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이사회는 주식회사에서 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회의체의 기관을 뜻한다.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사외이사는 상시적으로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일정 자격을 갖춘 분야별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을 감시·감독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독립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고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 노릇을 해 비판이 일고 있다. 웹이코노미가 일부 상장사의 ‘반대’없는 이사회 현황을 살펴봤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마트·호텔 사업 등을 운영하며 대한민국 유통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삼성그룹 계열에서 분리된 후 이명희 회장을 필두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으며 작년 9월 기준 재계 11위의 자산 순위를 기록했다. 이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막내 딸이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동생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신세계에 속해있던 대형마트 부문 이마트를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키고 이 회장의 아들 정용진 부회장이 전담토록 했다. 신세계는 정 부회장의 여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이 담당한다.
신세계그룹은 지주사 없이 신세계와 이마트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를 직·간접적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의 지분은 이 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18.22%, 10.34% 그리고 국민연금이 14.37%를 보유 중이다. 이마트의 경우 이 회장 18.22%, 정 부회장 9.83%, 국민연금 12.74%의 지분구조를 갖는다.
신세계는 2019년 3분기말 기준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의 이사들로 이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내에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등 4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사회 의장은 장재영 신세계 대표가 맡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11월12일까지 이사회 10차례에서 총 26건의 의안을 논의했다. 사외이사 4명은 불참하지 않은 이사회 날에는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소위원회 의안 역시 동일했다. 2018년에는 14차례의 이사회에서 23건의 의안이 사외이사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2017년 이사회 12차례(의안 24건)도 반대표가 전무했고 과거 역시 찬성 외 다른 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세계의 사외이사를 살펴보면 법조계와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한다. 신세계가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선임한 위철환씨는 동수원 종합법무법인 변호사로 재직 중이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함께 사외이사에 오른 원정희씨는 국세청 조사국장과 부산국세청장을 역임한 후 현재 법무법인 광장 고문을 맡고 있다.
특히 원 고문이 속한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 2018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부문 분할 및 합병과 새로 설립될 법인의 외부 투자 유치 등 거래 전반을 자문했다. 신세계의 100% 자회사 신세계디에프의 면세점 사업 또한 법무법인 광장이 자문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해 원 고문의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를 표했다. 신세계와 관련된 법무법인에서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으로 있었기 때문에 독립성 훼손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오너일가의 지분이 국민연금의 두 배가 넘어 사외이사 선임은 기존대로 진행됐다.
2017년 3월 사외이사에 선임되고 지난해 재선임을 거친 안영호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도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과 상임위원을 역임한 고위 공직자 출신이다. 아울러 김앤장은 신세계 및 이마트 등의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공정위 소송을 맡은 바 있다. 지난 2014년에는 구 신세계인천점을 놓고 인천시와 롯데인천개발을 상대로 신세계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좋은기업지배연구소(CGCG)는 "안 고문이 최근 3년 내 신세계와 자문계약 및 법률대리를 수행한 이력이 있어 독립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선임 반대를 권고했지만 이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