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국무총리 직속 국무조정실이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현대자동차 결함을 축소‧은폐했다는 정황을 확보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시사저널e’ 보도에 의하면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기간 동안 생산된 현대차 1세대 제네시스(BH)와 2세대 에쿠스(VI)에 장착된 바퀴잠김방지식 제동장치(ABS) 결함을 알고도 이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차량들은 고속 주행시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량 차선을 이탈할 정도로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데 ABS 모듈레이터 일부 부품에서 일어나는 부식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ABS 모듈레이터는 차량 브레이크 작동시 바퀴가 고정되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다. 문제가 생긴 제품은 독일 자동차부품 전문 기업 콘티넨탈사(社)가 제조·납품한 것으로 콘티넨탈사는 경기도 이천, 충남 세종 및 천안 등 국내에도 8개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시사저널e’는 국무조정실이 당시 제네시스(BH)와 에쿠스(VI) ABS 모듈레이터 결함 조사를 담당했던 교통안전공단 윤 모 전 조사관이 주장하는 ‘공단과 현대차의 결함 축소‧은폐’에 대해 조사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전 조사관에 의하면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013년 1월 말 제네시스 BH의 ABS 모듈레이터 결함을 접수한 뒤 공식 조사에 착수했으나 같은해 4월 시험 결과를 조작해 차량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또한 그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라바콘(원뿔 모양의 교통안전 통제기구)을 세우고 차량이 일직선으로 주행하는지 시험한다. 그러나 당시 차량을 직접 운전하고 시험했던 동료 조사관은 차량이 오른쪽으로 쏠리자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 억지로 차량을 차선 안으로 끌어들였다”고 밝혔다.
이어서 “결국 보고서는 ‘자동차 쏠림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작성됐다”고 강조했다.
윤 전 조사관은 제네시스(BH) 외에 에쿠스(VI)에 대해서도 조사를 펼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전 조사관에 따르면 당시 현대차 에쿠스(VI) ABS에도 콘티넨탈사의 제품이 적용됐다. 제네시스(BH)와 마찬가지로 지난 2008년도 생산된 에쿠스(VI)에서도 결함신고가 접수됐다.
제네시스(BH)와 함께 에쿠스(VI)도 조사 중이던 윤 전 조사관은 당시 공단 인사이동과 맞물려 업무분장이 이뤄져 해당 업무에서 배제됐다.
윤 전 조사관은 “당시 인사이동과 함께 내가 담당하던 사건들이 다른 조사관 손에 넘어가거나 보조 역할로 밀려났다”며 “결함 내용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현대차는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시사저널e’에 전했다. 해당 건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인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현재 말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 2013년 10월 30일 국토부는 지난 2007년 12월 24일부터 2012년 3월 16일 사이 생산된 제네시스(BH) 10만3214대를 ABS 모듈레이터 결함으로 리콜 조치했다. 이때 동일 부품이 탑재된 에쿠스에 대해서는 리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서 지난 같은해 11월 11일(현지시각) 현대차 미국 법인은 제네시스에서 브레이크 결함이 발견돼 총 4만3500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당시 리콜 대상 차량은 지난 2008년 4월 30일부터 2012년 3월 28일 사이에 생산·판매된 제네시스 차량이었다. 리콜 원인 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모듈에 들어가는 오일이 밸브를 부식시켜 브레이크 제동 성능에 문제가 생겼고 ABS에서도 이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