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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웹이코노미 FOCUS] 총체적 난국 두산그룹, '도미노 부도' 우려...시대 흐름 못 읽은 박정원 회장 책임론 대두

'돈 먹는 하마' 두산중공업에 국민혈세 1조 지원...박 회장, 계열사 경영 부실 속에 연봉 31억원 챙겨

 

[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원대 긴급자금을 수혈 받기로 한 가운데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발(發) 위기가 그룹 전체로 퍼질 것을 대비해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작부터 탈원전 강화 기조가 뻔히 보였음에도 두산그룹이 이를 예측하지 못한 채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며 두산가(家) 4세대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두산중공업의 최근 3년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매출 4조3367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을 달성했던 두산중공업은 2018년 4조1017억원으로 매출이 하락한데 이어 2019년에는 4조원대 기록이 깨진 3조7086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이 기간 동안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부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는데 지난 2017년 2263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8년 1846억원으로 감소했고 2019년에는 급기야 877억원까지 떨어졌다.

 

2017년 당기순이익 158억원을 거뒀던 두산중공업은 1년만에 적자로 전환됐고 적자행진은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지난 2018년 두산중공업에서 발생한 당기순손실 규모는 7250억원이며 지난 2019년에는 4952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이처럼 상황이 어려워지자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4일까지 2주 동안 만 45세(1975년생) 이상 기술직·사무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같은 자구책에도 경영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자 두산중공업은 지난 3월 26일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과 1조원 규모의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당시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은 “철저한 자구노력을 수행하겠다는 조건 하에 자금지원에 나서겠다”면서 “경영정상화에 실패시 대주주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KDB산업은행 등은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자금을 대출해주면서 두산중공업과 두산·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부동산 등을 담보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총 4조9000억여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이중 4조2000억원 가량은 올해 내 상환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KDB산업은행·HSBC 등 은행권에서 빌린 단기차입금은 약 2조6600억원 규모며 유동성 장기부채와 유동성 금융리스 부채는 각각 1조5300억여원, 280억여원씩이다. 특히 외화공모사채 5800여억원은 이달 27일까지 갚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채권단이 지난 2017년 5월 4일 발행해 오는 2022년 5월 4일인 만기인 5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해서 3년이 경과한 오는 5월 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받은 1조원대 자금으로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더라도 향후 상황이 더 문제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력발전 설비·석탄화력발전 설비사업이 주사업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인해 국내 원전 수주는 급감하고 있고 석탄화력발전의 경우 해외 대다수 나라가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9년 기준 독일·영국 등 33개국이 석탄화력발전소 영구폐쇄를 위해 탈석탄 동맹에 가담한 상태며 한국도 지난 2018년 10월 충청남도가 아시아최초로 탈석탄 동맹에 가입한 바 있다. 독일과 영국은 각각 2038년, 2025년까지 석탄화력을 완전히 없앤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발주 규모는 지난 2013년 76GW에서 2015년 88GW까지 올랐다가 2년 뒤인 지난 2017년 32GW로 급감한데 이어 2018년에는 23GW 수준까지 떨어졌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주성분을 배출하는 등 기후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세계 각국이 점점 규제강화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크다.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 개선 뿐만아니라 신재생에너지로의 사업전환도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두산중공업 역시 이같은 글로벌 기조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터빈 제조사업에 진출했지만 자체 성능시험·설치, 시운전 등의 과정 등을 남겨 두고 있어 당장 상용화는 어려운 처지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판단 착오가 두산중공업 사태 초래했나

 

일각에서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판단 착오가 두산중공업의 추락에 한 몫을 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두산가(家) 4세로 지난 2016년 그룹 수장자리에 오른 박 회장은 당시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사업부, 두산DST·KAI 지분 등 계열사 주요 자산들의 매각을 단행했다.

