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지난해 매출 1조원 고지를 탈환하는 등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한국야쿠르트가 미래 먹거리 창출에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매출 1조원에 재진입한 한국야쿠르트가 진행 중인 신사업분야들이 수익성 창출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당 신사업 분야가 윤병덕 한국야쿠르트 회장 외아들인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부회장이 주도했던 분야이기에 회사가 오너 2세 경영수업을 위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매출 1조152억원 기록해 꾸준히 1조원 가량을 유지하던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2년 라면·음료사업부인 팔도를 별도법인으로 분리하면 매출 1조원 클럽에서 탈락하게 됐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매출 1조원을 기록한 한국야쿠르트의 지난해 12월 31일 개별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는 전년 대비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각각 5.2%, 4.3%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연결기준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야쿠르트의 작년 매출은 1조 2295억원으로 지난 2016년에 비해 3.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연결당기순이익의 경우 각각 427억원(58%↓) 127억원(83.9%↓)으로 지난해 1조18억원, 788억원에 비해 급감했다.
이처럼 매출이 신장했음에도 수익성이 볼품 없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 확장을 위해 윤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신사업 관련 종속·관계기업이 제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판단했다.
◎ 잘못된 신규 사업 진출로 현재까지 이어지는 적자행진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2013년 1월 1일 흡수합병해 소멸시킨 100% 종속기업 ‘제이투자개발’은 윤 부회장이 진행했던 신사업 중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제이투자개발은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티클라우드CC(구(舊) 다이너스티CC) 인수를 위해 한야쿠르트가 지난 2008년 8월에 설립한 부동산 개발·컨설팅 업체다.
한국야쿠르트는 제이투자개발을 통해 지난 2009년 5월 대주건설로부터 티클라우드CC를 350억원에 인수하면서 레저산업에 진출했다. 당시 이 골프장의 운영업체였던 에이취앤에이취레저는 제이레저로 상호 변경하면서 제이투자개발의 100% 자회사가 됐다.
지난 2011년 제이투자개발이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마지막으로 올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이투자개발은 이때 한국야쿠르트 100% 자회사로 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휘몰아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골프장회원권 시세가 급락함과 동시에 제이투자개발은 직전 년도인 2010년에도 매출 1억5000만원, 당기순손실 367억원의 초라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었다.
제이투자개발은 공시에서 “합병으로 취득한 제이레저 주식에 대해 순자산가액이 하락해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 ‘투자자산손상차손’의 과목으로 해 취득원가 전액을 당기손실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제이레저의 취득원가는 360억원이다.
2010년 제이투자개발은 ‘영업 외 비용’이 367억원이나 발생해 손실액이 컸으나 영업손실도 1192만원을 기록했다. 1년 뒤인 2011년에는 당기순손실액이 1억2230만원으로 줄었으나 영업손실은 1억7893만원으로 오히려 늘어났고 매출은 1억원에도 못 미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제이투자개발 자회사인 제이레저 또한 적자 행진을 벌였다. 당기순손실과 영업손실이 지난 2010년 16억원·13억원, 2011년 25억원·19억원, 2012년 17억원·13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지난해에도 당기순손실과 영업손실이 각각 26억원·25억원, 지난해 26억원·24억원으로 집계돼 마이너스 실적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 브랜드 포지셔닝(Brand Positioning) 실패로 만년 적자에 허덕였던 ‘코코브루니’
윤 부회장이 지난 2010년 론칭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 커피전문점 ‘코코부르니’도 시원찮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100% 자회사 커피전문점인 ‘코코부르니’는 지난 2011년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 각각 25억원·24억7천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이후 2012년 46억원·44억원, 2013년 42억원·41억원, 2014년 37억원·40억원, 2015년 46억원·58억원, 2016년 18억원·21억원으로 만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커피전문점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매장수 역시 지난 2014년 24개에서 지난해 14개 규모로 줄었다. 현재 코코브루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매장은 압구정점·한남점·홍대점·센터원점·사당점·판교점·광명점 등 7곳이다.
