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DNA 응용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반영구적이며 유지 비용이 적게 드는 DNA 기반 저장 방식이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DNA 파일 접근 기술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 메모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데이터 집적도를 ‘데이터 센터’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신소재공학과 최영재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권성훈 교수, ㈜에이티지라이프텍 연구팀과 공동으로 ‘순환적 DNA 합성 및 선택’ 방식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DNA 데이터 내 특정 파일을 보다 정밀하게 찾아내고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다.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혼성화 캡처(Hybridization Capture) 등 기존의 DNA 파일 접근 기술은 특정 DNA를 증폭하거나 물리적으로 분리하기 위해 서로 다른 프라이머를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프라이머는 최소 20개의 염기를 포함해야 하며, 이 때문에 특정 DNA를 인식하려면 긴 서열을 추가적으로 할당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또한, 구분해야 하는 DNA 파일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이를 구별하기 위한 프라이머 설계 및 합성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프라이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효율적으로 DNA 파일을 식별하고 저장할 수 있으며, 다양한 데이터 규모와 복잡한 구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생화학적 방식이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순환적 DNA 합성 및 선택’ 기술은 단일 염기 수준의 바코드를 활용하여 프라이머 없이도 DNA 파일을 계층 구조(계층적 선택 방식)로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컴퓨터의 폴더 탐색 방식과 유사한 개념으로, 기존 PCR 방식 대비 비용이 10배 절감되고 접근 효율은 3배 이상 향상되었다. 또한, 구분할 수 있는 DNA 파일의 수가 최소 7400만 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정 DNA 파일을 제거하고 새로운 DNA 파일을 삽입하는 등 파일 교체도 가능해졌다.
기존 PCR 방식에서는 DNA 파일마다 별도의 프라이머(최소 20개 염기) 한 쌍을 설계하고 합성해야 했지만, 이 기술은 4개의 염기만으로 특정 DNA 파일에 접근할 수 있다.
이때, 염기의 개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론적으로 4n 개의 DNA 파일을 구분할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4개 염기의 바코드는 256종의 DNA 파일을, 8개 염기의 바코드는 65,536종의 DNA 파일을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프라이머의 길이인 20개의 염기를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4,150억 개의 하위 집합을 인코딩할 수 있다.
최영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프라이머 없이도 특정 DNA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여 계층적 바코드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기존 PCR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바코드 설계 최적화 및 자동화된 시스템과 결합하면 차세대 DNA 파일 접근 기술로서 DNA 기반 저장 시스템 상용화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GIST 신소재공학과 최영재 교수가 지도하고 김우진 석박통합과정생과 고윤혜 석사과정생이 함께 수행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TEAM연구사업(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025년 2월 12일 온라인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