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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용어, 이젠 우리말로] 웅산(熊山)서당 강태립 원장 "한자 쉽게 이해하도록 연구해 지혜롭게 이용해야"

"한글로 변경 당시 이해 쉬웠던 용어가,
왜 지금은 다시 어려워졌을까?"
"한자가 어렵다고만 말하지 말고
쉽게 이해하도록 연구해 지혜롭게 이용해야"
"역사용어에 한자 완전히 버리면 우리말도 버려져"
"한자를 사용해도 우리 국민의
생각에 맞는 한자어로 바꿔야"

   

 

[웅산(熊山)서당 강태립(姜泰立) 원장]  문자의 발생은 발생 당시의 사람들의 필요 의해서 생겨났다. 모든 공부는 어렵다. 공부는 어떤 대상을 연구하고 그 원리를 깨달아 모두가 이롭게 사용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같은 한자어를 쓰면서도 나라마다 한자의 의미를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 특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들, 특히 학문 용어들도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의 뜻이나, 우리 국민의 사고에 부합한 용어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기일식(皆旣日蝕)에서 보면 皆(개)는 ‘모두’ ‘다’라는 뜻으로 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두’나 ‘다’를 ‘全(전)’의 개념을 많이 사용한다. 즉 皆旣(개기)라고 말하면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전면(全面)으로 말하면 이해를 한다. 위와 같이 같은 한자를 사용해도 나라마다 국민이 체감하는 용어로 바꾸려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조심해야 할 필요도 있다.


    역사용어 예를 들면, 70년대 역사 교과서 용어 마제석기(磨製石器)를 ‘간석기’로, 타제석기(打製石器)를 ‘뗀석기’로, 즐문토기(櫛文土器)를 ‘빗살무늬 토기’로 바꾸어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아이들이 ‘간석기’ ‘빗살무늬 토기’를 잘 이해해야 하는데, 교육 현장에 가서 조사해 보면 용어를 바꾸기 전이나 똑같이 어려워한다. 원인은 요즘 학생들은 칼이나 특정 물건을 갈아보지 않았고, 머리 빗는 빗도 빛과 혼동하기도 하기 때문인데, 가장 큰 원인은 한글 전용 세대는 읽을 수 있으면 안다고 착각하고,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고, 수업 시간에도 주요 어휘를 설명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과목에서도 산촌(山村)과 산촌(散村)을 구분하기 위해 산촌(山村)을 ‘산지촌’으로 바꾸었는데, 아이들은 생산하는 마을인 산지촌(産地村)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냥 어려우면 한자를 병기 하면 될 일인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변경 당시의 사회에서는 이해가 쉬웠던 용어가 왜 지금은 다시 어려워졌을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용어가 어려운 이유는 그 용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 교과서에 ‘세시풍속(歲時風俗)’이란 단원이 있다. ‘세시풍속’이란 한자를 알아도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또 법률용어나 과학용어 기타 학문 용어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이고 어려우니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 같지만, 한편으로 보면 세상 모든 용어는 먼저 새로운 문물을 접한 사람이나 단체가 용어를 만들고, 후에 문물을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받아 사용한다. 


    불행히도 개항기에 동양에서 서양 외래 문물을 일본이 이를 먼저 받아들여 신문물이나 각종 제도에 관한 용어를 먼저 정했는데, 그래서 아쉽게 같은 한자어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용어도 그대로 받아쓰게 되었다. 물론 우리 역사용어는 일본이 식민지화를 위해 용어를 지배자 위치에서 정리한 면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비판 없이 우리와 정서도 다르고 말의 느낌도 다른데 모두 그냥 사용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역사용어를 바꾸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역사용어 대부분인 한자어에 쓰이는 한자를 누구나 이해하고 알기 쉽게 연구하고, 그 한자들이 우리말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연구해야 한다. 한자가 어렵다고만 말하지 말고 쉽게 이해하도록 연구하여 지혜롭게 이용해야 한다. 


