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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시민단체,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회장 경영권 강화 위해 편법 전환사채 발행"

경제개혁연대 금감원에 지난 2015년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한 ‘제35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위법성 여부 조사 요구

 

[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정은 회장 경영권 강화를 위해 편법 전환사채를 발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공문을 보내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2015년 11월 5일 발행한 ‘제35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에 의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15년 11월 5일 ‘제35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2050억원어치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했다.

 

해당 전환사채 인수자는 이음제2호기업재무안정투자합자회사 등 3곳이었으며 전환가능 주식수는 총 385만9768주, 전환가격은 주당 5만3112원(약 3개월 후 전환가격이 4만8698원으로 조정)이었다.

 

그런데 현대엘리베이터는 작년 1월(관련 공시는 2016년 12월 28일) 전환사채의 40%에 해당되는 820억원어치(168만6846주 상당)에 대해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했고 같은 날 현 회장 및 현대글로벌과 상환된 자기전환사채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양도(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글로벌은 지분 91.30%를 현 회장이 보유하고 있으며 가족 보유 지분을 합칠 경우 오너일가가 지분이 100%인 개인회사다.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은 오는 2020년 10월 17일까지 주식매도 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각 50%) 매도청구권 거래가액은 78억원(각각 39억원)이라고 경제개혁연대는 설명했다.

 

현행 상법은 제3자에 대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의 경우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경영상 목적 등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BW 등을 통한 대주주의 편법승계가 문제되자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분리형BW’의 발행을 금지시켰고 이후 지난 2015년 공모방식의 분리형BW는 허용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15년 11월 5일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한 전환사채 건에 대해 검토한 결과 해당 거래가 다음과 같이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에 의하면 외관상 현대엘리베이터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지만 그 실질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직접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에게 회사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사실상 ‘분리형BW’를 발행하고 이중 신주인수권(워런트)만을 현 회장 등이 인수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당초 제3자 배정방식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나 약 1년 경과 후 회사는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약 40% 상당의 전환사채를 인수했고 인수한 자기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하는 계약을 현대그룹 지배주주인 현 회장 및 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벌과 체결하고 그에 상응하는 프리미엄(각 38억8600만원)을 수취했다.

 

통상적인 경우 증권의 주채무자가 상환했다면 증권적 법률관계가 완전히 소멸하기 때문에 발행 당시 콜옵션이 설정되어 있더라도 소각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를 기초로 자신이 지정한 제3자에게 다시 콜옵션(주식매도 청구)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실제 그 대상은 지배주주와 계열사였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주장했다.

 

또한 이는 현행법에서 분리형BW 발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환사채 발행이라는 외관을 빌려 지배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기초사실관계가 전혀 달라진 것이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부당하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엘리베이터 제35회 전환사채 발행은 애초에 ‘경영상 목적’ 내지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지배주주의 지분 확대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발행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제3자 발행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하고 있으며 특히 상장회사의 경우 분리형BW 사모발행은 금지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경영권 방어 목적을 합당한 경영상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등기이사 회장으로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지난 2015년 말 계약 당시 기준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이 콜옵션을 모두 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6.07%에서 28.10%로 증가하는 반면, 제2대 주주이자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Schindler Holding AG의 지분은 17.12%에서 14.62%로 지분 희석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경제개혁연대는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개혁연대는 결과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모방식의 분리형BW를 발행한 후 이중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현 회장 등이 우회해 보유하게 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것은 경영권 방어 목적 외에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대엘레베이터는 과거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 유지를 위해 무리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해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끼친 사실이 있으며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가 현 회장과 전현직 임원들을 상법 신용공여금지 규정 위반으로 고발한 건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5년 현대증권 매각 논의 당시 현대상선과 오릭스그룹이 체결한 현대증권 주식매매 계약의 경우 사실상 현 회장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파킹딜(parking-deal)로 의심되는 옵션 계약을 포함한 것으로 밝혀졌고 논란이 되자 오릭스그룹이 인수 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함께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번에 또 다시 현 회장의 경영권 유지·방어를 위해 편법적으로 자기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성토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파생상품 규제의 모호한 틈을 악용하는 사례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함께 위법사실 확인 시 엄중 제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