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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공공기관

[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⑪] 국회의원, 국민의 대표일까? 지역주민의 대변인일까?

국민 전체 이익 대 지역 이익 또는 정당 이익 충돌 시 국회의원 지역 대변인 된 후 정당 이익 챙겨

[웹이코노미=함광진 행정사] ‘◯◯◯의원, 행안부 특별교부금 예산 12억원 확보’, ‘◯◯지역 여야 의원, 지역사업 예산 53억9500만원 결실’, ‘◯◯◯의원, 기재부·국토부 찾아 예산 확보 구슬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특별교부금을 지원하는 이맘때쯤 동네에 많이 걸려 있는 현수막 내용이다. 국회의원들은 크든 작든 의정활동 성과가 생길 때마다 이를 홍보한다.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생색도 내고 일종의 의정활동 보고인 셈이다. 이번 21대 국회 임기 초반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싹쓸이’로 시끄러웠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어떤 상임위원회에 배정될지에 촉각을 더 세우고 있었다. 어느 상임위원회에 소속되느냐에 따라 의정활동 성과가 달라지기도 하고 본인의 실력이나 전문성을 뽐내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희망하는 1순위 상임위원회는 주택·토지·건설·수자원 등의 국토 분야와 철도·도로·항공·물류 등의 교통 분야를 총괄하는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다. 국토위는 국토교통부·한국도로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등 28개 정부 기관을 담당한다. 특히 지역구 안에 도로·교량·아파트 등 건설 사업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관련 사업비가 최소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러 지역주민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수 있다. 다음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다.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기관과 한국전력공사 등 59개의 준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이 속해있다. 산자위는 기업, 중·소상공인, 수출, 에너지, 재래시장, 마트 등 경제 활동 전반을 아우른다. 지역구 내 산업단지 개발과 기업이나 연구개발센터 유치가 수월하다. 경제주체들이 제기하는 민원 해결도 쉽고 이를 통해 정치자금을 후원받기도 좋다. ‘교육위원회’도 국회의원들이 희망하는 상임위 중 한 곳이다. 교육부를 비롯해 전국에 산재해있는 교육청·대학교·대학병원 등 소관 기관만 95개에 이른다. 한 해에 두 번 지급되는 교육부 특별교부금으로 학교 노후 화장실 리모델링, 급식실 증·개축 등 학교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강당도 새로 지을 수 있다. 학부모들과 만남 기회가 잦아 유대관계를 맺기 쉽고 이들이 강력한 우군이 되기도 한다. 우리 국회는 ‘일 안 하는 국회’, ‘장외투쟁’, ‘식물국회’, ‘동물국회’ 등 늘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남겼지만 개별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내려가 현안을 살피고 관련 예산을 챙기고 민원을 해결하고 법안도 만들었다. 소위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 됐다. 국민 전체를 위한 일은 내팽개치더라도 지역구에 이익이 되거나 표가 되는 일은 허투루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국회의원들이 너도 나도 ‘일하는 국회’를 내걸고 일하는 국회법도 내놓았지만 이같은 행태는 여전하다. 참신함을 내세우는 여·야 초선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첫 번째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장관들을 상대로 지역 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질의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상임위원회 발언의 주요내용을 보도자료로 내면 지역언론에 대서특필된다. 우리 헌법 제46조 제2항에서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할 때나 법률을 만들 때 또는 예산을 심의할 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은 지역주민의 요구와 이익을 대변한다. 비례대표 출신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인데 특정 직업이나 단체를 대표해 공천을 받아 당선됐기에 그 분야의 대표를 자처한다. 지역구에 공공임대주택이나 소각장 등이 들어온다고 하면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반면 정부의 신공항 건설계획 등 지역 이익과 연관된 정책이 발표되면 유치 과열 양상이 펼쳐진다. 국민 전체의 이익 대 지역 이익 또는 정당의 이익이 충돌할 때 국회의원은 지역 대변인이 되고 정당의 이익을 추구한다. 국회의원의 막강한 힘은 지역 현안 해결에 총동원된다. 국회의 ‘국무위원 등의 출석 요구’, ‘정부에 대한 서면질문’, ‘보고·서류 등의 제출 요구’와 같은 특권은 국회의원이 가진 강력한 무기다. 국회의원의 홈그라운드인 상임위원회는 국회법 제121조(국무위원 등의 출석 요구)에 따라 국무총리나 장관을 회의장에 불러세울 수 있다. 국회의 출석요구를 받은 국무총리나 장관은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이들에게 지역 현안에 대해 호통도 치고 설득도 하면서 지역 문제를 정부 정책으로 반영하고 관련 예산 편성과 법률 제·개정까지 끌어낸다. 국회법 제128조에 따라 국회의원은 안건의 심의 또는 국정감사·국정조사와 직접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와 해당 기관이 보유한 사진·영상물의 제출을 정부 등 행정기관에 요구할 수 있다. 요구를 받은 정부 또는 행정기관 등은 기간을 따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보고 또는 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 개인정보나 기밀 사항 등이 포함된 내용을 제외하고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추진 사업 또는 보유 자료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수집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특정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 또는 해결을 촉구하는데 중요한 논리나 참고자료로 쓰인다. 때론 정부의 약점을 파고들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요긴하게 활용된다. 국회법 제122조는 국회의원의 정부에 대한 서면 질문권을 보장한다. 장관이나 담당 공무원이 참석해야 하는 상임위원회가 열리지 않아도 서면 질문권을 이용해 언제든 정부에 궁금한 사항을 질문할 수 있다. 정부는 질문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답변해야 한다. 그 기간 내에 답변하지 못할 때는 그 이유와 답변할 수 있는 기한을 국회에 통지해 한다. 실제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국회의원과 장관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기는 시간이 충분치 않고 추후 검토해 보겠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면질의와 답변은 좀 더 차분하게 검토가 이루어지므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실제 회의는 열리지 않아도 서면 질문을 통해 국회의원은 언제든 일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국회법 제122조의2에 따라 국정 전반 또는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정부에 질문할 수 있다. 대다수 국회의원에게 대정부질문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국정 전반 혹은 지역주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정부 입장을 듣고 해결을 촉구하는 기회로 활용된다. 발로 뛰며 일하는 국회의원들도 많다. 이들은 담당 공무원들을 국회로 불러 권위로 누르고 큰 목소리로만 일을 해결하지 않는다. 지역구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과 함께 연구하고 전략을 짠다. 정부세종청사의 말단 공무원까지 찾아가 지역의 국비 지원 대상 사업들을 설명하고 정부의 예산편성을 설득한다. 해당 장관을 찾아가서 읍소하고 친근감을 과시하며 인증샷도 한 컷 남긴다. 이를 뒷받침하는 보좌진들에게도 1순위 업무는 지역구 관련 사업이다. 국회의원은 전체 국민의 대표일까. 지역주민의 대변인일까. 많은 국회의원들이 ‘지역의 대표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역에서 선출되고 특정 단체나 계층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전체 국민의 대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출신 지역이나 단체 혹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변인 역할을 마다할 순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민생은 온데 간데없고 자신과 지역의 잇속만 추구해선 나라의 앞날은 캄캄하다. 민생이 먼저고 내 것은 그다음이다. 함광진 행정사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