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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양지사 이배구 회장 일가, 일감몰아주기 가족회사 통해 거액 배당금 '꿀꺽'

만성적자 명지문화, 오너가 지분 100%인 사실상 사기업...11년간 무려 180억 배당

 

[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양지사’는 지난 1976년 9월 이배구 회장에 의해 설립된 국내 토종 문구업체다. 다이어리, 수첩 등을 생산하는 양지사는 설립 후 2년만인 1978년 호주로 첫 수출을 시작했고 1985년에는 미국 뉴욕에 사무소까지 설치하며 지속적인 성장 가도를 달렸다. 이 회장은 1987년 도서 및 인쇄물의 제본 전문 회사인 ‘명지문화’를 설립해 본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고, 양지사 또한 끊임없는 제품 개발을 이어가 현재 수첩 및 다이어리 부문 국내 1위 점유율을 갖고 있다.

 

오너일가 지분 75.53% ‘품절주’된 양지사...경영 승계는 차남에게

 

1996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양지사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5.53%에 달하는 전형적인 오너일가 지배기업이다. 이 회장(40.49%)과 두 아들의 지분(35.04%), 그리고 자사주(14.04%)를 제외할 시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양지사 주식은 10.43%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로 증권가에서는 양지사 주식을 ‘품절주(시중 유통량이 적어 주가 변동이 큰 주식)’로 칭하기도 한다.

 

장남 이진 씨는 지난 2004년부터 이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를 역임했지만 2012년 돌연 경영에서 물러나 동생 이현 씨에게 대표 직함을 내주게 된다. 같은해 차남 이현 씨는 양지사 지분을 2.58%까지 늘렸고, 다음해 2013년 이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아 현재 13.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1.07% 지분을 갖고 있는 2대주주 장남 이진 씨는 현재 회사 일에 관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실질적 경영 승계는 차남 이현 씨에게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이 설립한 ‘명지문화’도 지난 2003년부터 차남 이현 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양지사와 함께 경기 김포양촌산업단지에 위치하고 있는 명지문화는 이 회장(60.81%)과 차남 이현 씨(33.78%), 장남 이진 씨(5.41%)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 기업이다.

 

◆ 가족 기업 명지문화, 11년간 누적 영업손실 90억원...배당금은 180억원 지급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회장과 두 아들이 양지사와 명지문화를 통해 매년 거액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양지사는 2011년까지(6월 기준) 40~60억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다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2012년 영업이익 28억을 기록하며 하락 변곡점에 들어선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그해 양지사는 무려 약 20억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지속적인 영업이익 감소로 2015년에는 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다음해 곧바로 회복세를 보이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다시 점진적 우상향을 거친 양지사는 올해(6월 기준) 매출 530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외 배당금으로는 회사 매출 및 영업이익과 무관하게 매년 6억8700만원이 지급됐다.

 

이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인 명지문화의 경우 배당금 액수가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명지문화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약 2억원을 배당했으나, 2013년 10배 증가한 20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한다. 이어 2014년 50억원(연차배당 20억·중간배당 30억), 2015년 60억(연차배당 30억·중간배당 30억)으로 배당액이 증가했다. 2016년에는 6억원으로 배당이 줄었지만 2017년 23억으로 다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5억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11년간 이 회장 일가 주머니로 들어간 배당금만 185억6800여만원이다.

 

문제는 명지문화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비해 배당금 책정이 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명지문화의 매출은 25억원으로 2008년(118억) 대비 78.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09년을 제외하고는 전부 적자를 기록했다. 11년간(2008~2018년) 명지문화에 누적된 영업손실은 90억원에 달하지만 같은 기간 오너 일가에 지급된 배당금은 18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농심에 부지 매각 후 이익잉여금 증가...양지사 “적법한 절차 따라 이뤄진 것...문제없어”

 

명지문화가 지속된 적자에도 이 회장 일가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2011년 급격히 늘어난 이익잉여금 때문이다. 이익잉여금은 회사가 손익거래로부터 발생한 잉여금을 말한다. 명지문화는 지난 2002년 92억9000만원에 매입한 가산동 토지와 건물을 2011년 ㈜농심에 420억원을 받고 매각한 뒤 양지사와 함께 김포양촌지구로 본사 및 공장을 이전한다. 이를 계기로 2010년 128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2011년 412억원으로 급증했고, 이는 매년 거액의 배당금으로 바뀌어 이 회장의 일가 호주머니를 불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명지문화의 이익잉여금은 200억원으로 2011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상태다.

 

명지문화의 매출에서 양지사가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2013년부터 급증한 것도 이목을 끈다. 2012년 양지사와 내부거래로 인한 매출은 3%에 불과했지만 2013년 53%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매출의 59%가 양지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이에 양지사 관계자는 “양지사를 통해 이뤄진 배당은 회사의 여력에 맞게 지급하는 것”이며 “이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75.53%지만 다른 코스닥 상장사에 비해 임원 보수가 적고, 자사는 10.4% 주주들의 이익 또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지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이 회장과 장남 이 대표의 보수는 각 1억3500만원이다.

 

적자에도 불구 이 회장 일가에 거액 배당을 지급하고 있는 명지문화에 대해서는 “당사에서는 단순한 거래처 중 한 곳으로 알고 있어 답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토지 매각 이후 발생한 이익잉여금 증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당 주주(이 회장 일가)에 배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명지문화가 지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 일가에 과도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이익잉여금이 감소하는 것은 기업 내부의 자원을 유출시켜 투자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