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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행 SK건설 부회장, ‘분식회계 유죄’ 이후 최대 위기…‘라오스 댐 붕괴’로 국감 호출?

 

[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4대강 입찰 담합 사면을 댓가로 공언한 공익법인 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작년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던 SK건설 조기행 부회장이 지난 7월 붕괴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건과 관련해 오는 10월 국감 증인으로 선정돼 출석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SK건설은 사고 초기 댐 붕괴가 아닌 집중호우로 인한 유실이라며 지난 7월 22일 이를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사고 4일 전인 같은 달 19일 라오스 세남노이 보조댐 최상부가 11cm 정도 가라앉은 것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늑장대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 라오스 댐 붕괴사고로 인해 SK건설이 추진하던 연내 상장 계획은 현재 무기한 중지된 상태다. SK건설은 지난달까지 주관사 선정을 완료한 뒤 올해 안으로 상장 절차를 준비하는 게 목표였으나 라오스 댐 붕괴사고 관련 피해보상 문제로 인해 현재 상장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 댐 붕괴 사고 원인이 SK건설 부실시공으로 판단될 경우 SK건설은 천문학적 피해보상을 떠안게 된다. SK건설의 경우 한국전력공사 자회사 한국서부발전과 라오스‧태국 현지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합작사 PNPC를 세워 댐 공사를 진행해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PNPC는 약 7000억원대 규모의 건설공사보험에 가입된 상태로 이번 라오스 댐 붕괴사고가 재해로 판명되면 SK건설도 피해보상 금액 대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보험은 시공사의 부실공사 등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 따라서 라오스 댐 붕괴 사고가 SK건설 부실시공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면 사고 관련 보상 외에 피해를 입은 댐 주변 주민에 대한 인적‧물적 보상 모두 SK건설이 책임져야 한다.

 

지난 8월 라오스 현지 언론인 ‘비엔티안 타임스’는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라오스 손사이 시판돈 경제부총리가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사고는 댐에 생긴 균열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월 26일 라오스 캄마니 인티라스 에너지광산부 장관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규격 미달 공사와 예상 외의 폭우가 원인 같다”며 “보조댐에 균열이 있었고 이 사이로 물이 새어 붕괴 원인이 된 커다란 구멍이 댐에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 라오스 시민단체 요구 묵살한 SK건설

 

지난달 18일 라오스 현지 시민단체인 ‘라오스 댐 투자개발 감시단(LDIM)’ 및 태국‧캄보디아 시민활동가들은 한국 시민사회 TF와 함께 이날 오후 1시경 SK건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건설에 면담을 요청하고 책임있는 조치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지 상황과 요구사항을 자세히 전달하고 SK건설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으나 회사 뚜렷한 이유 없이 면담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고원인과 사고발생 후 SK건설이 취한 조치, 피해지역 복구‧재건 등을 위한 계획 여부에 등을 묻는 질의에 회사가 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DA)로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유상원조 시행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에서 955억원을 지원하고 SK건설이 이를 시공하는 민관협력사업(PPP)이기도 하다.

 

ODA는 정부나 지방정부‧공공기관이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수원국 리스트에 포함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이들 국가의 경제개발‧복지향상을 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이번 라오스 댐 붕괴사고가 부실로 판명될 경우 국가간 대외적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고 향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진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 취임 후 계속되는 부실시공 등 거듭되는 논란

 

조 부회장은 지난 2011년 SK건설 경영지원담당 사장에 올라 1년 뒤인 2012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후 지난 2016년 SK건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81년 입사한 그는 지난 1994년 SK경영기획실 경영지원팀을 시작으로 SK구조조정추진본부 재무팀장,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재무개선담당 상무·전무 등을 역임한 재무전문가이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같은 고려대 동문인 조 부회장은 지난 2003년 1조5600억원 규모의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최 회장이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자 그 역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게 됐다.

 

분식회계 사건 이후 지난 2004년 조 부회장이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재무개선담당 임원(상무)로 복귀하자 업계 일부에선 그가 최 회장 측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건설현장 실무에 문외한인 그가 지난 2012년 SK건설 대표에 오르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우려한 대로 조 부회장 취임한 이후 부실시공 문제가 수 차례 발생했다.

 

지난 2013년 SK건설이 시공을 맡은 부산 남북항대교 영도 연결도로 붕괴사고가 발생해 인부 4명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SK건설은 임시 지지대가 잘못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시멘트를 들이부었고 이 때문에 공사구간이 무너져 내렸다.

 

이에 지난 2014년 6월 22일 부산지법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SK건설 현장소장 신 모씨에 대해 징역 8월을 SK건설 현장부장 김 모씨는 금고 6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SK건설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모두 현장작업자로부터 하중을 지지해주는 거푸집인 동바리에 대한 문제점을 보고받았으나 누구하나 조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에는 SK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당산동 SKVI 센터 공사에서 건물 외벽이 골목길로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도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인근 주차돼있던 자동차가 파손됐다.

 

이 때 SK건설은 주변지역 안전을 위해 방음펜스 등을 설치하지 않고 방진망덮개만 설치해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6년 10월 경에는 SK건설이 공사 중이던 한국석유공사 비축기지 지하화 공사현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인 성도이앤지 소속 노동자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로 추정한 경찰은 한국석유공사 과장 1명, SK건설 부장 1명, 성도이앤지 현장소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뿐만아니라 SK건설 현장소장 6명, 석유공사 건설소장과 안전관리담당자 등 6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 조기행 부회장, 2회 연속 국감 증인대 오르나

 

이같은 상황 속에서 오는 10일부터 실시될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조 부회장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지난달 18일 ‘아시아타임즈’는 복수 국회 관계자 말을 인용해 국정감사에 조 부회장 및 라오스 댐 사업에 참여한 공기업 수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타임즈’는 모 의원실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 부회장의 국감 증인 신청을 검토 중이며 채택이 유력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출석한 바 있다. SK건설을 비롯해 GS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은 MB정부 당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공공공사 입찰 제한 처분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20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 출연을 조건으로 지난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받았다.

 

하지만 건설사 대부분은 3년이 지나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약속했던 출연금에도 한참 못미치는 금액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SK건설은 지난해 기준 2억원을 출연했다.

 

작년 국감에 참여한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 가치는 신뢰로부터 시작하는데 국민과의 약속조차 이행을 하지 않았다”며 “최초 자정 결의문대로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냐”고 지적했다.

 

당시 조 부회장은 “회사의 재무적 상태가 안좋았다”며 “건설사 모두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SK건설이 단독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한건설협회는 SK건설 등 4대강 담합에 연루됐던 개별 건설사로부터 이행계획서를 받아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실 관계자는 웹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대한건설협회로부터 전달 받은 사회공헌재단 이행계약서는 없다”며 “각 의원실로부터 여러 건설사 수장들이 국감 증인으로 신청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건설사는 경우 확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왜 사회공헌재단 설립에 출연해야 하냐는 입장을 펼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의원실에서 신청한 국감 증인 대상을 전체회의를 통해 국감 1주일 전 통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감 날짜가 점점 다가옴에 따라 조 부회장이 과연 증인대에 2회 연속으로 서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