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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⑦] 밀리면 죽는다! 상임위원회 힘 싸움

[웹이코노미=함광진 행정사] “민주주의는 죽었다”라는 구호가 등장하자 인간장벽이 길을 막는다. 뒤엉켜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시작된다. 망치와 정을 동원해 문을 뜯어낸다. 의자와 테이블로 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쌓는다. 바리케이트에 막히자 소화전에서 호스를 끌어와 물대포를 쏜다. 이에 질세라 소화기를 분사한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네가 뭔데”, “몇 년생이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게. 국회의원한테 그따위로 해”, 반말과 비속어, 호통이 난무한다. 동료끼리는 헐뜯고 상대에게는 호통을 친다. 싸우는 이들은 체급도 출신지도 다양하다. 성별이나 나이 구분도 없이 막장 싸움판에 뛰어든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이라지만 이를 보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국회 본청에 있는 상임위원회 회의장은 논리와 설득의 장이 아닌 다른 정당과 정부를 이겨내려는 국회의원들의 싸움터였다. 상임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이기에 이토록 격렬히 싸울까. 최근 국회는 상임위원회 구성에 한창이다. 한쪽에선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하고 한쪽에선 의회독재라며 반발한다. 상임위원장 자리가 이슈의 중심에 있지만 실제 개별 의원들은 자신이 어느 상임위원회에 배정될지에 더 관심을 갖는다. 상임위원회 쟁탈전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의원이 어느 상임위원회에 속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의정활동 내용과 성과가 달라진다. 국회법 제36조(상임위원회의 직무)에 따르면 ‘상임위원회는 그 소관에 속하는 의안과 청원 등의 심사, 그 밖에 법률에서 정하는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문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권한·역할·기능은 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상임위원회 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한다(국회법 제48조). 교섭단체는 안건이나 국회 운영을 협의하기 위해 20명 이상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을 말한다(국회법 제33조). 현재 교섭단체 지위를 갖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뿐이다. 나머지 정당은 ‘비교섭단체’라고 한다. 정당의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서면으로 가고 싶은 상임위원회를 묻는다. 의원들은 1순위, 2순위를 기재한 신청서를 원내대표에게 돌려보낸다. 의원들은 출신 지역의 현안 해결에 힘을 쓸 수 있거나 지역 특성 또는 자신의 전문성에 따라 상임위원회 배정을 희망한다. 출신 지역에 도로 건설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면 국토교통위원회에, 농촌지역 출신 의원은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판·검사나 변호사 출신이면 법제사법위원회 배치를 원한다.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희망 순위를 고려하기도 하고 의원의 전문성, 권역별 안배, 전투력 등을 고려해 상임위원회에 배치한다. 한편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등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의 상임위원회 선임은 국회의장이 한다. 국회에는 현재 17개 상임위원회가 있다. 300명의 국회의원은 이들 상임위원회에 소속되어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각부, 각종 위원회의 소관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우리 국회는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기에 국회에 발의되거나 제출되는 법률안·예산안·동의안 등과 같은 모든 안건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상임위원회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 하나는 법률안 및 청원 심사다. 법률은 나라의 바탕이고 뿌리이자 줄기이므로 법률안 심사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본질적인 권한이다. 상임위원회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민생은 내팽개쳐진다. 한해 예·결산 및 기금 심사도 막중한 권한이다. 정부가 편성해 제출한 예산안을 상임위원회가 A4 용지 한 박스 구입하는 것까지 예비심사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낸다.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예산의 금액을 증액하려면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구속하지는 않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비심사 내용을 존중해 한다. 국정전반에 관해 국정감사도 실시한다. 감사대상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광역시·도, 공공기관, 한국은행,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거의 모든 국가기관과 유관기관이다. 피감기관이 법령에 부합하게 업무를 수행하는지, 위법 부당한 행정집행을 하지 않는지, 예산을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다. 인사청문회도 상임위원회 몫이다. 상임위원회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이 있는 경우 인사청문회를 연다. 행정 각부의 장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인사청문 대상이다. 고위 공직자로서의 자질, 업무수행 능력, 도덕성, 준법의식 등을 검증한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정부 정책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수행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정책과 법률이 상임위에서 결정되고 만들어진다. 이슈 중심에 있는 사람이나 재벌들도 불러다가 세워놓고 추궁하기도 한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장관이나 공무원에게 국정 전반 또는 특정 사안에 대해 정부의 입장이나 소견을 묻고 정책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국회의원이 상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장관이나 공무원을 향해 화내고 소리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한때 필자가 보좌했던 한 의원은 참 점잖은 사람이다. 평소 말도 거의 없고 국회를 찾은 공무원들에게 극진히 대했었다. 그랬던 그 의원도 가끔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는 얼굴이 붉어질 만큼 화도 내고 큰소리로 다그치기도 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민심은 성별·연령·지역·이해관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국회의원은 민심이나 국민의 요구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법률에 반영시킬 의무가 있다. 그 의원이 정부 당국자에게 호통쳤던 이유는 정부나 국회의 국정운영에 화가 난 국민의 의견과 분노를 대신해 표출한 것이다. 먹고 사는 사활이 걸린 사안에서 내 편에 서서 싸우지 않고 점잖게 자리만 지키는 국회의원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상임위원회에서 밀리면 죽는다. 함광진 행정사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