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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차태진 AIA생명 대표 경영능력에 ‘의문부호’…과도한 ‘실적주의’에 발목 잡혔나

지난해 당기순이익 76.2% 급락...1년 근속연수 채우는 설계사 업계 평균 미달

 

[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보험설계사 출신으로 AIA생명 최초 한국인 CEO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차태진 대표의 ‘실적 지상주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강대학교 졸업 후 컨설팅회사 앤더슨컨설팅 등에서 근무했던 차 대표는 지난 1995년 컨설턴트를 그만두고 푸르덴셜생명 보험설계사로 입사해 3차례 보험왕에 오르는 등 보험업계에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메트라이프, ING생명을 거쳐 지난 2016년 2월 AIA생명 대표에 취임한 그는 ‘혁신’과 ‘성과주의’를 강조하며 구조조정, 조직개편, 보상체계 개선 등을 통해 당시 부진에 빠져있던 AIA생명의 실적을 2016~2017년 두 해 연속 크게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2018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2천876억원 대비 무려 76.2%나 급락한 686억원에 그치면서 차 대표 경영능력에 의문부호가 찍힌 상태다.

 

AIA생명측은 “투자영업이익 하락 및 법인 전환에 따른 세금 납부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보험업계에서는 초장기 상품 판매 후 지속적으로 보험료 수입을 얻는 생보사에서 이처럼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속 보험설계사 이탈로 이어진 무리한 ‘실적 지상주의’

 

AIA생명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이탈 수준도 업계 평균과 비교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설계사가 신규등록 후 1년 이상 정상적 보험모집활동에 종사하는 인원 비율을 나타내는 설계사등록정착률을 살펴보면 AIA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33.9%로 업계 평균 40.4%보다 낮았다.

 

전체 생명보험업계 설계사 100명 중 40명이 1년 근속연수를 채웠다면, AIA생명은 100명 가운데 33명 정도만 1년을 채웠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AIA생명과 같은 외국계생보사 ABL생명(59.4%), 푸르덴셜생명(50%), 라이나생명(41.8%) 등의 설계사등록정착률은 AIA생명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AIA생명은 2016~2017년 설계사등록정착률도 19.6%, 30.3%로 역시 업계 평균에 미달했다. 특히 2016년은 업계 평균 40.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6년 AIA생명 설계사등록정착률이 매우 저조했던 이유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차 대표가 취임 첫 해인 2016년에 소속 보험설계사들에게 과도한 실적달성을 요구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AIA생명 보험설계사들의 이탈률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AIA생명 전속설계사 수는 지난해 9월말 기준 1천517명으로 1년 사이 258명(14.5%) 줄었다.

 

반면 동일 기간대 생보사 24곳의 전속설계사수는 10만8천70명에서 10만715명으로 6.8% 감소하는데 그쳤다.

 

◎ 또 다른 부작용으로 민원건수 증가...대외민원이 대다수

 

전속 설계사들의 이탈은 민원건수 증가라는 악재를 불러왔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민원건수 공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AIA생명의 민원건수는 총 124건으로 같은 해 3분기 85건에 비해 45.88%나 급증했다.

 

특히 AIA생명은 지난해 4분기 대외민원 건수가 전체 민원 중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외민원은 소비자들이 보험사가 아닌 금융당국 및 정부기관에 신청하는 민원이다. 전체 민원건수 124건 중 대외민원이 113건에 달했으며 보험사에 직접 민원을 제기한 자체민원은 11건에 불과했다.

 

세부 민원사항을 살펴보면 유형별로는 판매와 지급부분에서 각각 76%(88건), 52.38%(32건) 증가했다. 상품별로는 변액상품 민원건수가 3분기 13건에서 4분기 26건으로 100% 뛰었고 저축성보험상품이 17건에서 33건으로 94.12% 급증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차 대표는 2016년 초 위기설이 나돈 AIA생명의 지휘봉을 잡아 취임 1년 만에 당기순이익을 2배 가까이 부풀리는데 성공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며 차 대표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차 대표가 추구한 실적 위주 경영이 이러한 성장세를 견인한 것은 분명하지만 법인으로 전환하고 새 출발한 지난해에는 한계를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보험료 인하 정책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강화, 보험업계의 경쟁심화 등 악재만 가득한 상황에서 AIA생명이 쥐어짜듯 이룬 실적 개선 추세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피력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