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이지웅 기자, 김찬영 기자]
# 25일 '2019 콘텐츠산업포럼' 네 번째 순서 '이야기 포럼' 개최
# 콘텐츠 산업 '세계관' 열풍, 감상 넘어 탐구하는 재미까지
# IP 확장성 무궁무진... 기업, 창작자와 협력해 사업 주도해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콘텐츠산업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10년간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2019 콘텐츠산업포럼'을 6월 18일부터 20일, 25일부터 27일까지 총 6일간 서울 광화문 CKL스테이지에서 개최한다.
2019 콘텐츠산업포럼은 콘텐츠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콘진원의 정책포럼 브랜드다. 올해 포럼은 정책, 패션, 음악, 이야기, 방송, 금융 등 총 6개 분야를 주제로 2주에 걸쳐 진행한다.
지난 25일 열린 '이야기포럼'은 '한국형 마블 세계관 탄생의 가능성'을 주제로 진행됐다. 포럼에는 위근우 작가, 오세정 와이랩 팀장,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이사, 조일영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 위근우 작가 "세계관은 작가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것"
위근우 작가는 이야기 세계관의 중요성과 창작 과정 내 주의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위근우 작가는 "세계관은 독자의 호기심을 지속해서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마블 영화 분석 영상을 꼽았다. 해당 영상들은 마블 영화의 줄거리를 원작 세계관을 바탕으로 추측하거나 해석하는 내용이다. 위근우 작가는 "관객들은 마블 세계관을 탐구하며, 감상을 넘어 게임하는 듯한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관은 독자들과 상호 작용하며 끝없이 확장한다. 위근우 작가는 세계관의 확장성이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과 트랜스미디어 활용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OTT 플랫폼 등 매체가 늘어난 지금,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세계관은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위근우 작가는 "창작자가 세계관 구축에 몰입하면, 자칫 이야기의 서사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예시로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언급했다. 본 작품이 '덤블도어' 등 기존 세계관 캐릭터의 부연 설명에만 집중해, 오히려 주인공 '뉴트'의 여정을 빈약하게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위근우 작가는 "세계관은 느슨한 부분이 있고, 그 느슨한 부분은 독자와 함께 채우는 것"이라며 "작가가 독자보다 세계관을 잘 안다는 오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오세정 와이랩 팀장 "한국판 마블 '슈퍼스트링', 작가가 만들고 회사가 확장"
오세정 와이랩 팀장은 자사 웹툰을 관통하는 '슈퍼스트링' 세계관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설명했다.
'슈퍼스트링'은 와이랩이 창작한 세계관이다. 지구에 목성이 가까워지고, 재난을 피하기 위해 대한그룹 회장 '원미호'가 차원 이동을 시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재 와이랩은 슈퍼스트링 웹툰을 세계로 수출 중이다. 오세정 팀장은 "슈퍼스트링은 로맨스, 공포 등 다양한 장르와 아시아의 정서가 담긴 스토리로 기존 히어로 코믹스와 다른 매력을 보유"했다며 "현재 동남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랩은 슈퍼스트링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게임, 영화, 작품 간 크로스오버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와이랩은 회사가 작품의 저작권을 보유한다.
오세정 팀장은 "회사가 주도적으로 작품을 관리 시 콘텐츠 사업 확장이 효율적"이라며 "회사는 저작권을 보유하는 대신 기획자와 스튜디오를 제공해 작품 창작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이사 "세계관은 아티스트의 글로벌 브랜딩의 시작"
이성수 SM 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아티스트 브랜딩에서 세계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SM은 자사의 그룹을 진출 국가 별로 나눠 구성한다. 대표적으로 엑소(EXO)의 한국 그룹인 엑소 K와 중국 그룹 엑소 M이 있다. 두 그룹은 같은 앨범을 각각 녹음해 동시 발매하고, 활동도 동일하게 시작한다.
SM은 엑소 그룹이 두 개인 이유를 독자적인 세계관으로 설명한다. 엑소는 태양계 너머 미지의 세계에서 날아온 12개의 기운이고, 현재는 반으로 나눠져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평행 세계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성수 이사는 "SM은 아티스트가 세계 각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세계관을 활용했다"며 "그룹이 각 국에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의 곡을 여러 그룹으로 선보여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SM은 현재 엑소 외에도 'NCT' 세계관을 제작했다. NCT 세계관 소속 그룹은 실제로는 다른 공간에 있지만, '같은 꿈을 꾼다'는 의미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설정이다.
이성수 이사는 "NCT는 고정된 이야기가 없는 세계관"이라며 "주요 설정만 공유한 채 팬들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종합 토론 "창작자와 회사 간 협력이 성공적인 세계관을 만든다"
발제 이후에는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오세정 팀장과 이성수 이사가 참여했다. 사회자는 위근우 작가가 맡았다.
토론은 세계관 창작 과정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오세정 팀장은 "스토리 작가를 뽑아 사내에서 1년 이상 교육 과정을 거친다"며 "정기적으로 작가 간 회의가 열리고, 각 기획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작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성수 이사는 "세계관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업무 조율에 집중한다"며 "작곡가, 작사가, 안무가, 비디오 기획자 등 담당자들이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면서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세계관 제작을 총괄하는 리더가 필요한 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성수 이사는 "매우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SM의 프로젝트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아이디어와 기획에서 출발"했다며 "본래 문화적인 요소는 소수 또는 한 명의 리더가 이끄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세정 팀장은 '반반'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회사 대표인 윤인완 작가도 익숙한 장르와 어려운 장르가 있다"며 "모든 프로젝트를 검토하지만, 각 작가들의 의견과 논의를 충분히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개인 작가가 자기 주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면, 다른 구성원들도 납득할 만한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은 세계관이 글로벌 시장으로 갖춰야 할 요소를 묻는 질문으로 끝났다.
이성수 이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요소"라며 "NCT 2018 타이틀 앨범 '공감'처럼 보편적인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정 팀장도 "본질적인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밌는 감상을 위해 작품들이 하나의 장르로 쏠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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