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륜 경주에서 '마크'라는 기술은 필수적인 전략이다. 젖히기나 추입을 막힘없이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주 내내 유리한 위치를 지켜내야 하고, 또 흐름이 바뀐다면 그 위치를 빼앗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크 전문가는 경륜 최고의 몸 싸움꾼으로도 불린다.
마크의 대명사 또는 교과서라 불리는 박일호는 동종 전법 선수들에게는 롤 모델과 같은 선수다. 겉으로 풍기는 모습과 달리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며 때로는 지렛대를 활용하듯 상대 선수를 적은 동작만으로 밀어내고 방어하는 특징이 있다.
이어 황승호와 박용범도 탁월한 자전거 조종술과 막판 결정력이 뛰어난 마크 전문가다. 이중 황승호는 상대가 도발하면 배로 갚아준다는 특징이 있다. 한때는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광명스피돔을 주름잡던 박용범은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한방이 상당히 위력적이다.
20기 이후 비교적 젊은 선수 중에서는 박진영(24기, S1, 창원 상남), 성낙송(21기, S1, 창원 상남), 이재림(25기, S1, 신사), 최종근(20기, S1, 미원)을 꼽을 수 있다.
창원 상남팀의 쌍두마차 박진영과 성낙송은 매우 적은 동작과 부드러움으로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특징이 있는 선수다. 두 선수는 막판 결정력도 매우 뛰어나 1위를 차지하는 경우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에 더해 이재림과 최종근도 만만치 않다. 이재림과 최종근은 1:1 승부에도 능하지만, 시야가 넓어 여러 명의 선수와 상대해도 밀리지 않는다.
경륜전문가 박창현씨는 “관중들은 자신이 선택한 선수가 그 어떤 불리한 상황이나 강한 상대를 마주하더라도 고도의 순발력과 조종술, 투지 등을 총동원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열광하기 마련"이라며 "이런 점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스포츠가 경륜이고, 경륜 중에서는 마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