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LG전자는 지난 7월 24일 수(水)처리 관련 자회사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수처리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2020년까지 해당 분야 글로벌 1위를 목표하던 LG전자가 8년여 만에 사업을 접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부임한 구광모 회장은 그룹 내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비주력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룹 기조를 위해 그간 키워온 알짜 사업을 쉽게 내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8년간 성장시킨 수처리사업...‘테크로스’에 매각
LG전자의 수처리사업 진출은 지난 2011년 말 대우건설로부터 하이엔텍을 600억원에 인수하며 시작됐다. 하이엔텍을 인수한 이듬해 1월에는 일본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와 합작해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설립했다.
LG전자의 수처리 관련 두 기업은 2012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며, 느리지만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왔다. 산업폐수 설계, 구매 및 시공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영위하는 하이엔텍은 지난해 매출 1555억원, 영업이익 1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11.3%, 31.2% 증가한 수치며, 2012년과 비교 시 매출은 318%, 영업이익은 214% 신장했다.
상·하수와 산업용 용수를 처리하기 위한 EPC(설계·조달·건설)를 주력으로 하는 LG히타치워터솔루션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4178억원, 36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5.0%, 10.5% 성장했다.
계열사 내 나름 알짜 역할을 하고 있던 수처리사업을 인수한 기업은 지난 2000년 설립된 ‘테크로스’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가전업체 ‘쿠첸’으로 유명한 부방그룹의 관계사다. 테크로스는 화물선의 ‘평형수’(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입되는 바닷물)를 내보낼 때 살균처리 과정을 담당하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MS)를 개발하는 회사다.
◆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그룹 사업구조 개편에 동참?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중요 관심사로 대두되며 수처리 시장 또한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시장조사기관은 2025년 수처리 시장의 규모가 약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LG전자가 서둘러 해당 사업을 매각한 이유는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부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LG는 자동차 전장부품·인공지능(AI)·로봇 등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에 맞춰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CES에서 “인공지능(AI)·자율주행·로봇 관련 50군데 정도를 인수합병(M&A) 대상에 염두하고 있다”며 “조인트 벤처, 투자 등 다양한 방법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의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 거래가는 2500억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프리미엄 가전을 키운 성과를 인정받으며 그룹 내 핵심 참모로 떠오른 조 부회장이 구광모 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시세보다 싼 값에 매각을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집중 투자·육성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을 매각한 것”이라면서도 “조 부회장이 구 회장의 그룹 사업구조 재편에 맞춰 그간 키워온 수처리사업을 급하게 매각한 감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