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한국투자증권 직원이 부동산 업체 대리인과 공모해 사전 계약이 완료된 토지를 대상으로 PF(파이낸싱 프로젝트) 추진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이를 본인 계좌로 받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모 지점 PB관리팀 B차장은 부동산업체 동삼기업 사업시행 대리인 C씨와 함께 분양업 종사자 A씨와 A씨 지인 4명에게 주상복합오피스텔 신축사업과 관련한 PF투자를 권유한 후 해당 자금을 갈취했다.
C씨의 경우 현재 구속된 상태이나 B차장은 아직까지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달 18일 B차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한 바 있다.
A씨에 의하면 B차장은 근무시간에 자신이 근무 중인 지점 사무실에서 A씨에게 자필 서류 등을 보여주며 “PF자금 250억원이 이미 확약돼 있고 대형 건설사가 시공할 예정으로 한국투자증권을 믿고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여기서 근무하는 저와 회사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당시 A씨와 A씨 지인들은 한국투자증권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B차장의 재직상태 등을 고려해 해당 계약을 의심하기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형건설사 측 관계자는 웹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당시 시공 참여 요청이 왔었으나 여러 사항을 검토하다 결국 거절했다"라며 "해당 프로젝트는 결국 초기 단계에서 시도 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B차장은 본인 사무실 및 외부 카페·식당 등에서 A씨를 만나 2·3차례 투자를 권유했고 이 자리에는 C씨도 함께 나오기도 했다.
이후 B차장은 지난 3월 6일 사업투자금 18억원 가운데 5억원을 먼저 본인 계좌로 송금할 것을 A씨 등에게 요청했고 계약 불이행시 모든 금액을 같은 달 30일까지 반환한다는 내용이 담긴 차용증에 서명했다.
이를 확인한 A씨는 4차례에 걸쳐 총 1억4100만원을 B차장 본인 계좌로 송금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부지가 이미 계약이 완료된 곳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보도에 따르면 A씨가 B차장과 계약한 부지는 본래 제일병원과 동삼기업이 나눠 가지고 있던 곳으로 지난 2월 20일 부동산개발 시행업체인 ㈜카이로스시티에 매각된 상태였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A씨와 A씨 지인들은 차용증 규정에 따라 금액 반환을 B차장에게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B차장이 진행했던 해당 사업으로 인한 피해자는 더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모 광고업체 회장은 B차장으로부터 A씨처럼 유사한 방식으로 당한 후 투자금 5억2000만원을 여태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B차장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회장은 “이후 돈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과 만나 피해 수습 등을 논의한 적이 있다”며 “이들의 금액까지 합하면 20억원 가량 될 것”이라고 일요신문에 전했다. 현재 이 회장 역시 B차장을 고소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B차장은 일요신문과의 문자 답변을 통해 “피해자 측 잘못이며 대응할 가치가 없는 사안일 뿐만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조치가 예상된다”며 “투자를 진행하다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를 포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개인간 발생한 사안으로 회사 책임은 없으며 향후 법정 다툼 결과에 따라 B차장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B차장은 제일병원 한 관계자로부터 사촌동생이라며 개발권을 갖고 있는 C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둘은 애초에 서로 몰랐던 사이”라며 “투자자를 연결해달라는 제일병원 관계자 부탁에 B차장은 증권사 선배를 거쳐 A씨 일행을 연결시겨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차용증에 서명한 이유는 증권사 직원 참여로 투자지원을 독려하고 이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려 했던 것이었다”며 B차장을 대신해 설명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직원들의 위법 행위는 그동안 금융당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적발돼 논란이 됐다.
한국투자증권 명동PB센터에 근무했던 A대리는 2015년 4월 23일 고객과 투자일임계약(‘Profit
수익추구형 1-1호’, 투자금액 5000만원)을 체결하면서 주식 및 집합투자증권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40% 이내로 운용하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30일부터 11월 13일까지 위험자산 비중을 55.8%에서 98.9%까지로 운용해 투자일임계약을 위반했고 해당 사실을 적발한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에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했다.
현행법상 퇴직연금사업자는 가입자·사용자에 대해 3만원을 초과하는 판촉물 제공 및 골프접대 등 금전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 또는 경제적 편익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 연금영업부 직원들은 지난 2014년 9월 9일부터 2016년 6월 25일까지 총 259명의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93회에 걸친 골프접대를 통해 총 6800만원 상당의 편익을 제공했다.
뿐만아니라 지난 2015년 5월 28일에는 3만원을 초과하는 LED 전등 총 300여만원 어치를 구매해 가입자 44명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 직원 11명이 회사에 알리지 않고 주식 등을 거래한 사실을 적발해 징계를 내렸다. 적발된 11명 가운데 8명은 가족·지인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한 후 증권사 정보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3명은 본인 명의 계좌를 사용했으나 회사에 거래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정직 3개월·과태료(2명), 감봉 3개월·과태료(1명), 견책·과태료(4명), 주의·과태료(1명), 감봉 3개월·과태료(2명), 견책 상당 및 과태료(1명) 등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 2016년 한국투자증권 강서지점 A차장은 지난 2014년부터 사고 발생 전까지 25%의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고객들에게 20여억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받은 뒤 도주했다. 이와 함께 지인으로부터 받은 돈 30억원까지 합하면 A차장이 사기 친 돈은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차장은 이전에도 금융사고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전적이 있어 논란이 됐다. A차장은 지난 2008년 위탁매매용 고객 돈 수십억원으로 주식을 사고 팔다가 2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혀 지난 2013년 법원으로부터 회사와 함께 피해액 절반을 고객에게 변상해주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4년 3월 경에는 한국투자증권 서울 영등포 지점에서 D차장이 고객 명의의 출금신청서를 위조해 고객 돈 17억원을 횡령했다. D차장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4 2월까지 고객자산관리 업무를 맡아 근무하며 출금신청서를 위조해 50여차례에 걸쳐 약 13억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았다.
또 고객이 위탁계좌를 개설할 때 여분의 출금신청서를 몰래 만들어 고객 계좌에서 약 3억원을 빼낸 혐의도 함께 인정돼 기소됐다.
이외에도 지난 2014년 11월 경 한국투자증권 창원지점 한 직원이 고객 돈 30억원을 횡령해 물의를 일으켰다. 피해금액 30억원 가운데 13억원은 고객 돈이고 나머지 16억원에서 17억원 정도는 횡령을 저지른 직원의 장인·장모 자금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