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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공공기관

[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⑮] 장관 겸직 국회의원, 이대로 좋은가?

몇 차례 국회의원 총리·장관 겸직금지법 발의 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 넘지 못해

[웹이코노미=함광진 행정사] 지난 2015년 5월 16일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에 대해 투표했다. 지난 2019년 12월 27일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상정된 법률안에 대해 표결했다. 같은해 12월 30일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기간 중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수처범죄조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언급된 장관들은 무슨 자격으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안건에 대해 표결을 할 수 있었을까? 현행 ‘국회법’ 제29조에 따라 국회의원은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장관)을 겸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모두 현역 국회의원 출신 장관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현직 국회의원을 국무총리나 장관으로 기용해 왔다. 지난 4번의 정부에서 국무총리나 장관을 겸직한 지역구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 8명, 이명박 정부 9명, 박근혜 정부 9명, 문재인 정부는 10명이다. 노무현·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한명숙·이완구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이었다. 여성가족부장관 자리에는 노무현 정부시절 한명숙 의원부터 김금래·강은희·진선미 의원까지 지난 4개 정부시절 모두 현직 국회의원이 차지했다. 그 다음 보건복지부장관에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김화중·김근태·유시민·진수희·진영 의원이, 교육부장관의 경우 노무현·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김진표·황우여·유은혜 의원이, 농림부장관에는 노무현·이명박·문재인 정부에서 김영진·유정복·이개호 의원이 겸직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출신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며 장관직무를 수행했으나 비례대표 출신은 의원직을 사퇴했다. 우리나라는 입법·사법·행정, 삼권분립을 헌법에 명시하고 특히 입법부와 행정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통령제를 정부형태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제도를 두면서 의원내각제 요소도 담고 있어서 선출직인 국회의원이 임명직인 장관을 겸직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와 비슷한 정부형태를 취하는 미국은 상·하원 의원 모두 공직 겸직을 금지하고,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가 혼합된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프랑스도 법률로 의원의 겸직을 금지한다. 반면 의원내각제인 영국이나 일본은 의원의 장관 겸직이 가능하지만 의원의 권한인 법률안 발의, 위원회 활동 등은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하고 있다. 우리 법률에서는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임한다고 해서 별도의 행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장관과 국회의원 권한 모두를 행사할 수 있다. 장관 겸직 의원은 평소에는 대개 행정부 관련 업무를 본다. 장관으로서 대외활동을 하고 국회 상임위원회나 국정감사 등에 정부 측 또는 피감기관의 장으로서 참여한다. 다만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필요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 참여해 투표하고 법률안을 발의하며 휴일에는 의원 자격으로 지역구 활동도 한다. 장관 겸직 국회의원은 ‘국회법’ 제5조에 따라 국회의원의 수당과 겸직의 보수 중 더 많은 것을 지급받는다. 국회 소속 보좌진들도 전과 같이 채용하고 급여도 지급된다.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사무실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에 의원회관에서 업무를 보거나 국회 회의에 참석했다가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현직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장관을 겸직하는 것에 여러 비판이 많다.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게 되면, 국회의원 본연의 의정활동에 전념하지 못해 국회 의석에 공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겸직 장관 수만큼 의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 수가 줄어든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성이 배제되고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 감시와 견제를 통한 입법부의 행정부 통제 과정에서 겸직으로 인한 이해충돌 문제 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여러 지적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몇 차례 국회의원의 총리·장관 겸직금지법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번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2012년 7월 여상규 의원은 국회의원의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일부 정무직만 예외적으로 겸직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 끝에 입법에 성공하진 못했다. 2015년 3월과 2018년 1월에 유승희 의원과 권은희 의원이 각각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등의 직을 겸직하는 경우 국회 회의에서의 의결권 행사와 상임위원회 등에서의 활동, 법률안 발의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법안 발의를 했지만 국회 논의 테이블에 조차 오르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겸직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장·차관 등 사실상 내각이 관료에 장악돼 있어 관료를 통제하기 위해 행정부의 장·차관을 집권 정당 국회의원들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활용해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행정부에서 자신들의 정책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장·차관은 고위직이고 중요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맡는 게 더 타당하다는 입장도 있다. 선출직이 정부 고위직을 맡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다는 주장도 있다. 정세균 총리가 현역 국회의원 시절 국무총리에 지명되면서 국회와 행정부 간 서열 논란이 있었다. 소위 국회의 수장 출신이 행정부의 총리로 가서 국회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장관 중 어느 직이 서열이 더 높을까? 우리는 흔히 국회의원이 총리나 장관을 불러 세워 놓고 호통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원이 장관보다 서열이 높아서가 아니라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예우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개 헌법기관장을 일컬어 5부 요인이라 한다. 대통령을 포함해 대한민국 서열 2위부터 6위까지이다. 하지만 이는 각종 행사 등에서 의전 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행해지는 예법이지 권력서열은 아니다. 우리나라 법령 그 어디에도 서열을 정해놓고 있지 않다. 입법부의 국회의장, 사법부의 대법원장, 행정부의 국무총리 중 어디 누구를 더 높게 쳐주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필자가 보좌했던 어느 한 의원은 장관 출신 선배 현역 의원에게 늘 장관님이라고 불렀다. 다른 의원도 후배 의원에게 장관님이라고 호칭했다. 한 번 장관은 영원한 장관인가? 장관직을 마치고 국회로 돌아온 의원에게도 일반인으로 돌아간 전직 장관에게도 장관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가끔은 장관을 하대하면서도 임기를 마친 전직 장관에게 계속 장관님이라 부르고, 대통령이 장관을 새로 임명할 즈음이면 본인의 입각 전화를 기다리는 의원들이 있는 것을 보면 한 번쯤은 장관을 해보고 싶기는 한가 보다. 함광진 행정사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