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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주민자치회 설치‧운영 조례 시급…추진 시 반드시 현장의견 담아야”

충남도의회와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주민자치 실질화 방안 모색 의정토론회’ 개최


[웹이코노미 김영섭 기자] 지난 9월 30일 충남 홍성 충남도의회 회의실에서 ‘충청남도 주민자치 실질화 방안 모색 의정토론회’가 열렸다. 충남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와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주최와 주관을 각각 맡았다.

 

이번 토론회는 이현숙 충남도의원이 좌장을 맡고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발제를 진행했다. 또 최광희 도의원, 김찬동 충남대 교수, 이동호 변호사, 이일건 충남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이병도 서천군 마산면 주민자치회장, 김봉환 쌍용2동 주민자치회장, 유호열 충남도청 공동체정책과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고 주민자치중앙회가 밝혔다. 

 

단체자치 30년, 주민자치 20년...단체자치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주민자치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한국 주민자치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단체자치 30년, 주민자치는 20년이 넘었는데 보령시만 봐도 단체자치는 매우 발전했다. 하지만 주민자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왜 그럴까? 단체자치는 발전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고 주민자치는 발전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라며 “읍면동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지 않은 나라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주민들이 함께 하는 게 주민자치이고 이를 주민들이 함께 하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배려가 전혀 없다”고 서두를 꺼냈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 분권과 주민의 자치는 주민자치회로서 완성된다. 구역을 주민들이 나의 마을로 승인해야 하고 주민을 주민들이 나의 이웃으로 승인해야 하고 마을 일을 주민들이 나의 일로 승인해야 주민자치가 이뤄진다. 그런데 한국의 지방자치는 주민자치가 없는 기형적 구조다. 주민자치회 법, 회장 선출, 회원 총회, 조직과 인력, 자치사무와 재정 등이 모두 부재되어 있다. 주민자치는 마을의 생활관계를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체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민이 자발적, 자주적, 자율적으로 자치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회에 분권력과 자치력을 부여해 줘야 한다”라며 “그러나 지금의 주민자치는 읍면동장 아래에 위치해 있다. 시장, 군수, 구청장들은 시민단체에 주민자치를 위탁해 행정과 정치를 위한 주민관치로 변질되어 있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또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안과 서울형 주민자치회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행안부 표준조례가 주민자치를 철저하게 왜곡시켰다. 지방분권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과 관련해 행안부 표준조례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했다. 이로 인해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은 박탈되고 대신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되었다. 주민자치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주민자치회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 시켰다”고 지적했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위원 대상 사전의무교육과 추첨제 선발방식과 관련해서는 “매우 불명확한 공고를 통해 공개모집하고 사전의무교육을 강제한 뒤 추첨으로 선정되는 주민자치위원 선정방식은 겹겹의 장애를 만들어 뜻 있는 주민의 주민자치회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아 놓았다. 주민자치회는 대표성, 사회성, 신뢰성이 높아야 하는데 추첨으로 위원을 선정하면 자치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또 이들에 대한 교육을 주민자치현장과 관련 없는 단체 활동가들이 교육하는 것도 문제다. 주민자치위원에 대한 교육은 주민자치회장이나 협의회장 등 현장에서 오래 활동한 분들이 해야지 비전문가가 뜬구름 잡는 얘길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주민자치회 구성 규모에 대해서도 “읍면동 단위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한 것은 명백한 주민자치 정책의 오류다. 한국의 읍면동은 대다수가 자치단체에 가까운 규모다. 인구에서도 무보수 명예직의 비상근 주민자치회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면적에서도 생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주민자치회를 통리 계층에 설치하는 것이 이론적,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하고 기존의 행정 보조기능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주민자치 실질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자치회에게 할 수 없는 사무를 강요한 점도 문제다. 주민자치위원의 능력 부족 탓이 아니다. 주민자치는 행정서비스나 시민운동과 다르다. 쉽고 재미있고 비용이 적게 드는 일들이 바로 주민자치의 일이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자치할 수 있도록 권리능력과 행위능력을 부여해야 한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마을서비스 사업 같은 주민자치형 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봉사활동을 사업화하는 행정과시형 사업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사업화하는 완장형 사업이 종용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주민과 주민자치회 자치역량 충분...읍면동 아닌 통리 단위서 실질적 자치 일궈야"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회 운영을 주민에게 온전히 맡기지 않고 중간지원조직에게 위탁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시군구장이 시민단체에 주민자치를 위탁시켰고, 위탁 받은 시민단체는 중간지원조직이라는 허명 아래 주민자치를 간섭하고 침해하며 지배해 버렸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서마종-마자센터-동자치지원관으로 이뤄지는 수직체계를 구축해 주민자치회를 가장 말단에 위치하게 했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이 체계는 중단 됐지만, 현재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평가되고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전했다. 전 회장은 “주민이 스스로 운영할 수 없다면 자치회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주민자치의 기틀을 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민과 주민자치회는 충분히 자치역량이 있다. 하지만 행정이나 정치에서는 주민들에게 자치역량이 없다고 폄하한다. 분권이 없는 상태의 자치역량은 민원의 소지가 되고 정치적 편향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주민의 개인역량을 집단역량화 시킨다면 읍면동장이나 지방의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럴수록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에게 자치의 동기를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숙성시켜야 한다. 더불어 지역과 사회, 사업 등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유형을 특화시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주민자치회장이나 위원은 선출이나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하는 것이다. 할 일과 능력, 동기를 살핀 뒤 약속하고 계약하는 자리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주민자치회에 역량과 동기가 충만한 주민들이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전상직 회장은 “약 12개 정도의 서로 다른 주민자치회 모델이 나와야 특성이 다 다른 현장에 적용해 운영해볼 수 있다. 근데 지금은 붕어빵 찍어내듯이 동일한 모델로 전국 모든 지역에 적용하려고 한다”라며 “주민자치회의 모든 회의를 유튜브 등 온라인에 공개하고 주민들에게 다 알려야 한다. 이런 곳에선 주민자치회가 잘 되더라. 물 없이는 밀가루 반죽이 안 되듯이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 주민들이 모이고 뭉치지 않는다. 그럼 소통만 하면 될까? 이를 동력, 자산 삼아 주민자치를 멋지게 만드는 게 바로 리더십이다. 마치 물로 밀가루 반죽을 하고 이스트를 넣어 빵을 부풀어 오르게 하듯이 말이다. 오늘 발제에서 한국 주민자치 23년간의 잘못된 점을 대체로 짚어낸 것 같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주민자치가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자치회, 위원회와 큰 차이 없어...여전히 주민도 자치도 없는 현실"

