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이달 1일부터 본격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는 가운데 경동나비엔이 이를 무시한 채 과다근로를 계속 시행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에 휩싸였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최근 ‘경동 나비엔 52시간 대응법’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다.
경동 나비엔 직원으로 추정되는 해당 글 게시자에 따르면 회사는 입사 전 “경동의 퇴근 시간은 오후 5시 30분”이라며 “포괄임금제로 야근비가 포함돼 있으나 이 제도는 언제 시행할 지 모르고 얼마 될지 모르는 야근을 미리 포함시켰을 뿐 야근을 무조건 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게시자는 “입사 후 회사가 포괄임금제 계약이니 야근하라며 지시했고 경동 누구도 오전 8시 30분 출근해 오후 5시 30분 퇴근해본 경험이 없을 것으로 장담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측이 ‘PC-OFF’제를 도입하면서 직원들과는 한 마디 상의 없이 오전 15분 오후 15분 휴게시간을 끼워 넣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후 PC-OFF제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고 사내홈페이지 로그인과 함께 뜨던 ‘상사 눈치 안보고 퇴근하기’ 등의 팝업창도 없어져 결국 임원들은 직원들에게 오후 7시 30분까지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회사측은 근로자대표도 회사 임의로 직원들과 합의없이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글에 의하면 회사 임원은 근로자대표를 지정하고 직원들에게 근로자대표 선정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하도록 지시했다. 또 이를 전사원에게 전달하고 다음날 대표자들을 불러 서명시켰다.
근로자대표 선정과 함께 당시 전 직원에게 전달된 내용은 ▲포괄임금제 고정 OT로 직원들 퇴근시간 오후 8시 30분 ▲주말근무비 5만원에서 2만원으로 삭감 ▲키보드·마우스 몇 분 이상 안 움직일시 근로시간 제외 ▲회의 등 업무로 인해 키보드·마우스 작동안해 업무시간 제외된 것은 SAP(근태 관리 프로세스) 신청해야 근로시간 인정 등이다.
이외에도 회사가 유연근무제를 공지했으나 전사원 집중근무시간을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로 설정해 사실상 무의미했다고 게시자는 지적했다.
또 자신의 근로시간 합계를 직원들이 임원에게 전달하도록 해 표면상 과도한 근로시간 관리를 시켰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일부 본부의 경우 오전 8시 30분 출근임에도 오전 8시 20분 출근한 직원들의 경우 지각으로 처리해 직원들을 압박했으며 1개월간 출근시간을 기록해 매월 임원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동 나비엔 측은 '웹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대로 유급 휴게시간 유지시 실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결과가 되어 회사의 생산성과 직원의 급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새롭게 휴게시간을 추가함에 따라 일 30분씩 추가 근로를 시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회사 입장에서도 실제 근로에 맞는 근로시간 관리를 진행할 수 있어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4월 PC-OFF제를 시행해 직원들에게 알림창을 띄워 지속적으로 근무 시간에 대한 부분을 환기해왔다"며 "다만 시스템 운용 도중 연장근로시 PC 사용을 승인을 받아야 해 불편을 느끼는 직원들도 있어 지난달말부터 알림창은 삭제하고 연장근로 시간이 긴 직원에 대해 HR팀에서 별도로 안내하도록 일부 운영방안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회사측은 "즉 현재도 PC-OFF제의 근로시간 관리는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들 스스로 주간단위 근로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다"고 전했다.
근로시간 변경과 관련해서는 "생산직의 경우 근로시간 감소는 연장근로수당 감소로 이어져 실질적 급여가 감소해 직원들도 적정 수준의 연장근로 시행을 원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주 52시간 범위 내에서 합의할 수 있는 근로시간을 설정하되 일부 직군에만 기준을 적용할 수 없어 관리직 등 다른 직군에도 최대 기준을 설정한 뒤 이에 대해 고정적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 현재 운영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관리직의 경우 20시 30분이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퇴근시간이 아니며 기본근로시간이 종료되는 6시 이후 개인별 업무 및 팀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퇴근 가능하다"며 퇴근시간 강제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경동 나비엔측은 키보드 및 마우스 사용이 없을 경우 직원들에 대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스템 상 마우스나 키보드를 조작하지 않는 시간 즉 IDLE 타임은 근무시간 관리에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며 "연장근로 시간에 긴 회의를 진행하거나 개인적인 사유로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등 혹시라도 불필요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지를 인사 관리 부서에서 확인하기 위한 참고자료로만 활용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근무시간 변경은 취업규칙을 개정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 현재 운영방안은 확정사항이 아니며 직원들과 협의를 거친 뒤 50%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효과가 있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