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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공공기관

[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⑬] 국정조사, 정치공세 vs 감시·견제 수단

여·야 간의 합의 반드시 필요...제20대 국회에서 이뤄진 국정조사 단 2건에 불과

[웹이코노미=함광진 행정사]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관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이 보도되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론 통제 시도라며 ‘포털 공정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당 소속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에서도 그리 하셨나. 민주당은 당장 해명하라”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포털 장악 시도’라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국회의 ‘국정조사권’은 행정적 감사나 법원의 재판으로 해결이 불충분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특정한 사안에 대해 국회가 국민을 대신하여 조사하고 진상을 밝혀 국가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국회 고유의 권한이자 국회의 대정부 민주적으로 통제 수단이다. 국회가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하여 매년 감사를 실시하는 국정감사와 달리 국정조사는 국회가 ‘특정 사안’을 대상으로 부정기적으로 일정 기간에 한정되어 실시한다는 점에서 국정감사와 구분되지만 국회가 정부의 국정운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된 부분을 적발·시정함으로써 입법·예산심의·국정통제 기능의 효율적인 수행을 도모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여기서 국정조사 대상인 ‘특정 사안’이란 특정 국가정책이 아니라 국가기관이나 공직자 등의 부정부패·비리·의혹 사건 등과 같은 것을 말한다. 일례로 2013년 7월에 있었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있었다. 국가정보원 직원 등이 2012년 대통령 선거개입 의혹, 축소수사 의혹 및 폭로 과정의 의혹 등과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여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고 정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실시됐다. 야당은 청와대나 여당에게 공격의 빌미가 생기면 여지없이 국정조사 카드를 들고 나온다. 최근 21대 국회 개원 이후 ‘태양광 사업’, ‘대북 30억 달러 이면 합의’, ‘기부금 유용’, ‘포털 장악 시도’, ‘성추행 의혹’ 등 국정조사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그러나 실제로 단 한 건의 ‘국정조사요구서’가 국회 의안과에 접수되지 않았다. 국정조사 요구가 야당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전략이라든지 여야 협상용 카드로 활용되는 등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조사 제도는 제헌국회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1973년 유신헌법에 의해 없어졌다가 1980년 헌법 개정으로 재도입되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감국조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국회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로 하여금 국정의 특정 사안에 관하여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조사권 발동 요구는 재적의원 4분의 1로 충분하지만 제4항에 조사위원회는 조사의 목적, 조사할 사안의 범위와 조사방법, 조사에 필요한 기간 및 소요경비 등을 기재한 ‘조사계획서’를 본회의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 조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본회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여·야 간의 합의 없는 국정조사는 불가능하다. 제20대(2016~2020) 국회에서는 ‘조선 해운산업 부실화 원인과 책임 규명’,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방송장악 등 언론 적폐사건 진상규명’, ‘더불어민주당원 등의 대통령선거 댓글공작 및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 ‘조국 법무부장관 등의 사모펀드 위법적 운용 및 부정 입학 웅동학원 부정 축재 의혹 등에 관한 진상규명’, ‘청와대와 법무부장관 추미애의 인사권 남용을 통한 수사방해 의혹 등에 대한 진상규명’ 등 총 18건의 국정조사요구서가 접수됐지만 실제 국정조사로 이어진 것은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건에 불과하다. 필자가 국회 보좌진으로 근무했던 15년 가까이 국정조사 업무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단 한 번 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대정부 감시 견제 기능인 국정조사가 그동안 여야의 정치공세에 남용되거나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돼 이용됐다.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 활동이라기보다는 야당 대 여당, 새 정부나 전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정치적 정쟁성격의 사안에 집중되어 왔다. 국정조사는 국회 재적의원 1/4 이상이 ‘국정감사요구서’를 제출하면서 부터 시작된다. 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상임위원회를 조사위원회로 확정한다. 조사위원회에서 국정조사계획서를 작성해 본회의에서 승인을 받으면 공청회, 청문회 등 국정조사가 실시된다. 조사위원화는 국정조사를 마치면 국정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본회의 의결을 통해 정부 또는 해당기관에 시정을 요구한다. 이를 받은 해당 정부 또는 기관은 시정 요구 처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함으로써 국정조사 절차는 마무리된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었던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사례를 통해 국정조사위원회 활동 경과와 결과를 살펴보자. 일명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는 여야 국회의원 195명이 2016년 11월 15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관련 각종 의혹들의 진상규명과 책임소재를 명백히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조사 목적이다. 18명의 국회의원으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국회 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 등 23명의 직원이 투입됐다. 조사 과정에서 조사위원이 6번 교체되기도 했다. 대상 기관은 대통령실, 기획재정부 등 9개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과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영재 의원 등 민간기관이 대거 포함되었다. ‘청와대 문건 유출 및 외교안보상 국가기밀 누설’, ‘최순실의 정부의 주요 정책결정과정과 인사 개입’, ‘기업들로 하여금 출연금과 기부금 출연 강요’ 등 16건에 대해 2016년 11월 17일부터 2017년 1월 15일까지 60일 동안 15차례에 걸쳐 정부 등 기관보고, 현장조사, 청문회 등을 실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증인 132명(중복인원 포함), 참고인 15명이 청문회에 소환됐고 불출석한 증인 11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이 발부됐다. 불출석 및 동행명령을 거부한 최순실 등 35명과 조윤선 전장관 등 8명이 위증으로 고발됐다. 김기춘 등 35명에 대해서는 특검 수사를 의뢰했다. 2016년 11월 17일 국정조사 시작으로 12월 2일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박근혜의 대통령직 파면을 선고했다. 114일 동안 우리 국민들은 국민의 대표에 의해 또 다른 국민의 대표가 파면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국민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국정조사는 여야의 정치공세 수단이 아니라 국회의 대정부 감시·견제 수단이다. 국민을 대신하고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함광진 행정사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