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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IPO 추진' 교보생명의 고민... '돈 먹는 하마'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어쩌나

 

[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설립 이후 6년간 적자행진을 기록하던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지난달 15일 4번째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에 같은달 18일 교보라이프플래닛 지분 100%를 보유한 교보생명이 신주 전량을 350억원에 인수하자 일각에선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이날 유상증자로 교보생명이 지금까지 교보라이프플래닛에 투입한 자금 규모가 총 1천400억여원에 육박하자 이같은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오는 2020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과 정부의 규제 강화 추세, 보험사들의 비대면채널 강화 등 대대적인 보험업계 환경 변화도 예고된 상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언제까지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구원투수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교보라이프플래닛은 3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주당 가격은 5천원이며 출자주식수는 보통주 총 700만주다.

 

지난 2013년 9월 일본 라이프넷생명과 교보생명 합작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 2014년 11월 380억원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지난 2015년 11월 240억원, 2016년 12월 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후 작년 3월 일본 라이프넷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 잔여지분 7.49%에 대한 풋옵션 행사를 결정하고 이를 교보생명에 통보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81억6천만원에 일본 라이프넷생명이 보유한 교보라이프플래닛 지분 7.49%(약 163만2000주) 전부를 사들여 교보라이프플래닛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최근 350억원 규모의 출자금까지 더하면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에 투입한 자금규모는 대략 1천440억원에 이른다.

 

모회사인 교보생명의 대규모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설립 당시인 지난 2013년 50억여원의 손실을 기록한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4년 당기순손실 167억원, 2015년 212억원, 2016년 175억원, 2017년 1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계 손실규모도 128억원으로 집계됨에 따라 2018년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는 만약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오는 2020년에도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추가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교보생명이 이 때에도 어김없이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 2년 남은 ‘IFRS17’...교보라이프플래닛 체질 개선 성공할 지에 주목

 

2년 뒤인 오는 2022년부터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도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IFRS17이 본격 도입·시행되면 보험회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은 자산·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해야한다. 때문에 보험업계는 과거 고객들에게 판매한 저축성 보험의 성격으로 인해 IFRS17 도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보험사들이 판매한 저축성 상품은 고객에게 약정된 금액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저축성 상품 보험료는 회계장부상 부채로 잡힌다.

 

따라서 저축성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일수록 지급여력(RBC)비율이 종전보다 떨어지게 된다.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손해보험사들 보다 저축성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들이 IFRS17 시행시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사들은 저축성 상품 보다는 종신·변액 보험 등과 같은 보장성 상품 위주로 판매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설립 때부터 저축성 상품 위주의 판매에 집중했고 현재까지도 이같은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말 기준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판매한 저축성 상품은 37억8천700만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저축성 상품 판매액 25억4천200만원에 비해 12억4천500만원 증가한 규모다.

 

반면 보장성 상품 판매액은 3억8천900만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보장성 상품 판매액 2억6천800만원과 비교해 1억2천600만원 늘어나는데 불과했다.

 

이처럼 교보라이프플래닛이 현재까지 저축성 상품 판매 전략을 유지해오면서 자본금 증액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 2015년말 501억원이던 자본금 규모가 2016년말 473억원, 2017년말 306억원까지 급감했다. 2018년도에도 당기순손실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2018년 자본금 규모 역시 2017년말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IFRS17 시행이 불과 2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보장성 상품 위주의 판매전략 수정도 여의치 않다.

 

보장성 상품은 저축성 상품에 비해 초기 사업비 규모가 커 영업비용이 증가한다. 위험보험료가 늘어남에 따라 책임준비금 전입액도 늘어나 당기순손익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적에 반영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단기적인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금융당국의 규제강화도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8월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보장성 상품의 신계약비를 낮추는 방향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계약비는 보험상품 판매에 소요되는 인건비, 설계사 수당·시책(인센티브), 계약조달비 등으로 사업비 구성 비중 가운데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비는 매월 납입한 보험료에서 차감되며 보장성 상품의 사업비는 보험료 대비 20% 정도다. 이 사업비 대부분은 신계약비로 구성돼있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모집수당·수수료 등 신계약비가 줄어들게 되면 소비자들이 납입하는 보험료는 줄어들지만 고객을 상대하는 설계사들의 상품 판매 유인이 떨어져 매출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금융위 조치가 보장성 상품 판매로 전략을 바꾼 보험사들의 영업 위축을 가져오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결국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고 교보생명은 다시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 신규 경쟁자 출현, 경쟁사 CM채널 강화 강화...교보생명 지원 '밑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상황도 교보생명의 교보라이프플래닛 지원을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만들 확률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는 제2차 정례회의를 열고 또 다른 인터넷전문보험사 '인핏손해보험(가칭)' 설립을 예비허가했다.

