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에 광고비와 무상수리비용 등을 떠넘겨 '갑질'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 심의를 받고 있는 애플이 자진시정에 나서기로 했다.
4일 공정위는 애플이 지난달 4일 자사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등에 대한 심의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의 조사나 심의를 받고 있는 사업자가 자발적 시정 방안을 제시해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 없이 사건 종결을 요청하는 제도다.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은 국내 통신 3사에게 수천억대의 광고비와 제품 무상 수리비용 등을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애플은 통신 3사와 광고기금을 조성해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한 뒤 자사 정책에 맞춰 광고를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애플의 엄격한 광고 정책 때문에 통신 3사의 로고는 광고 마지막에 잠시 노출되는 것이 전부다. 통신 3사 입장에선 자사 보다는 애플에 도움이 되는 광고를 떠맡게 된 셈이다. 이밖에 애플은 통신 3사에게도 무상수리 비용을 부담토록하거나 대리점에 전시되는 단말기 구입비용 및 전시비용을 대리점에 부담시켜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내부 전원회의(법원의 1심 재판에 해당)에 애플의 갑질 행위 관련 안건을 상정시켜 지난해 12월, 올해 1월과 3월 등 총 세 차례 전원회의 심의를 시행했다.
당초 심의에서 애플은 자사의 협상력이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은 ‘갑’의 위치에 있지 않으며 광고기금 조성은 아이폰 브랜드 유지 차원의 관여라는 것이다.
반면 공정위는 애플의 광고활동 관여 행위가 브랜딩 전략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광고기금도 통신사의 서비스 이윤을 착취하는 추가적인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사안의 민감성과 양측의 의견 대립으로 세 차례의 전원회의 심사에서도 공정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애플이 먼저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자진시정에 나섰다.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함에 따라 심의는 일단 중단된다.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서에는 거래질서 회복을 위한 방안과 소비자나 다른 사업자의 피해 예방과 구제와 관련한 기금 등의 상생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애플은 위법 여부의 확정 없이 신속하게 사건을 종료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심의가 다시 재개된다. 전원회의에서 애플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과징금 규모는 1000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공정위는 퀄컴(2016년)·현대모비스(2017년)·LS(2018년)·골프존(2018년) 등의 사례에서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