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간부가 직원들을 상대로 개인 소신 보다는 회사 및 상사 지시에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서명토록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에 휩싸였다.
4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포항 제철소 전기강판부 2공장장 A씨는 작년 12월 20일 경 압연 현장에서 근무하는 주임들에게 새로 부임하는 파트장에게 최선을 다해 보필해 줄 것과 개인 소신 보다는 파트장 지시에 무조건 따르라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작성한 뒤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A씨는 현장 주임 6명에게 해당 문서에 직접 자필로 부서명, 이름, 서명 등을 남기라고 요구했고 이들 현장 주임은 실제 이를 모두 기재했다.
해당 문서는 '주임 용퇴 신청서'라는 제목의 문서로 "새로 선임되는 파트장이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압연 주임의 한 사람으로써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한 해당 문서에는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문구도 적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서에는 "합리적인 업무지시는 물론 회사의 정책과 관련된 지시가 저의 소신과 다르다 하여도 직책의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파트장의 지시에 무조건 따를 것을 약속하며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주임 직책을 후배에게 양보하고 백의 종군할 것을 서약합니다"라고 기재돼 있다.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제철소 내 어느 부서를 확인해 봐도 공장장이 주도해 주임 자진 용퇴 서약서를 이렇게 받는 경우는 없는 걸로 확인했다"며 "이는 분명 우월적 지위 및 인사권 남용을 통한 갑질 행위이자 힘 희롱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A씨가 압연 현장 주임들로부터 지난 2월 중순 경 해당 문서 서명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에 노조는 회사측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관련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현재 조사 중이라는 답변 외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측은 웹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지난 2일 해당 사안이 정도경영실에 접수됐다"며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으며 결과가 나오는 데로 곧 공지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경찰 사건과 비슷하게 당사자의 신고 및 진정이 있어야 조사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누가 봐도 혐의점이 확실하고 사회적 이슈가 클 때는 신고나 진정 없이 현장에 조사관을 파견해 해당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포함되는지 조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노무사는 "관련 법 위반 여부는 이러한 서약서를 작성하게 된 정황이나 사안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자세히 파악해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개인 소신 보다는 회사지시나 정책 등을 우선적으로 강요한 문구는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실제 개인 양심을 위반한 채 반성문 작성을 강요할 수 없다는 판례가 존재한다"며 "따라서 문제가 되는 강요 문구는 개인 양심의 자유침해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작년 7월 취임 당시 "기업도 인격(人格)을 갖춘 주체가 돼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사회 한 구성원으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임 1년도 지나지 않아 직원의 양심 보다 회사 정책을 우선시 하는 '충성서약' 논란이 발생함에 따라 최 회장의 공언은 실속 없는 허언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