결국 코코브루니는 지난해 11월 8일 한국야쿠르트 자회사인 비락과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같은해 12월 18일자로 비락에게 흡수합병됐다. 제이투자개발과 마찬가지로 총수일가의 실패 사업을 회사가 떠안은 꼴이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코코브루니의 경우 유제품업체가 커피판매업에 진출해 실패한 대표적 사례”라며 “브랜드 포지셔닝을 확고히 하지 못한 것이 시장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 의료기기 제조업, 교육사업 등 멈추지 않는 사업확장
‘종합생활 건강 기업’이라는 목표로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2011년 9월 인수한 의료기기 제조업체 큐렉소 역시 좀처럼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인수 당시 지난 2011년 큐렉소는 매출 105억원보다 많은 106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 2013년 매출 243억원, 당기순손실 182억원을 냈다. 한국야쿠르트 경영 참여 이후 되레 적자폭이 상승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한국야쿠르트는 2013년 수십여회에 걸쳐 큐렉소 지분을 꾸준히 장내 매수해 같은해 9월 30일 기준 36.98%까지 끌어올렸다.
앞서 지난 2011년 9월 한국야쿠르트는 큐렉스에 대한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로 지분 21.45%를 확보한 바 있다.
큐렉소 지분 매입에 대해 당시 한국야쿠르트 소액주주들은 부실 자회사를 살리기 위한 조치라며 항의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후 큐렉스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영업손실 246억원과 404억원을 기록하다 작년 5억6천만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5년 250억원, 2016년 137억원, 지난해 1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최초 영업이익 달성을 무색하게 했다.
미국에서 인공관절수술로봇을 개발하는 씽크서지컬(Think Surgical Inc.)은 큐렉소의 자회사이며 한국야쿠르트 손자회사다. ‘한국야쿠르트-큐렉소-씽크서지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4년 씽크서지컬 지분 33.9%를 매입했다.
싱크서지컬은 지난 2016년 매출 7억원, 당기순손실 493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매출 13억원, 당기순손실 507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출대비 당기순손실 규모가 어마어마한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2009년 6월 인수한 능률교육(현 NE능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002년 12월 10일 코스닥에 상장된 능률교육 인수 당시 윤 부회장도 4.26% 개인 지분을 확보하는 등 회사를 키워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으나 좀처럼 실적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 6월 29일 인수한 능률교육은 연결기준 지난 2010년 매출 453억원·당기순이익 33억원, 2011년 매출 482억원·당기순이익 45억원 경영성과를 올리며 상승세를 탔으나 지난 2012년부터 매출은 517억원으로 다소 증가한 반면 당기순이익은 7200만원으로 급락하면서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다.
매출의 경우 2015년 450억원, 2016년 518억원, 2017년 589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간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은 낙폭이 상당해 향후 사업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은 각각 96억원·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2016년 77억원·53억원, 작년의 경우 26억원·5억원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능률교육은 지난해 11월 에듀챌린지를 흡수합병하면서 상호를 'NE능률'(NE Neungyule, Inc.)로 변경했다.
◎ 오너 2세의 무리한 신규 사업투자 매출 1조원 달성 위한 기존 노력 물거품 가능성도 커
이처럼 한국야쿠르트 수익성 악화에 기여하고 있는 신사업들 모두 2세 경영인인 윤 부회장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진행하던 부분이다.
교육사업, 의료사업, 커피·디저트사업, 부동산사업, 골프레저업 등 유제품 전문 기업인 한국야쿠르트와 접점이 없는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으나 현재까지는 모두 수익성 악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윤 부회장이 공격적으로 진행했던 사업들이 수익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한국야쿠르트 매출 1조원 달성은 흔히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방문판매 강화와 신제품 출시로 인해 이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오너 2세의 무리한 신사업 진출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경우 이런 노력들이 무산돼 한국야쿠르트는 또 다시 매출 1조원 클럽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