 

이어 지정 토론에서 김찬동 충남대 교수는 “주민자치 문제를 충남도의회에서 세미나 한다는 게 굉장히 선도적이다. 주민자치회와 의회가 각각 역할을 가지고 갈등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의회는 담당구역이 큰 주민자치라고 할 수 있다.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풀뿌리 타운미팅, 즉 작은 규모 단위에서 주민 몇백명이 모여 자기 결정, 자기 집행을 하는 타운 정부형태를 언급했다. 보통 회의는 저녁 7시에 월 2회 주민들이 모여 그 지역 문제를 논의했다. 그렇다면 지방의회와의 관계는? 미국 타운미팅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주민들이 직접민주주의를 하는 오픈타운미팅이 있고 규모가 커져 모이기 어려울 때 대표를 뽑아 ‘대표제 타운정부’(RTM)를 만들었다. 이 형태에서 좀 더 규모가 커지면 우리의 읍면동, 시군구가 될 것이다. 우리는 보텀 업으로 민주주의 역량을 키워온 게 아니고 국가가 주민을 참여, 동원시키기 위한 주민자치회를 만들다보니까 길을 잃었다. 이번 기회로 충남 주민자치가 한발 더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이일건 충남 주민자치회 대표회장은 “지금까지는 관료 정치로 주민자치가 무력화되었다. 그러나 지금이 대한민국 주민자치의 전환의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주민자치가 정치시스템으로 인하여 잘못된 것이 확실하다면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방향성을 모색하여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주민이 주인 되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관은 주민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때 앞으로 주민자치는 지금까지 헤매던 길에서 바른 길을 제대로 찾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자치는 주민이 주인이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주와 객이 바뀐 상태였다. 관에서 모든 계획을 만들어 지시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올바른 충남형 주민자치 조례를 만들어 주민 스스로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주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번 토론회를 통하여 우리가 하고 싶은 주민자치로 나아갈 수 있는, 모든 결정을 주민 스스로 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과 길을 찾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올바른 충남형 주민자치 조례 제정해 사업 계획-실행 모든 권한 주민에게 돌려줘야"

 

이병도 서천군 마산면 주민자치회장은 “우리 면의 경우 ‘찾아가는 총회’로 다양한 분들을 만나 의견 들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5년 6개월간 주민자치 중심에 있으면서 바꿔야 할 점들을 제시해보겠다. 주민자치 운영비 지원을 계속해서 관에 요청을 하면, 듣는 얘기는 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군 조례는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인데 운영조례가 없다. 설치에 관한 내용도 몇 줄 안 된다. 상위법이 그렇게 문제인데 왜 의회에서는 조례 하나 못 만들어 주는지 모르겠다. 군수에게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라며 “사업비로 1500만원이 나오고 사무국장 인건비로 월 80만원이 나온다. 주민자치를 충분히 지원하는 시스템이 만들어 지지 않으면 운영이 힘들다. 회장은 군에 가서 읍소해야 하고 영업을 뛰어야 하는 사람이 된다. 관치, 행정으로 주민자치회가 독립하려면 제대로 된 조례, 설치부터 운영까지 세세하게 만들어진 조례가 있어야 한다. 물론 주민자치회의 역량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집행, 회계까지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엔 힘들지만 하니까 되더라”라고 강하게 설파했다.

 

지정토론이 끝나고 전상직 회장은 “담당 과장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주민자치 정책이나 방안을 수립하실 때 미리 주민자치회장님들과 논의해 발표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의회에 요청드리고 싶은 건 조례 제정 시에 꼭 빠뜨리지 말아야할 게 시군구 협의회가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도와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또 하나, 협의회는 기존 조직을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한다. 사무국과 함께 교육국, 사업국 이 두 기능은 있어야 일이 된다. 협의회가 실질적인 주민자치 업무를 감당할 수 있게 고려해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