기억은 시민들에게 도시 흔적을 강제적으로 주입하고 대체했다. 도시 곳곳에 생기는 기념관·조형물·박물관은 시민들에게 강제적으로 새로운 기억을 주입했다. 또 고층 빌딩·아파트·오피스텔 등의 도시 흔적은 미래 도시, 편안한 도시, 행복 도시 등의 은유적인 이름으로 바뀌었다. 반면, 망각은 도시인에게 도시의 흔적을 강제적인 방식으로 지웠다. 도시 개발은 흔적의 장소를 소멸시켰다. 가상의 아우라 도시 도시 곳곳에서 가상의 아우라가 넘치고 있다. 삶의 흔적보다 미적 경험을 주기 위해 도시가 디자인 되고 있다. 도시는 가상의 아우라를 만들 필요가 없다. 도시는 예술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는 아우라의 장소가 아니다. 아우라는 아무리 가까이 있더라도 멀리 느껴지고, 일회적인 현상으로 느낄 뿐이다. 산책자가 해석할 수 있는 흔적의 도시로 벤야민에게 도시는 하나의 커다란 도서관이다. 도시 지도와 도시 이정표는 도시라는 도서관에서 텍스트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네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도시인과 도시를 구성하는 사물들은 서로 교류하며 텍스트를 구성한다. 텍스틑 읽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느끼고, 비판하는 인간이 바로 산책자(도시인)다. 텍스트인 도시는 산책자에게 단순한 삶의 공간이 아니다.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흔적을 가지고 있고,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장소이다. 도시는 문화적 다큐멘터리인 것이다. 산책자는 도시의 다큐멘터리를 체험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진정한 도시는 가상의 아우라가 아닌 흔적이 있는 장소다. 또 도시인이 해석할 수 있는 흔적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김상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