 

'인핏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75.1%), SK텔레콤(9.9%), 알토스펀드(9.9%), 현대자동차(5.1%) 등이 자본금 총 85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신규 인터넷전문보험사다.

 

금융위로부터 본허가가 떨어지면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고객 실생활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보험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한화 손보가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인터넷전문보험사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 손보가 신규 인터넷전문보험사를 시장에 안착시킨 뒤 호실적을 거두게 된다면 대형보험사들도 제2·3의 인터넷전문보험사를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어 "이는 곧 인터넷전문보험시장에서도 경쟁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게도 향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들의 CM(사이버 마케팅)채널 강화 추세도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지난달 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25개 생명보험사의 CM채널 모집 초회보험료는 모두 107억6천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 증가한 수준이다. 작년 9월까지 집계한 삼성·현대·DB 등 10개 손보사의 CM채널 원수보험료도 2조3천10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대비 크게 증가했다. 원수보험료는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계약자로부터 직접 받아들인 보험료다.

 

작년 상반기 교보라이프플래닛의 CM채널 수입보험료는 23억원으로 삼성생명(11억원)과 한화생명(11억원)을 앞섰다. 또 수입보험료는 43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91.9% 증가했다.

 

그러나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작년 상반기 6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운용자산이익률도 3.2%로 당시 업계 평균 수준인 3.7%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와중에 한화생명은 인터넷 전용 채널 온슈어를 내세워 매년 150% 성장을 기록 중이며 지난 2018년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80만명을 돌파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환급률이 높고 장기유지 보너스 혜택을 부여하는 인터넷 연금보험을 대표 상품으로 온라인 채널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농협생명도 작년 4월부터 CM채널 강화를 위해 2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한 뒤 사업자를 입찰·선정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인터넷전문보험사로서의 교보라이프플래닛 입지를 흔들고 있다.

 

◎ 교보생명의 흡수합병론 등장...난제 해결 위한 신창재 회장의 선택은?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살리기 위해선 교보생명과의 합병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은 교보생명이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추가 유상증자에 호응해 또 다시 출자한다면 이는 '언 발에 오줌 눗기'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최근 NICE신용평가가 보험사들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교보생명은 잠재위험군에 속해 있다.

 

잠재위험군은 현재 자본관리 능력은 우수하나 보험부채 추가적립부담이 과도해 IFRS17 도입에 대비해 선제적 준비가 필요한 보험사들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교보생명을 비롯한 삼성‧한화‧메트라이프 생명과 처브라이프가 속해 있다.

 

뿐만아니라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해 10월 모기업 교보생명 이외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AIA생명 CMO(Chief Marketing Officer)를 영입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투자 유치 소식은 전무하다.

 

이 때문에 업계 일부에선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영업양도양수를 통한 흡수합병이야말로 최선의 방안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교보생명을 뺀 경쟁사들은 모두 온라인 채널을 사업부로 운영하는데 합병이 이뤄지면 중복비용 절감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발생한다는 게 이유다.

 

비슷한 예로 지난 2015년 현대해상이 자회사인 현대하이카다이렉트보험을 합병한 사례를 들 수 있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보험은 지난 2014년 말 법적 지급여력 비율(RBC) 기준인 100%를 지키지 못해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현대하이카다이렉트보험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계속해서 지급여력 비율이 150%에도 이르지 못해 수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결국 현대해상은 2015년 6월 현대하이카다이렉트보험을 흡수합병했고 4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같은 사례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교보생명도 현대해상과 같은 절차에 나서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간 합병설이 등장할 때 마다 교보생명 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대한 교보생명의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치로 순간 손실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인수해 회사 내 온라인 사업부로 신설하게 되면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보험사라는 상징성이 무색해지게 된다"며 "교보생명 측에선 다른 계열사와 달리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흡수합병은 전적으로 신창재 회장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며 "아직까지 손실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돼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이 보험과 접목되면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해 합병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손실이 올해나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신 회장이 결단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출범하면서 5년 내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과 자본금 축소, IFRS17 도입 등 보험시장 환경 변화로 흑자전환 목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올해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성공적인 체질 개선을 달성할 지 여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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