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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웹이코노미 FOCUS]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수감 중에도 계열사 배당금 받아 '곳간 채우기'

티알엔, 20억에서 60억으로 배당 3배 늘려...티캐스트로부터 받은 배당금 45억은 총수일가가 '꿀꺽'

 

[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수십억원의 고액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됐던 이 전 회장은 간암 등 지병을 이유로 구속 집행이 정지된 후 ‘황제보석’ 논란으로 다시 수감된 상태다.

 

홈쇼핑 사업 및 투자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태광그룹 계열사 티알엔의 대주주는 지난 2019년말 기준 이 회사의 이 전 회장과 그의 아들인 이현준씨로 각각 지분 51.83%, 39.36%씩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티알엔은 지난 3월 27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2019년도 배당금으로 지난해 20억원의 3배인 총 60억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확정했다.이 전 회장과 이씨는 지분비율에 따라 모두 54억7000여만원을 배당받았다.

 

티알엔의 배당성향은 26.9%였는데 직전연도와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지난해 3월 티알엔은 2018년 회계연도분 배당금 총 20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해 13.6%의 배당성향을 기록한 바 있다.

 

주식회사에서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회사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더 많이 배분한다는 점에서 보통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지만 지분 대부분을 총수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부정적 요소로 뒤바뀐다. 거의 모든 배당금이 오너일가의 곳간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티알엔의 배당이 늘어난 데에는 계열사인 티캐스트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캐스트는 패션앤(Fashion N)·스크린(SCREEN)·채널 뷰(CH view)·씨네프(cineF) 등 여러 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방송프로그램 제작·공급, 인터넷서비스, 종합광고 대행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티알엔은 티캐스트 지분 100%(2019년말 기준)를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티알엔에 4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던 티캐스트는 1년 뒤인 지난 2019년에는 배당금을 200억원까지 늘렸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2년간 티캐스트의 실적이 답보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매출 729억원을 거둔 티캐스트는 2019년 매출 739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2018년 207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03억원으로 오히려 떨어졌고 같은 시기 당기순이익도 168억원에서 159억원으로 하락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티알엔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규모를 4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무려 5배나 올린 것이다. 티알엔이 티캐스트로부터 받은 배당금 200억원은 지난해 영업수익 1135억원의 17.6%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티캐스트가 티알엔에 지급한 배당금이 이 전 회장 등 오너일가에게 고스란히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태광그룹의 사실상 지주사격인 티알엔은 향후 이 전 회장 아들인 이씨의 경영승계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1994년생인 이씨는 14살이던 지난 2005년 한국도서보급 지분 45%를 매입하면서 단번에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씨는 이듬해인 2006년 지분을 추가 매입했고 이에 따라 지분비율은 49%까지 증가했다. 당시 한국도서보급의 최대주주는 이 전 회장으로 그는 지분 50%를 갖고 있었다.

 

지난 2006년 티시스·티알엠 유상증자에도 참여한 이씨는 이들 회사로부터 각각 지분 49%씩을 확보해 2대 주주에 등극했다. 이 과정에서 티시스·티알엠 최대주주였던 이 전 회장은 두 회사의 유상증자 청약을 포기했고 이들 회사는 실권주를 이씨에게 배정했다.

 

티시스·티알엠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그룹 핵심계열사인 태광산업 지분을 각각 6%, 5.3%씩 확보했고 2013년 티알엠은 티시스에 흡수합병됐다.

 

합병 뒤 태광산업 지분 11.2%를 보유하게 된 티시스는 이 전 회장(15.8%)에 이어 태광산업 2대 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이씨는 이 때에도 티시스 지분 44%를 매입했고 이 전 회장(51%) 뒤를 이어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후 태광그룹은 그동안 꾸준히 지적받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4월 티시스로부터 분할된 투자부문과 한국도서보급 등 총 8개 계열사를 티알엔으로 합병했다.

 

합병 작업을 마친 뒤 태광그룹은 ‘오너일가→티알엔→태광산업·대한화섬·티캐스트 등→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씨는 현재(2019년말 기준) 부친에 이어 티알엔 2대 주주(지분 39.36%)로 등재된 상태다.

 

이처럼 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그룹 내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티알엔 사례와 같이 계열사로부터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대의 배당금을 오랜 기간 동안 챙겨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씨가 미성년자 시절부터 2대 주주로 챙겨온 배당금은 향후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그동안 재벌총수들이 지주사를 통해 ‘쌈짓돈’을 챙기고 지배력 확장수단으로 사용해온 만큼 같은 방법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황제보석’으로 국민들로부터 반감을 산 이호진 전 회장은 형기를 마치더라도 바로 경영에 복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룹 내에서도 경영승계 시나리오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주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