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올해 1분기 매출 2조3569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삼성SDS가 ‘배당오류’ 사태를 일으켰던 삼성증권으로부터 일감을 몰아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악재가 지난해 11월 2일 내정돼 아직 임기 1년도 못 채운 홍원표 사장에게 어떤 변수로 작용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당오류’ 사태를 검사하던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8일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검사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5년간 삼성증권이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를 삼성SDS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삼성증권이 삼성SDS와 체결한 위탁계약 중 91%가 수의계약임에 따라 계열사 부당지원 즉 ‘일감몰아주기’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이 “삼성증권이 삼성SDS와 체결한 수의계약 98건 모두 단일견적서로만 체결됐으며 수의계약 사유도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말함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금감원은 삼성SDS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정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하겠다고 전하 바 있다.
삼성SDS의 경우 삼성증권 뿐만 아니라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와의 내부거래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S의 2017년 12월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SDS는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통해 2조16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체 특수관계자와의 총매출액 6조8360억원 가운데 31.6%를 차지한다.
전체 매출액 9조2992억원과 비교시 23%를 차지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 해외법인, 종속기업 등과 삼성SDS간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 규모는 해마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4년 5조4000억원에서 2015년 5조3000억원으로 잠깐 주춤하다가 1년 뒤인 2016년 6조원으로 7000억원 가량이 늘었다. 작년에는 6조8360억원을 기록해 2015년 이후 2년만에 1조5000억원의 매출신장을 이뤄냈다.
삼성SDS의 매출이 삼성전자 및 종속기업 등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해마다 늘어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호황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거나 설비 라인을 확장할 경우 전산망을 담당하는 삼성SDS의 매출도 덩달아 오른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3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설에 29조5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당시 V낸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 1라인 증설과 D램 공정전환을 위한 투자, 10나노 공정 생산라인 증설에 투자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같은 해 4분기에는 반도체 시설 신규 부지 조성, 클린룸 공사 등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할 방침이라고 알린 바 있다.
또한 지난 2월 8일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에 3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2단지 설립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큰 삼성SDS는 올해에도 매출액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감원이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를 내부통제시스템 미비와 전산시스템 관리부실로 결론 내림에 따라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 계약의 72%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S의 보안 관리 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삼성SDS는 이미 지난해 10월 삼성생명·삼성화재로부터 총 1조원을 받아 구축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켜 구설수에 올랐던 전적이 있다.
삼성생명·삼성화재는 각각 4000억원, 6000억원을 4년여간 투자해 삼성SDS가 신규 ERP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0월 신규 ERP를 오픈하자 ▲고객계좌에서 이미 보험금이 납부됐으나 시스템이 이를 오류로 여겨 고객에게 다시 지급하고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고 ▲임직원 급여와 보험설계사 수수료가 늦게 지급되거나 과소 지급되는 등 수 많은 오류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당시 삼성생명·삼성화재 고객센터와 보험설계사들은 빗발치는 고객들의 원성 전화를 상대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같은 사태를 지켜본 IT전문가는 “삼성SDS가 제조업에서 적용하던 삼성전자의 ERP를 금융·보험업종에 억지로 대입시킨 부작용일 가능성이 크다”며 “SAP 기반으로 설계된 ERP는 데이터의 정확성 및 일관성 유지·보증이 매우 뛰어나지만 완성 후 이를 변형시키는 작업은 새로 제작하는 작업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삼성SDS는 ERP 세계 1위 기업인 독일 SAP의 제품을 기반으로 ERP를 제작해 삼성전자 등에 적용하고 있다.
취임 5개월이 지난 홍원표 삼성SDS 대표의 급여 상승폭도 눈여겨 볼만하다. 홍 대표의 연봉은 지난 2016년 8억2700만원이었으나 대표이사에 오른 2017년에는 두배 가까이 오른 15억6200만원을 받아 쳥겼다.
당시 사업보고서는 ▲임원처우규정 ▲빅데이터·AI·블록체인 등을 통한 SDS의 미래성장 기반 확보 ▲솔루션 기반 대외사업 확대를 통해 2017년 매출 9조3000억원, 영업이익 8000억원 달성에 기여한 점 등을 감안해 윤 대표의 급여·상여금을 산정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삼성SDS의 사업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연관되어 있고 주 매출액이 삼성전자를 통해 달성되고 있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윤 대표가 추진한 신사업들이 삼성SDS에 기여했는지 여부는 좀 더 면밀한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10대 그룹 전문경영인(CEO)간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는 주주일가에 부당이익을 몰아주고 편법승계 등을 일으키는 잘못된 행위”라며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엄정한 제재 및 철저한 조사 등과 함께 제도적 개선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