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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산교육청학교 [학교 현장 미담] 계절을 노래하고, 마음을 안아주는 학생 시인

상진초 5학년 전채아 학생 인터뷰

 

(웹이코노미) 울산 동구의 버스정류장엔 초등학생들이 쓴 시가 걸려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시를 쓴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이다.

 

[계절들의 시간]

 

봄은 짧아 그래서 눈물이 뚝 떨어져

벚꽃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져

여름은 봄과 반대야

여름은 점점 시간이 길어져

여름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

가을은…

말하려 하다가 사라졌어

가을은 봄보다 눈물이 더 떨어져

겨울은 여름과 친구야

여름과 같이 시간이 늘어나

그래서 얼굴에 미소가 지어져

 

상진초등학교 전채아 학생이 쓴 이 시는 계절의 변화를 학생의 순수한 마음으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는 지난해 동구 지역 초등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다.

 

학생들이 쓴 시 가운데 우수작품을 뽑아 시화로 제작해 동구 지역 버스정류장 12곳에 전시했다.

 

전채아 학생이 쓴 ‘계절들이 시간’도 지난해 버스정류장에 전시돼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 시민은 “봄의 짧음을 ‘눈물’로, 여름과 겨울의 길어짐을 ‘입꼬리가 올라가고 미소가 지어진다’라고 표현해 방학을 기다리는 학생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올해 5학년이 된 전채아 학생은 ‘괜찮아’라는 시로 또 한 번 버스정류장에 시화가 전시됐다.

 

[괜찮아]

 

혼자라고 느껴질 때도 괜찮아

구름도 가끔 혼자 떠다니니까…

실수해도 괜찮아

연필도 지우개 친구가 있잖아

천천히 가도 괜찮아

달팽이도 끝까지 가잖아

눈물이 나도 괜찮아

눈물 뒤엔 무지개가 피어나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정말 괜찮아

네가 내 마음을 안아주면

더더욱 괜찮아

 

실수, 느림, 외로움, 눈물까지도 있는 그대로 끌어안으며 “네가 내 마음을 안아주면 더더욱 괜찮아”라고 노래하는 이 시는, 깊은 공감과 위로의 언어로 가득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 어린 시인은 계절의 변화, 일상의 감정, 그리고 위로와 희망을 시로 빚어내며, 또래 친구들에게는 용기를 주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순수함을 일깨워 준다.

 

버스정류장에서 채아 학생의 시를 읽은 시민들은 정보무늬를 활용해 인터넷에 학생의 시에 다양한 응원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한 시민은 “문장들이 일상 속의 불안을 녹여 안심하고 웃게 도와줍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전했다.

 

전채아 학생은 1학년 때는 책 읽기를 싫어했지만, 만화책과 동화책을 하나씩 읽으면서 점차 책 읽는 습관을 들였고, 지금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마다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며 책을 읽는다.

 

일주일에 평균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독서왕이다.

 

자신의 시가 버스정류장에 전시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는 "꿈에도 몰랐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시를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을 더 좋아하며, 특히 윤동주 시인의 ‘반딧불’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이 그믐밤 반딧불을 부서진 달조각으로 표현한 것에 매료됐다.

 

이후 반복적인 문장으로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는 시의 방식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하는 채아 학생은, 시를 쓸 때 주제 선정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저는 시를 쓸 때는 저와 관련된 일을 주제로 쓰기에, 주제 선정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완성된 시를 읽으며 공감하는 데서 큰 즐거움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괜찮아’라는 시도 저의 우울함과 슬픔을 위로하려고 썼어요. 다 쓰고 읽어보면서 어느새 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채아 학생은 “시 쓰기를 하면서 어휘력이 한 단계 상승했다”라며, 자신만의 글쓰기 비결로 일기 쓰기를 추천했다.

 

채아 학생의 담임을 맡고 있는 황지범 교사는 채아를 “털털한 성격에 묵묵히 자기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라며 “특히 독서 습관이 잘 잡혀 있고, 사춘기 여학생답게 말수가 적지만, 선생님께 편지도 써주고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도 전하며 유대관계를 잘 맺는 학생”이라고 전했다.

 

전채아 학생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 지역사회와 교육청이 함께 만들어 가는 독서문화의 결실이다.

 

특히 울산교육청은 올해 ‘일상에서 책 읽는 울산 학생’이라는 비전 아래, 학생저자책 공모전, 아침 15분 독서, 온책읽기활동, 시낭송 대회,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재능을 세상에 펼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 학생저자책 사업은 공모전 수상작을 정식으로 출판하고 전자책으로도 제작해 학교에 보급하는 등 학생들의 꿈을 실질적으로 응원하는 정책이다.

 

전채아 학생의 사례가 울산의 모든 학생과 시민에게 따뜻한 영감이 되도록 울산교육청은 앞으로도 학생 한 명 한 명의 재능이 꽃피울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