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시장이 보조금 경쟁과 위약금 면제로 인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이례적인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점유율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번호이동 시장에서 순증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배경에는 작년부터 집중해온 보안 중심의 차별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과 7일 이틀 동안 LG유플러스는 각각 5,073명, KT는 5,467명의 번호이동 순증을 기록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라는 파격 조치에도 이렇다할 반전을 만들지는 못한 상황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점유율에서 다소 밀리는 LG유플러스가 이 정도 순증을 기록한 것은 '선전' 이상의 의미”라고 평가한다.
LG유플러스가 꺼내든 전략은 바로 ‘보안’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홍범식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품질, 보안, 안전은 LG유플러스가 세계 최고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세 가지 기본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5에서 발표한 '4A 전략(Assured, Adaptive, Accompanied, Altruistic)'의 첫 번째 키워드도 바로 ‘안심(Assured)’이었다.
고객은 이에 화답했다. 홍 사장은 MWC 현장에서 "AI 시대 가장 큰 고객 고민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82%가 보안 문제를 지적했다"며 “긴 여정이 되더라도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실현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대표적인 성과는 ‘안티딥보이스(Anti-DeepVoice)’ 기술이다. 이는 AI로 위조된 음성을 실시간 탐지해 보이스피싱을 차단하는 기술로, 자사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ixi-O)’에 탑재돼 상용화됐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 온디바이스(On-device) 방식으로 적용된 사례로, 글로벌 통신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안티딥보이스에 이어, 영상 기반 AI 사기 대응을 위한 ‘안티딥페이크(Anti-DeepFake)’ 기술도 개발 중이다. 얼굴 합성을 이용한 영상 사기나 위조 콘텐츠를 식별하고 차단하는 이 기술은 향후 보이스피싱을 넘어 영상 피싱으로까지 진화하는 범죄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악성 앱 탐지와 실시간 경고 시스템도 LG유플러스의 보안 전략 중 하나다. 고객의 스마트폰에 악성 앱이 설치되면 카카오톡 알림톡을 통해 위험 경고 메시지를 발송하는 ‘악성 앱 감염 알림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시행했다. 또한 ‘고객피해방지 분석시스템’을 통해 24시간 악성 URL과 앱을 모니터링하고 접속 차단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 전략에서도 ‘보안’은 핵심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전국 모든 매장을 ‘U+보안전문매장’으로 전환했다. 매장에는 보안 전문 상담사를 상주시켜 스미싱, 피싱 피해 상담부터 소액결제 차단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운영 2주 만에 소액결제 차단 서비스 가입 고객은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이전 대비 26% 증가한 수치로, 보안에 대한 고객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LG유플러스의 정보보호 투자 확대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2024년 한 해 동안 약 828억 3,164만 원을 정보보호에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31.1% 증가한 수치다. 3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인력도 대폭 확대됐다. 2023년 157.5명이었던 정보보호 전담 인력은 2024년 292.9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담 인력 비율도 3.2%에서 6.0%로 상승했다. SK텔레콤과 KT가 2023년 대비 7.5%, 2.6%의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LG유플러스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는 더욱 두드러진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최우선 조건은 보안”이라며 “회사가 선제적으로 내놓은 다양한 보안 서비스는 LG유플러스를 선택하는 핵심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