 

이후 두산그룹은 두산밥캣 기업공개(IPO)에도 성공을 거뒀고 지주사인 두산도 최근 3년 연속(2017~2019년) 영업이익(연결기준) 1조원대 이상을 기록하며 제자리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그룹이 전방위적으로 지원한 두산건설 실적 부진 장기화,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 탈원전·탈석탄 등 시대를 읽지 못한 사업판단 등은 박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계열사인 두산건설은 지난 2011년 2900여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뒤 지난 2019년 955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9년 동안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두산건설을 끝까지 안고 가는 전략을 고수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1년 두산건설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때 39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어 2013년 두산건설을 상대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자금지원 및 5716억원 현물출자 등 지원 공세에 나섰다.

 

박 회장이 취임한 2016년에는 두산건설이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 정산을 위해 두산중공업은 4000억원의 자금을 부담했고 지난해에는 또 다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자금을 두산건설에 지원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글로벌 석탄화력발전소 감소 추세 등까지 겹치자 두산중공업은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됐다.

 

반면 환경단체와 일부 의원, 에너지전문가 등은 두산중공업의 실적 부진이 탈원전과는 전혀 무관하며 두산중공업 경영진들이 단순히 에너지시장 판세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한 지역구 야당 의원은 “두산중공업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기존 경영 방식을 답습해왔다”며 “지난 10년 간 1조25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했는데도 이 기간 동안 두산중공업 경영진은 6000억원이 넘는 배당금 잔치를 했고 이중 3 분의 1은 지주사인 두산에 배당됐다”고 지적했다.

 

같은달 30일 열린 두산중공업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일부 소액주주들 역시 “경영진이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방만한 운영을 유지해 두산중공업을 망쳤다”며 박 회장 등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달 초 정부 여당 한 관계자는 “거대 야당 등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두산중공업이 경영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는 두산중공업이 탈원전·탈석탄이라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를 대비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며 “지난 2015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논의하기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이후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신재생에너지 열풍과 원전·석탄화력발전 사업쇠퇴를 예측하지 못한 두산중공업 경영진의 잘못된 전략에 따른 사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9일 시에라클럽(Sierra Club)·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그린피스 서울사무소·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정부에 서한을 보내 “두산중공업은 매출의 70~80%를 석탄화력발전 장비 사업에서 얻어왔다”며 “지난 10년간 석탄화력발전사업에 대한 투자는 80% 가량 줄어드는 등 석탄화력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도 화석연료 사업에 포트폴리오를 집중해온 두산중공업에게 긴급구제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산은 및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이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정리한다는 전제 하에 금융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적절하고 구체적인 희생 계획 없이 두산중공업에게 긴급구제를 제공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사양산업에 국민의 귀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 등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박 회장이 고액연봉을 챙긴 것도 비난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업분석사이트 ‘에프앤가이드’가 상장사별 2017~2018 사업보고서에서 5억원 이상 고액보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봉 상승률이 가장 높은 임원은 박 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지난 2018년 기본급 24억2000만원과 상여금 25억7000만원 등 총 50억원을 두산으로부터 지급받았다. 이는 지난 2017년 연봉(32억원)과 비교해 56.2%가 인상된 금액이다.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박 회장은 그나마 급여로 24억8800만원, 상여금 6억700만원, 복리후생금 300만원 등 총 30억9800만원을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이성배 두산중공업지회장은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위기를 막기 위해 오너들의 사재 출연, 두산의 두산중공업 회생 지원, 부실 경영 주역인 현 경영진의 사퇴 및 전문경영인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비상경영 조치가 직원들의 휴업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그는 “두산중공업이 경영 부실을 겪고 있는 상황속에서 지주사는 배당을 챙기고 경영진은 성과급을 가져갔다”며 박 회장 등 경영진을 비판했다.

 

이처럼 비판이 일자 지난 4일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전 계열사 임원이 급여 30%를 반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9일 민주노총·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시민단체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산건설이 무리한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두산중공업이 아무런 근거 없이 지원을 계속했다"면서 "이를 결정한 두산중공업 경영진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등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필주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