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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이대훈 NH농협은행장, 호실적으로 최초 연임했지만 비정규직·서민금융은 ‘모르쇠’

 

[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지난해 12월 17일 NH농협금융지주(이하 ‘NH농협금융’)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임기 만료를 앞둔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추천 절차를 완료했다.

 

이 가운데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사상 첫 연임 행장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NH농협은행장은 임기가 1년으로 이 행장 외 연임에 성공한 행장은 단 한명도 없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18년 전년 대비 87.5% 증가한 순이익 1조2천226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당시 NH농협금융 임추위는 “이 행장은 지난 1년 동안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건강한 은행을 구현해냈고 은행 출범 후 최초로 연도 말 손익 1조원 돌파에 크게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면서 “중·장기 책임경영 유도를 위해 유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NH농협은행의 호실적이 김용환 전 NH농협금융 회장이 지난 2016년 상반기 단행한 빅배스(Big bath) 전략이 뿌리를 내려 얻게 된 효과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빅배스란 기업 및 은행이 부실자산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조치로 대표이사(행장) 교체 시 신임 행장의 부담을 덜고 실적 턴어라운드를 부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 작년 NH농협은행 호실적 견인차는 이대훈 행장 아닌 빅배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 2016년 1분기 894억원의 저조한 당기순익을 기록한 NH농협금융은 같은 해 2분기에 취약산업에 물린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이로 인해 NH농협금융은 지난 2016년 총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 1조6천780억원 중 상반기에만 1조3천589억원을 적립했다.

 

빅배스를 실시한 NH농협금융은 결국 2016년 상반기(1~6월) 당기순손실 2천13억원을 기록했고 충당금 직격탄을 맞은 NH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이 3천290억원에 달했다.

 

김 전 NH농협금융 회장의 빅배스 전략은 지난 2017년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NH농협금융은 2017년 당기순이익 8천598억원을 거뒀고 2018년에는 당기순이익 1조2천189억원을 올렸다.

 

2017년 당기순이익 6천521억원을 기록했던 NH농협은행도 지난해에는 거의 곱절 가까이 늘어난 1조2천22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서는 NH농협금융의 빅배스 전략이 성공하지 못했더라면 NH농협은행의 호실적도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국내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률...채용 과정서 차별도 존재

 

실적면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거뒀지만이 행장이 해결해야 할 누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지적됐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부실한 서민금융지원과 보안 이슈로 논란인 화웨이 통신망 설치 등이다.

 

작년 10월 국감 당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초 2년제 계약직 519명을 대상으로 정규직을 검토했으나 75% 가량 줄어든 13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그쳤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농협의 비정규직 100% 정규직 전환계획이 1년 만에 대폭 축소된 것은 농협에 대한 신뢰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농협이 비정규직 대책을 졸속으로 수립했거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NH농협은행의 비정규직 수는 약 2천970명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총 임직원 대비 18% 정도로 KB국민·신한 등 4대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이 평균 5%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NH농협은행의 정규직 채용방식과 비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 전환 방식에서의 차별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2월 1일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강조하며 350명을 대상으로 공개채용을 진행한 NH농협은행은 당시 “NH농협은행의 모든 전형은 블라인드방식”이라며 “학력‧연령‧전공‧자격 등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으로 진행된다”고 공지했다.

 

실제로 서류전형단계부터 블라인드 방식이 채택돼 입사지원서에는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대신 생일만 적도록 했고 인턴경험‧학력‧경력사항‧사회봉사 등은 자기소개서로 모두 대체됐다.

 

또 면접전형에서도 수험자가 본인 이름 대신 일련번호로 자신을 소개토록 하는 등 블라인드 채용을 이행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12일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 전환 시험에서는 정규직 공채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채용과정에서 입사지원서에 연령‧사진‧주소‧이름‧경력사항‧학력‧자격증‧연락처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이중 학력란에는 “2년제에서 4년제대학으로 편입한 경우 전문대란에 2년제 대학을 두번째 대학교란에 입학구분 ‘편입’을 선택”하라고 안내했다.

 

이밖에 전문대와 대학교(편입‧재입학) 기재란이 나뉘어 있고 모든 학기 평점을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기록하도록 했으며 심지어 고등학교 시절 각 학기별 석차 입력란도 존재했다.

 

이때 상시채용 관련 안내 페이지에는 ‘서류심사 항목에는 전공‧학점‧어학능력‧자격증‧봉사활동, 자기소개서 등이 포함된다’고 게시돼 있었다.

 

◎ 실적 우선주의에 서민금융지원은 '나 몰라라'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이른바 '빅5' 은행 중 서민금융 지원이 가장 부실하다는 지적도 이 행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작년 10월 6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감독원·NH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은행별 새희망홀씨 대출지원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NH농협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 실적은 2천381억원으로 5개 은행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KEB하나은행이 4천76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4천725억원, 우리은행 4천622억원, KB국민은행이 4천532억원으로 이들과 비교하면 NH농협은행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각 은행이 자체 재원을 운용해 지원하는 서민금융상품으로 다른 서민금융상품과 다르게 보증서 담보가 필요 없고 무보증 신용대출이 가능해 서민금융상품 중에서도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대출수단이다.

 

지난 2017년 말 기준 최근 3년간 NH농협은행의 서민금융상품 대출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5개 은행 가운데 NH농협은행만 대출인원과 금액이 매년 줄었다.

 

대출인원은 지난 2015년 1만8천222명에서 2016년 1만4천330명, 2017년 1만2천348명으로 3년 동안 32% 감소했고 대출금액은 각각 2천253억원, 1천894억원, 1천725억원으로 3년간 23.4%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인 KEB하나은행의 대출인원은 2015년 2만974명에서 2017년 3만4천916명으로 66.5% 증가했고 대출금액도 각각 2천689억원에서 5천352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3년간 우리은행의 대출인원과 대출금액은 각각 1만832명과 2천42억 늘었고 국민은행은 각각 7천215명, 1천731억, 신한은행은 각각 2천466명과 1천748억원 증가했다.

 

당시 박 의원은 “NH농협은행은 국내 5대 은행 중 하나로 규모와 위상에 비해 서민금융지원은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새희망홀씨 대출은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서민금융 지원상품인 만큼 대폭적으로 지원을 늘려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사상 처음 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행장이 올해 진정한 도전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누적된 과제 및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이 행장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써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대 실적 달성은 영업실적을 강조한 이 행장의 역할이 크기도 했지만 빅배스로 인한 사업안정화도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실적만 우선한 채 다른 문제들을 외면해온 이 행장이 향후 어떻게 이를 수습할 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