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국정감사 기간 중 공기업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기술이 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EPC사업에 파견된 직원들의 초과근무 증명자료를 미작성한 채 초과근무수당으로 33억원 가량을 지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기술로부터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기술은 해외사업 파견 직원들을 상대로 증빙자료 없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아프리카 가나 타코라디 및 코트디부아르 시프렐 EPC 사업에 파견된 직원 88명을 대상으로 초과근무기록부도 없는 상태에서 초과근무수당으로 약 33억3280만원을 지급했다.
가나 타코라디 사업은 한전기술이 최초로 해외에서 수주한 EPC사업으로 지난 2012년 7월 착공해 2015년 12월에 준공했다.
이 기간 동안 한전기술에서는 정규직원 45명, 비정규직원 9명을 파견해 총 6만3912시간을 초과근무한 것으로 산정해 초과근무수당으로 총 22억170만원을 지급했다.
코트디부아르 시프렐 사업은 씨프렐 화력발전소의 가스터빈에 스팀터빈을 증설하는 사업으로 가나 사업수주를 바탕으로 인접국가인 코트디부아르에서도 수주한 사업으로 지난 2013년 9월 착공해 2016년 3월에 준공했다.
사업기간 동안 정규직원 29명과 비정규직원 5명이 파견됐고 한전기술은 총 3만1021시간을 초과근무한 것으로 계산한 후 총 11억3110만원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한전기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산정된 초과근무시간을 증명해줄 별도의 자료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기술에서는 몇몇 날짜의 당직일지나 품의서만 일부 갖고 있을 뿐 실제 직원들의 근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부는 관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한전기술은 현지에서 함께 일한 현지인 또는 제3국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시간 외 근무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초과근무시간 적정 산정 여부에 대한 감사시 한전기술은 오히려 현지에서 근무한 제3국 직원들에게는 시간 외 근무내역이 존재해 한전기술 파견직원들의 근무 여부도 간접 확인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소명을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 이 의원은 한전기술이 초과수당을 지급한 명목에서 꼼수를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초과수당으로 지급한 33억원 중 24억2190만원 가량은 실제 초과수당 명목이 아닌 체재비 항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이 의원은 확인했다.
결국 한전기술은 나머지 9억1090만원 정도만 월 20시간씩으로 책정돼 초과근무수당으로 지급한 것이다.
한전기술은 국외사업참여자에 대해 크게 3가지 항목으로 체재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선 여비규정에 따라 지급하는 기본체재비와 가산체재비가 있다. 가산체재비는 다시 사업형태에 따라 가산율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사업형태별 가산체재비와 사업지역 위험도‧오지 여부 등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특성별 가산체재비로 나뉜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사업형태가 모두 EPC사업으로 100% 가산율이 책정됐다. 이와함께 지역특성별 가산기준에 따라 아프리카 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30%의 지역특성 가산율을 추가 부여했다.
이 의원에 의하면 한전기술은 해당 지역마다 직원들이 월 80시간씩 초과근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한전기술은 이중 20시간만 초과근무수당 명목으로 반영했고 나머지 60시간에 해당되는 분은 사업형태별 가산체재비의 일부로서 지급했다고 이 의원측에 털어놓았다.
한전기술이 이와 같이 초과근무시간을 처리한 배경에는 한전기술이 충분한 인건비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외 EPC사업을 강행했던 데 기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초과근무수당을 모두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하면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감사 결과 체재비 명목으로 지급한 초과수당액 중 21억원 가량에 대해서 이를 인건비로 재산정한 결과 지난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총 4억7100만원 만큼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전기술은 총인건비 인상률 초과시에는 경영평가 과정에서 3점의 감점사항이 발생하고 초과 금액만큼이 이듬해 인건비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 불이익이 있다고 이 의원측에 설명했다.
또 한전기술은 경영평가시 감점사항이 발생하면 객관적인 불이익 이외에도 기관장이 주무부처로부터 받는 문책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이 의원은 한전기술이 해외 EPC사업을 수주하기 이전인 지난 2011년에 이미 체재비 지급기준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체재비를 수당으로 변경하는 것은 인건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체재비의 성격을 당초 현지교통비‧식비에서 이들을 포함한 근무지 여건을 고려해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했다.
이 부분에 대해 이 의원은 인건비를 체재비로 대체시키는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전 조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실이 초과임금 중 4분의 3에 해당되는 부분을 가산체재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지급 근거 등을 한전기술에 문의한 결과 한전기술은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허술한 규정으로 인해 한전기술 전 계약직원은 초과수당과 체재비는 다르다며 체재비 명목으로 지급된 월 60시간씩의 분량도 초과수당 명목으로 지급돼야 한다며 한전기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밖에 한전기술은 체재비 지급과 관련해 규정에 어긋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한전기술은 기본체재비와 가산체재비를 매월 정액 형태로 지급했다. 체재비는 교통비와 식비 등 현지에서 발생한 비용의 실비변상적 성격의 비용이다.
또한 한전기술의 여비규정에도 식사나 교통편 등을 현물로 제공하면 체재비에서 공제해 중복성을 배제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한전기술은 현지 직원들에게 식비를 경비로 지급했다. 조식‧중식‧석식 모두 제공한 것으로 처리했음에도 한전기술은 중식비용만 공제했다.
이에 이 의원은 “명확한 근무기록을 남기지도 않고 초과수당으로 월 80시간씩 고정 지급한 점은 임금지급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일”이라며, “그러면서 현지 국세청에 초과수당액을 전혀 신고하지 않았는데 이를 현지에서의 소득 과세로 이중과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는 한전기술의 답변은 이같은 불신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당초 해외에서 EPC사업을 감당할 만큼 적절한 인건비 예산도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꼼수를 부려 생긴 결과”라며 “한전기술은 여전히 파견을 나가 있는 직원에 초과수당을 일부 체재비로 지급하고 있어 계속 분쟁의 소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