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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용어, 이젠 우리말로] 유승상 선임연구원, 역사용어의 평이화(平易化)에 대한 소고

"우리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은
우리말로 개념화하여 더욱 쉽게
이해하고 광범하게 보급하는 것"
"‘한문교육 보급도 해결 방법의 하나"
"역사용어의 재정립은 신중히 접근
또 원만한 결과 도출해야 하는 난제"

                             

[유승상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사교육은 그 나라와 민족의 자긍심 및 단결성 등 민족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가 발전에 있어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따라서 역사교육은 전 국민에게 광범하게 보급하는 것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역사를 포괄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재의 개발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역사교과서 편찬상황은 정권교체 시마다 근현대사 서술의 이념 갈등으로 진부한 논쟁거리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민족의 자긍심 및 단결성 고취에 대한 논쟁이 아닌 당권 집단의 자파에 대한 정당성과 이익을 위한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민이 역사를 더 쉽고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용어의 평이함과 바른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간 역사용어 정립의 주된 관점은 일제의 식민사관에 의한 민족 정통성 말살에 대한 시정으로 의미상 문제가 주요 논제였다. 즉, 일제에 의해 조어된 을사보호조약(乙巳保護條約)은 을사늑약(乙巳勒約), 한일합방(韓日合邦)은 한일병탄(韓日倂呑), 대동아전쟁(大東亞戰爭)은 ‘태평양전쟁’이나 ‘2차세계대전’, 당쟁(黨爭)은 붕당(朋黨)으로 특히 ‘반도(半島)’란 용어는 일제가 그들의 본도(本島)를 전도(全島)로 여기고 이에 예속시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 낸 신조어로 ‘한반도(韓半島)’라는 용어 또한 일제의 잔재라는 등의 문제이다. 


    이처럼 역사용어 의미의 혼재로 말미암아 학계에서는 역사용어 재검토의 일환으로 『역사용어 바로쓰기』(역사비평사, 2008년)를 출간한 적이 있다. 이 책은 ‘바른 역사용어가 바른 역사를 만든다’라는 취지로 ‘잘못된 용어로 쓰인 역사는 잘못된 역사 이해와 역사 인식을 낳는다’라는 인식하에 35인 학자들의 40편 글을 엮은 것이다. 내용을 보면, ‘글의 성격에 따른 다섯 가지 분류’로 ‘① 역사용어의 이름 지을 권리가 잘못 사용된 것을 포함해 잘못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것, ② 몰주체적인 혹은 비주체적인 관점의 것, ③ 냉전적 관점의 것, ④ 특정 개인이나 집단 중심의 것, ⑤ 이견과 논란이 심한 것’을 위주로 선정하였다. 


    그 구체적 내용을 보면, ① 그동안 통용되어온 기존의 용어(역사상)를 비판하고 새로운 용어(역사상)를 제안하거나 대안 검토를 제안한 경우[예: 「삼국시대에서 사국시대로」(김태식)] ② 혼용되고 있는 용어들을 소개하고 바람직한 용어를 대안으로 제시한 경우[예: 「독립운동인가, 민족해방운동인가?」(이기훈)] ③ 혼용되고 있는 상이한 용어들을 소개하고 이 용어들이 사용되는 담론의 맥락을 비교 분석한 경우[예: 「왜정시대, 일제식민지시대, 일제강점기」(김정인)] ④ 의미 변천사를 포함하여 기존 용어의 의미를 상술한 경우[예: 「백성, 평민, 민중」(정창렬)] ⑤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경우[예: 「한국전쟁, 6·25를 기억하는 방식」(박명림)] 등이다. 이를 보건대, 우리가 일상에서 상용하고 있는 보편적 역사용어가 의미상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역사용어 문자의 난해함으로 말미암아 국민의 역사 이해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자의 난해함은 이해의 부족과 오해의 양산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따라서 역사용어의 평이함은 역사를 보다 친근하게 접근하고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사학계에서도 한자 용어를 한글화하고자 마제석기(磨製石器)를 ‘간석기’, 타제석기(打製石器)를 ‘뗀석기’, 즐문토기(櫛文土器)를 ‘빗살무늬 토기’, 또한 적석목곽분(積石木廓墳)을 ‘돌무지 덧널무덤’, 횡혈식석실분(橫穴式石室墳)은 ‘굴식 돌방무덤’, 적석총(積石塚)은 ‘돌무지무덤’ 등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여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사 용어의 대부분이 한자 용어로 되어있다. 


