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국내 2위의 커피·디저트 전문 프렌차이즈 투썸플레이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목숨을 끊은 투썸플레이스 11년차 과장급 직원의 유족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부당한 인사발령과 직장 내 압력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유족들은 직장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이 극단적 선택을 이끈 원인이라 지목하고 있다.
◇ 유족 측 “합당한 처벌 원해”...회사 측 “도의적 책임지겠지만 괴롭힘 정황 없어”
지난 14일 세계일보는 주식회사 투썸플레이스에서 근무하던 송씨(사망 당시 32세·여)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지난달 총 9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7년 10월 CJ푸드빌에 입사한 후 지난해 10월까지 투썸플레이스 매장의 영업 및 품질·위생관리 업무 등을 수행했던 송씨는 지난해 4월 팀장으로 부임한 새로운 상사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새로운 팀장은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할 각종 보고서 작성을 A씨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택에서도 새벽까지 업무를 이어갔고 팀장의 과도한 업무 지시에 입사 이래 처음으로 무단결근을 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송씨는 무단결근 이후 사유서를 작성하라는 팀장의 요구에 '팀장의 문제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자 팀장은 송씨에게 ‘직급 강등시키기 전에 (결근사유서를) 똑바로 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송씨의 직책은 다른 직원에게 넘어갔고, 송씨는 팀장의 부당한 지시와 모욕감을 견디다 못해 지난 2018년 10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유족 측은 밝혔다.
유족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팀장은 송씨에게 그룹 위생점검기간 중 팥빙수 200인분 샘플링 준비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씨가 가족에게 보낸 카카오톡 대화에는 ‘위생점검에 걸리면 (자신을) 사람취급도 안 할 거면서’라며 팀장의 압박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유족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라온 김윤호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당초 유가족이 원했던 것은 해당 팀장의 징계와 회사 측의 사과”라며 “투썸플레이스 측이 해당 팀장에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아 소송까지 가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투썸플레이스는 “도의적 책임은 지겠지만 송씨가 소속된 팀의 직원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린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유족들의 주장만으로 해당 팀장에게 징계를 내릴 시 이 또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형사처벌 규정 없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지난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력이 단초가 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지난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혹은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이 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 다만 괴롭힘 사실을 알린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시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만 담겨있다. 유족 측이 밝힌 송씨의 사례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해당한다 치더라도 가해자를 처벌 할 수 있는 규정은 없는 것이다. 현재 유족 측은 투썸플레이스를 상대로한 손배소 청구에 이어 팀장의 행위가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 고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재무통’ 이영상 신임 대표, 리더십 발휘 가능할까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며 이영상 투썸플레이스 신임 대표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CJ푸드빌은 지난해 2월 투썸플레이스를 홍콩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지분 40%를 매각한데 이어 지난 6월 남은 지분 가운데 45%를 추가 매각해 경영권을 넘겼다. 경영권을 확보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6월부터 이영상 전 오비맥주 부사장을 투썸플레이스 CEO로 영입해 전문경영인 체재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신임 대표는 연세대와 와튼스쿨 MBA를 졸업하고 오비맥주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사내이사를 맡은 바 있는 재무·회계 전문가다.
투썸플레이스 측은 ‘재무통’으로 알려진 이 신임 대표를 영입해 투썸플레이스의 새 성장동력을 찾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내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인 ‘직원’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갖고 있는 동력마저 관리를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투썸플레이스는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유족과 어떠한 합의점에도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1위 사업자 스타벅스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블루보틀 등 새로운 커피 프랜차이즈들 또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 신임 대표의 리더십이 본 사건의 합리적 해결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