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청년 및 여성층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가 사회적 소외계층인 장애인들의 일자리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인사혁신처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2회 중증장애인 공무원 소통간담회'에서는 장애인 채용과 관련해 뚜렷한 대책이 없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이날 한 참석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기피 등으로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작 채용이 되더라도 주로 하위직급(8·9급)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처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정부가 채용한 장애인은 2만1천531명(2.88%)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3.2%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금융공공기관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의 최근 6년간 장애인 채용 현황은 정부의 무관심을 여실히 대변하는 사례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 이하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작년 4분기말까지 기보가 신규 채용한 장애인 수는 단 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보는 지난 2013년 단 한명의 장애인을 신규 채용한 후 2014·2015년 동안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다가 2016년에서야 3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후 지난 2017년과 작년 4분기말까지 신규 장애인 채용은 없는 상태다.
이에 반해 청년층 신규채용자수는 지난 2013년 31명을 시작으로 2014년 43명, 2015년 38명, 2016년 40명으로 4년 간 평균 38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정권이 교체된 지난 2017년부터 75명, 지난해 4분기말 104명까지 대폭 증가했다.
여성층과 비수도권 지역인재 신규채용자수도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여성층 신규채용자수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평균 15,25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2017년 29명, 작년 4분기말에는 47명으로 늘어났다.
비수도권 지역인재 신규채용자수 역시 지난 2015년 17명 수준에서 2016년 22명, 2017명 33명, 2018년 4분기말 49명으로 점점 증가했다.
기보의 인턴채용 현황을 살펴봐도 장애인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2013년 체험형 인턴 총 74명 중 장애인은 27명으로 비율이 높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2014년 채용한 체험형 인턴 총 47명 가운데 장애인 비중은 4명에 불과했고 2015년에는 총 52명 중 7명만 장애인이었다.
상황은 계속 악화돼 2016년에는 62명 중 10명만 장애인이었고 2017년에는 소폭 증가해 62명 가운데 13명이 장애인 인턴이었다. 그러나 가장 인턴 채용이 많았던 2018년 4분기말에는 총 114명 가운데 장애인은 15명에 불과했다.
채용을 염두에 두고 뽑는 채용형 인턴에서 장애인은 아예 염두에도 없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기보는 같은 해 채용형 인턴을 최초로 14명 채용했다. 하지만 14명 중 장애인은 0명으로 장애인은 채용형 인턴 채용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지난 12일에도 기보는 공식 홈페이지 및 알리오 등을 통해 '2019년 기술보증기금 장애인 체험형 청년인턴 채용공고'를 발표했다.
하지만 체험형 인턴은 5개월 근무기간 후 평가결과에 따라 6개월 연장 가능할 뿐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한 인턴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보가 장애인 채용에는 관심없고 대신 단기간 인턴직으로만 채용해 법적 규정을 맞추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행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개발법'상 공공기관·지방공단 등은 정원 대비 3.4%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면 해당 기관장은 매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작년 10월 국감 당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공공기관이 고용부에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5년 새 2.5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 143개 공공기관이 평균 4천650만원씩 총 66억5천400만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했고 5년 뒤인 2017년에는 174개 공공기관이 평균 9천630만원씩 총 167억6천200만원의 부담금을 납부했다.
의무고용률 기준은 정규직·비정규직·인턴 등을 따로 구분하지 않은 채 고용 상황만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기보는 장애인들을 단기간 인턴직에 채용함으로써 다른 공공기관들이 천문학적으로 지출했던 고용부담금 지급을 회피할 수 있었다.
기보의 신입사원 초임은 기본급에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비를 모두 더했을 때 지난 2013년 3천645만원을 기록했다. 5년 뒤인 지난 2017년에는 4천38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은 2013년 7천907만원, 2014년 8천60만원, 2015년 8천389만원, 2016년 8천884만원, 2017년 8천905만원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월급쟁이들로부터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꼽히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처럼 고액연봉을 받고 있는 기보의 임직원들 중에 장애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보가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작년 국감에서 일부 공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피하기 위해 예산에 고용부담금 항목을 책정한 부분이 지적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채용비리로 인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능력 위주의 블라인드 채용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신체적 능력 등 여러 항목이 전부 포함되는데 장애인과 일반인간 단순 비교시 블라인드 채용에서 장애인은 밀려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채용과 관련해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그동안 장애인 채용에 관심없던 기보가 올해 갑자기 장애인 채용을 늘릴 가능성은 적어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