    우리말의 어원은 한자에서 온 말들이 많고, 고유어도 한자가 아니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울’이란 말에서 ‘우리’가 파생되는데, 아이들 동요에서 “울도 담도 쌓지 않은 그림 같은 집”에서 ‘울’이 무슨 말인지 잘 알지 못하고,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섬’의 의미를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 ‘울’을 한자에서는 ‘藩・柵・寨・籬・樊’로 표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울’이란 ‘울타리’를 말하는데, 蕃(번)은 경계에 풀(艹)을 심음이고, 柵(책)은 나무(木)를 박아놓은 모습, 寨(채)는 나무(木)로 전체를 둘러 쌓음, 籬(리)는 대나무(竹)를 엮어 세움이며, 樊(번)은 나무(木)를 엮어(爻) 만든 ‘울타리’임을 알 수 있다. 한자어 기록은 당시 문화까지 기록되어 있다.


    한자 역사용어의 중요함은 여기에 있다. 단지 ‘울’이라고만 하면, 후대에 역사학자가 어떤 ‘울’인지 어찌 알까? 사랑도 慈(자)가 있고 愛(애)가 있으며, 憓(혜)나 寵(총)도 있어, 그 모든 사랑이 다른데 어떻게 ‘사랑’으로만 표기하겠는가? 또 ‘붕당청치(朋黨政治)’에서 ‘朋(붕)’은 같은 곳에서 공부하여 생각이 같고 배움이 같은 ‘친구’를 말하기 때문에,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 무리(黨) 짓는 정치다. 이러한 용어를 어떻게 바꿀까? 먼저 고민해야 한다.


    쉬운 말로 고치면 아무리 쉬운 말로 고치더라도 후대에 가면 또다시 고쳐야 한다. 한글은 소리글이기 때문에 지금 사용하는 물건이나 문화에서 온 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져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말로 소리대로 표기하면 그 언어는 오래 가지 못한다. 역사용어는 많은 세월이 흘러도 후대 사람이 그 뜻을 알아야 한다. 한자는 상형문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되어도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을 공자는 왜 말했을까? 한자는 아무리 어려워도 부수와 몸이 되는 한자는 1,000자도 되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역사용어를 알 수 있는 기초 한자 자원자료를 만들고, 어려운 용어를 고쳐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만 생각하면 쉬운 길이 옳은 길이라 생각되겠지만, 오래 가지 못하는 용어도 경계하면서 역사용어를 바꾸면 좋겠다.


    어렵다고 한번 버리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일이 학문이다. 특히 역사용어에서 한자를 완전히 버리면 우리말도 버려진다. 한자를 사용해도 우리 국민의 생각에 맞는 한자어로 바꾸면 어떨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모든 역사용어는 국제사회가 모두 인정하는 용어로 처음부터 연구해야 하고, 역사용어에 쓰이는 한자(漢字) 한 글자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교육 현장에 제공해야 한다. 그 후 우리 실정에 맞지 않은 용어를 걸러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바꿔야 함이 일의 순서가 될 것이다.


    어렵다고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지 않으니 자연히 모르고, 모른다고 버리면 악순환이다. 영어, 수학 십의 일도 교육하지 않으면서 한자는 어렵다고 세뇌한다. 공부하지 않았는데 당연히 어렵지 않을까? 한자어가 많은 역사용어를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다.


    우리말 역사어휘!! 먼저 연구부터 하자!!

   

# 웅산(熊山)서당 강태립(姜泰立) 원장은 1985년 늦게 원광대학교 중어중문과에 입학하고, 서당을 운영하다 후에 한자의 어려운 훈과 음에 관한 연구를 위해 1989년 공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에서 ≪한자 214부수 훈・음 명칭 문제점 고찰 및 교정제안 연구≫(2016년2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학생들의 어휘 이해를 돕기 위해 어휘의 핵심을 이루는 한자 자원연구 교재 ‘한자다’와 기타 한자 학습에 관한 30여 권의 책을 집필하였으며, 교과서 한자어 연구를 위해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부설 교재개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고, 중앙신문과 경기중앙신문 오피니언면에 글을 싣는 등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