    그 용어를 살펴보면, 골품제(⾻品制), 도첩제(度牒制), 경연제도(經筵制度), 훈삭제(僞勳削除), 붕당정치(朋黨政治), 대동법(大同法), 경세치용(經世致用), 이용후생(利用厚生) 등은 일반적으로 익숙한 역사용어이며, 특히 기묘사화(己卯士禍), 임진왜란(壬辰倭亂), 병자호란(丙子胡亂), 경술국치(庚戌國恥)와 같은 역사적 사건은 그 시대성을 내포하는 간지(干支)를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원제(驛院制), 조운제(漕運制), 사민정책(徙民政策), 토관제도(土官制度),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 금난전권(禁亂廛權) 및 권반(權班-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양반), 향반(鄕班-향촌 사회의 토호), 잔반(殘班-권력에서 소외된 양반) 등은 한자를 이해하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용어들이다. 


    이와 달리 책화(責禍), 서옥제(壻屋制), 우제점법(牛蹄占法), 상수리제도(上守吏制度), 기인제도(其人制度), 사심관제도(事審官制度), 과전법(科田法), 납속책(納粟策), 공명첩(空名帖), 방납(防納), 족징(族徵), 인징(隣徵), 잉류(仍留), 선대제(先貸制), 전황(錢荒), 도고(都賈), 결작(結作), 덕대(德大), 광작(廣作), 타조법(打租法), 도조법(賭租法) 등은 단지 한자를 이해하고 있다고 하여 인지할 수 있는 개념들이 아니다. 


    더구나 간쟁(諫諍-임금이나 윗사람에게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간절히 말함), 봉박(封駁-임금에게 글을 올려 그 잘못됨을 논박함), 서경(署經-임금이 관원을 임명 등 국가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 사헌부와 사간원에게 서명으로써 동의를 구하는 일)과 같이 동일 부류의 용어들은 서로 비교하여 설명을 곁들지 않으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다.


    이처럼 현재 일반 국민이 역사를 더 쉽고 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용어의 개념에 대한 바른 이해 등 기본적 지식이 상당하여야 함을 알 수 있으며, 특히 한자어 개념이 대부분으로 자세한 설명이 없으면 난해한 부분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20세기 말까지 이러한 점은 크게 문제시되지 않고 보편적으로 통용되었으나, 본세기에 들어 한문교육의 부재로 갈수록 기존 한자화 용어에 대한 몰이해에 봉착하면서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곧 한자 문맹인 현대인에게 한자 용어의 소통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며, 오히려 더욱 익숙한 영어로 개념화시키면 더 쉽게 이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상황이 크게 변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은 우리말로 개념화하여 더욱 쉽게 이해하고 광범하게 보급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통용되는 역사용어는 일반적으로 익숙한 것과 한자의 뜻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 및 한자의 이해와 별개로 설명이 있어야 하는 것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역사용어의 우리말화 역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역사용어의 재정립이 소통의 문제이므로 위에서 언급한 ‘한자의 뜻으로 유추할 수 있는 용어’ 같은 경우에는 한자의 의미를 통하여 저절로 이해될 수 있으므로 아울러 ‘한문교육의 보급’ 또한 그 해결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사실 역사용어의 재정립은 언어적 표현이나 내재적 의미에 있어 모두 이율배반적인 양면성이 존재한다. 즉 역사용어에는 당시의 시대적 문화와 민족의 정체성이 내포되어 있기에, 아무리 평이한 용어로 대체하더라도 이점이 퇴색된다면 재정립의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용어의 재정립은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또한 원만한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난제인 것이다.


# 유승상(劉承相) 박사는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중국사회과학원 역사과에서 중국고대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주자의 학문 완성과정과 조선시대 주자학의 수용과 전개」(『사상으로 조선시대와 소통하다』, 민속원출판사, 2012년) 등 주로 우리의 전통사상을 선양하는 연구와 강의 및 그 활성화방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