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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E공간]요양병원 안가는 노인이 사는 마을

시니어 주거형태 전환...노인생활보조주거·연속돌봄은퇴주거·대학연계형시니어전용주거 등 다양

[웹이코노미 김상호 기자]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주거 형태가 요양원 같은 시설에서 커뮤니티 형식의 주거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이 가구주인 고령 가구는 전체의 20.5%에 이른다. 고령자 비율은 매년 증가해 2045년에는 47.7%에 달할 전망이다. 오는 2026년이 되면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 돌봄'은 대다수 국민이 직면한 과제이다. 최근 시니어에 대한 돌봄 서비스 제공처를 요양원 같은 ‘시설’에서 ‘주거’ 개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기존의 정형화된 실버타운이나 요양원에서 진화된 시니어 주거형태인 '커뮤니티 케어' 시행에 나서고 있다. 지역사회 안에서 시니어 돌봄이 가능하도록 주거 형태를 도입하고 있다. 시니어의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가 가능해지려면 나이가 들어 돌봄이 필요할 때 시설에 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거주지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에 있다가 나이가 들어 돌봄이 필요한 경우 요양원과 같은 시설로 가는 형태만 존재하고 있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들의 시니어 주거 사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인보조주거 ‘노인보조주거(Assisted Living)’는 건강한 시니어가 사는 주택과 요양원과의 중간단계에 있는 주거형태이다. 지난 1981년 미국의 브라운 윌슨 박사가 처음 시작했다. 미국 역시 1970년대까지만 해도 현재 한국과 같이 시니어를 위한 주거형태는 자신의 집에 있거나 돌봄이 필요하면 요양원으로 가는 양자택일이었다. 당시 윌슨 박사의 어머니도 혼자 생활할 수 없게 됐으나 요양원에 갈 만큼 전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을 단계는 아니었다. 요양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윌슨 박사의 어머니는 요양원에 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윌슨 박사는 어머니를 위해 몇 년 동안 미국을 돌아다니며 시니어가 원하는 주거형태를 알아보고 대안을 구상했다. 그 아이디어가 미국 최초의 ‘노인 생활보조주거’였다. 노인생활보조주거는 건강한 시니어가 거주하는 독립생활주거와 동일하다. 다만 일상생활에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추가적인 서비스(약 복용, 목욕, 옷 입기, 식사제공 등)를 제공한다. 시니어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면서 그들의 건강이 나빠져 도움이 필요할 때 요양원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 내 거주가 가능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7년 현재 미국에는 약 3만 개의 노인돌봄주거가 있으며 약 120만명의 시니어가 거주하고 있다.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노인생활보조주거 사업을 하는 업체는 브르크데일 시니어리빙으로 총 654개의 기관을 운영하며 약 6만 명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시니어 주거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연속돌봄은퇴주거 ‘연속돌봄은퇴주거(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ies, CCRCs)’는 55세 이상만 거주할 수 있는 주거형태이다. 다양한 시니어 주거를 하나의 단지에 모아 놓은 일종의 노인주거복합단지이다. 이곳은 건강한 시니어가 거주하는 독립주거시설, 약간의 돌봄이 있어야 하는 시니어가 거주하는 노인생활보조주거, 혼자 생활이 불가능해 전적인 돌봄이 필요한 요양원을 포함하고 있는 커다란 주거단지다. 건강이 나빠져도 다른 곳으로 이사하지 않고 단지 내에서 거주형태를 바꿀 수 있어 ‘지역사회 거주의 계속성’을 가능하게 한다. 기존의 거주지역 내 친구, 이웃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비스 유형을 변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 2018년 현재 총 1955개의 연속돌봄은퇴주거가 존재하고 있다. 대학 연계형 시니어전용주거 '대학 연계형 시니어전용주거(UBRC)'는 미국에서 지역사회의 은퇴자 커뮤니티가 대학 캠퍼스 안에 노인전용주거시설을 건설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추세다. 이는 대학진학률이 과거 세대에 비해 높은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의 고령화와 연관이 있다. 이들은 대학교 근처에서 노후를 보내며 젊은 시절의 향수를 달래면서 평생교육에 대한 욕구를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대학은 학생 수가 줄어드는 데다 주 정부 기금이 감소해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러셀대학과 플로리다대학, 스탠퍼드대학, 노트르담대학, 듀크대학, 코넬대학 등에서는 은퇴자를 위한 ‘대학연계형은퇴자마을 (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 UBRC)’을 조성했다. 러셀 대학의 경우 캠퍼스에 시니어 전용 주택인 레셀빌리지를 설치해 입주자가 도서관이나 식당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청강은 물론 입주자 자신의 세계 2차대전 경험을 섞어 ‘전장에서 본 전쟁사’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이 사업은 대학교 입장에서는 평생교육 수요층을 확보하고 입주자들로부터 다양한 노인 관련 조사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의 UBRC는 2014년 약 100여개에 이르고 있다. 향후 20년간 미국 대학의 10%에 해당하는 400여개가 UBRC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정원 감소로 고민하는 국내 대학에도 좋은 사업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케어 국내에서는 정부가 광범위한 노인 돌봄 불안을 해소하면서 평소 살던 곳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계획을 마련했다.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오는 2025년까지 '커뮤니티케어' 기반이 구축된다. 노인에게 건강관리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인 ‘케어안심주택’을 4만호 공급하고 노인 낙상 예방을 위한 집수리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커뮤니티케어란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말한다.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마을 소멸’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이를 위해 마을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의료·복지 등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케어형 도시재생뉴딜사업’을 내년에 시작한다. 의사와 간호사 등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의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의료는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경로당을 4만 8000개까지 늘리고 노인 교실(노인대학)에서 사회참여(자원봉사 등), 노화적응(건강유지 등) 교육프로그램도 본격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장기요양보험으로 제공하는 돌봄서비스 종류를 늘리고 대상자도 확대한다. 병원 이동용 차량(병원 모심택시)과 집 문턱 제거 등의 주거환경 개선도 보험으로 지원하고 전동침대 등 독립생활에 필요한 보조기기 지원도 확대한다. 또 식사배달과 법률지원, 안부확인 등의 새로운 재가서비스를 발굴하기로 했다. 또 다양한 재가서비스를 한 기관에서 제공하는 ‘종합재가센터’를 2022년까지 시군구별로 1개 이상 설치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향후 장기요양수급자의 80%가 재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 등 대상자별로 지역 여건에 맞는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내년 6월부터 2년간 12개 시군구에서 선도사업을 실시한다.김상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