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작년 1월 1일 부임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해 내년에도 NH농협을 이끌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6일 NH농협금융지주는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NH농협은행‧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NH농협캐피탈 등 4곳의 차기 CEO 선임절차를 논의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7년부터 계열사 최고경영자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성과에 따라 매년 연임 여부를 결정하기로 정한 바 있다.
금융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내정돼 1년여만에 목표실적을 달성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올 3분기까지 누계 순이익은 당초 목표였던 7800억원을 상회한 93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3분기까지 누계 순이익 5109억원 대비 81% 증가한 수치다.
이외에도 지난 9월 11일 이 행장은 캄보디아 포놈펜에서 현지 해외법인인 농협파이낸스 캄보디아를 공식 출범했다.
농협파이낸스 캄보디아는 NH농협은행 최초 해외 인수합병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TRA)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2월말 기준 캄보디아 은행 자산총액은 27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1조776억원으로 캄보디아 국내 총생산(GDP) 대비 118.2% 규모다.
캄보디아는 지난 2007년 신한은행이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진출했고 우리은행도 지난 6월 24일 현지 금융사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인수하는 등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 회장은 NH농협은행이 주요 경영전략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이 통과되면서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한도가 기존 4%에서 34%로 확대됐다.
당시 이 회장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 여부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협의할 내용도 많다”며 “지금까지 생각 못했던 정보기술(IT), 유통, 제조업종 등과 사업제휴를 통해 디지털 금융도 플랫폼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갖춘 은행들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NH농협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NH핀테크혁신센터도 가장 먼저 설립해 핀테크 스타트업이 오픈플랫폼을 적극적 활용하도록 협업하고 있다.
이처럼 1년 만에 호실적을 기록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사업부문을 확장함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이 행장의 연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낙관은 아직 이르다는 전망도 내비치고 있다. 바로 시중 은행보다도 낮은 정규직 전환율, 비정규직 직원 채용시 정규직과의 차별논란, 책임자 징계 없이 손실 감수한 리솜리조트 대출사기 건 처리 등 곳곳에 암초들이 있기 때문이다.
◎ 호실적과 상반된 ‘비정규직 전환 실태’…1년간 비정규직 25%만 정규직 전환
지난달 11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비정규직의 전환 실태’를 분석한 결과 농업물류와 중앙회, NH농협은행이 전체 35곳 산하기관 중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이 가장 낮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NH농협은행은 비정규직 519명 중 130명만을 정규직으로 전환 추진해 전환율이 25%에 머물렀다.
이에 박 의원은 “농협의 비정규직 100% 정규직 전환계획이 1년 만에 대폭 축소된 것은 농협에 대한 신뢰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농협이 비정규직 대책을 졸속으로 수립했거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NH농협은행의 비정규직 수는 약 2970명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총 임직원의 18% 정도로 KB국민·신한 등 4대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이 평균 5%대 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은 앞서 지난 2월 1일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강조하며 350명을 대상으로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당시 “NH농협은행의 모든 전형은 블라인드방식”이라며 “학력‧연령‧전공‧자격 등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으로 진행된다”고 NH농협은 공지했다.
실제로 서류전형단계부터 블라인드 방식이 채택돼 입사지원서에는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대신 생일만 적도록 했고 인턴경험‧학력‧경력사항‧사회봉사 등은 자기소개서로 모두 대체됐다.
또 면접전형에서도 수험자가 본인 이름 대신 일련번호로 자신을 소개토록 하는 등 블라인드 채용을 이행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5월 12일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 전환 시험에서는 정규직 공채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채용과정에서 입사지원서에 연령‧사진‧주소‧이름‧경력사항‧학력‧자격증‧연락처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이중 학력란의 경우 “2년제에서 4년제대학으로 편입한 경우 전문대란에 2년제 대학을 두번째 대학교란에 입학구분 ‘편입’을 선택”하라고 안내했다.
이밖에 전문대와 대학교(편입‧재입학) 기재란이 나뉘어 있고 모든 학기 평점을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기록하도록 했으며 심지어 고등학교 시절 각 학기별 석차 입력란도 존재했다.
이때 상시채용 관련 안내 페이지에는 ‘서류심사 항목에는 전공‧학점‧어학능력‧자격증‧봉사활동, 자기소개서 등이 포함된다’고 나와있어 논란이 됐다.
◎ 408억원 손실 발생한 리솜리조트 대출사기사건…이 행장 임기 내에도 원인 규명은 없어
지난 8월 31일 리솜리조트 회생계획안의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대전 충남대학교 국제문화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채권자의 78.5%가 회생계획안에 동의해 호반그룹이 리솜리조트 인수자로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NH농협은행은 호반건설주택의 인수자금을 통해 리솜리조트 대출금 980억원을 회수하고 미회수금 408억원은 손실로 확정됐다.
NH농협은행의 리솜리조트 대출금은 총 1650억원에 달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05년 ‘리솜오션캐슬’ 투자비용 대출 430억원을 시작으로 약 10년간 총 11건, 총 1650억원의 대출금을 리솜리조트에 제공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이 돈을 빌려준 리솜리조트는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다. 뿐만아니라 2008년 7700%인 부채비율은 2013년 1만4287%까지 상승했고 2014년 다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NH농협은행은 리솜리조트의 재무상황이 심각해짐에도 리솜리조트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대출해줬다.
이때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지난 2015년 검찰이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에 대해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NH농협은행의 여신심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여신심사 직원의 내부 고발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 수사결과 NH농협은행 및 농협중앙회 고위층의 개입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각종 비리와 함께 신상수 리솜리조트 회장이 매출과 당기순이익을 과다계상해 NH농협은행으로부터 650억원대 사기대출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리솜리조트는 호반그룹에 매각됐고 NH농협은행은 미회수금 408억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하지만 당시 NH농협은행은 이미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둬 손실 408억원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모든 책임을 리솜리조트 경영진에 돌렸고 대출사기 건과 관련해 은행 내부에서 어떠한 이도 징계‧처벌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비록 이 행장 취임 전 발생한 대출사기 건이기는 하나 이 행장 임기 중인 올해 8월 호반그룹에 리솜리조트를 매각하면서 408억원이 최종 손실처리됐다”며 “이를 재조사해 책임자 및 명확한 원인 등을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치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2년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 NH농협은행장을 연임한 인물은 여지껏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NH농협은행 출범 이후 안정화를 이뤘다는 평을 받았던 신충식 전 해장도 고배를 마셨고 김주하 전 행장은 현장 중심 마케팅 체계 정착, 핀테크 플랫폼 출시, 대포통장 감축 성과를 냈으나 연임에 실패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기업 여신 리스크관리를 기반으로 한 경영성과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경섭 전 행장도 연임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비정규직 논란, 책임자 없는 대출사기 손실 논란 등 곳곳에 산재한 암초를 거둬내고 이 행장이 내년에도 NH농협은행 수장자리를 차지할지 여부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