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대한항공 ‘물병 갑질’ 논란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유명 호텔 및 골프장 회장의 ‘콩국수 갑질’로 골프장 조리사가 해고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31일 ‘뉴시스’는 지난 23일 레이크우드CC 조리원으로 근무하던 여직원 A씨가 회사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게 됐다’는 통보와 함께 즉각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회사 측은 A씨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레이크우드CC측이 A씨에게 사직을 요구한 이유는 이 회장에게 제공했던 ‘콩국수의 면발 굵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19일 오전 11시 경 L회장이 그늘집에서 콩국수를 주문했다. 그 때 콩국수 면발이 문제가 됐다”고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L회장은 르 메르디앙 서울(구 리츠칼튼 호텔) 회장이자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CC) 소유주인 이전배 회장으로 확인됐다.
당시 레이크우드CC 주방에는 콩국수 주 재료 중 하나인 소면 보다 굵기가 다소 굵은 중면이 모두 떨어져 중면보다 굵은 면으로 콩국수를 만들었다.
이후 A씨는 이 회장으로부터 호출을 받은 뒤 “국수 면발이 왜 이렇게 굵으냐”는 지적을 받았다.
A씨는 콩국수 면발에 대한 단순 지적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며칠 후 레이크우드CC가 식음료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신세계푸드 측에 공문을 보내 정식 문제 제기에 나서면서 ‘권고사직’으로까지 사태가 커졌다.
레이크우드CC는 신세계푸드에 클럽하우스 레스토랑과 그늘집 등 식음료에 대한 위탁 운영을 맡겼고 신세계푸드는 이 가운데 조리 분야를 용역업체에 하청을 줬다. A씨의 신분은 이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레이크우드CC 관계자 “콩국수 면발과 관련된 회장님의 문제점 지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영업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신세계푸드에게 적절한 조치를 바란다는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뉴시스에 해명했다.
신세계푸드 측은 “고객 클레임이 전달되고 문제가 커지자 조리원이 스스로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안다”라는 입장이다.
‘콩국수 갑질’ 논란 의혹 당사자인 이 회장은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콩국수 면이 왜 바뀌었냐는 말을 했다”며 “(A씨 사직과 관련해) 우리 골프장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사직을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뉴시스는 레이크우드CC 종사자들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콩국수 면발 때문에 해고됐다는 이야기가 쫙 퍼져있다”며 “파리목숨도 아니고 이같은 해고 행태가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자세한 이유도 모른채 해고를 당한 A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A씨는 “면 종류가 조금 다르다고 해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냐”며 “사직서를 받은 관계자들로부터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집이 이사할 때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까지 열심히 근무했는데 이런 결과를 맞게 되니 너무 억울해서 밤잠조차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이 회장은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위치한 르 메르디앙서울 호텔을 영업장으로 보유하고 있는 전원산업 지분을 69.93%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전원산업은 지난 1968년 설립돼 관광호텔업, 오락서비스업, 부동산임대업 등을 주요 영업으로 하고 있다.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