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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민자치 어디로 가나… “시민단체-중간지원 아닌 주민자치조직 중심돼야”

서울시 주민자치 실질화 정책 토론회에서 다양한 주장 펼쳐져


[웹이코노미 김영섭 기자] 서울시의회 주최의 서울시 주민자치 실질화 정책토론회가 지난 20일 열렸다. 토론회에선 그간 서울의 주민자치 운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다. 주민자치회를 시민단체에 위탁해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자치 현장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훼손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주도한 마을공동체사업과 서울형 주민자치는 철저하게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큰 상황이며, 되레 시민단체 몸집 키우기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21일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배포 자료에 따르면 발제를 맡은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토론회 말미에 “서울시는 새로운 주민자치 모델 구축을 위해 서울연구원 같은 곳에 주민자치 연구용역을 주고 행정안전부라면 아마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연구를 맡길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결과가 나올까? 의구심이 든다”라며 “주민자치는 행정학의 한 분야가 아니다. 정치, 행정, 사회, 정책, 철학, 역사, 종교 등 다양한 학문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는 복잡다변한 영역이 주민자치다. 주민에 근거를 둔 주민자치는 연구원 단위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서울시가 직접 만들 것을 권한다. 각계각층 전문가들을 다 불러 심도 있는 숙의 과정을 거친 후 주민자치 현장의 의견까지 반영한다면 충분히 훌륭한 서울의 주민자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좌장을 맡은 박성연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주민자치는 각 자치구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운영상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가 드러난 바 있다. 확대냐 축소냐의 논란도 뜨겁다. 서울시 각 자치구마다 처한 여건과 환경이 다른 만큼 오늘 토론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이 각 구에서 주민자치회의 개선점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진 주민자치...행안부 표준조례가 왜곡 부추겨

 

전 회장은 발제에서  “단체자치 30년, 주민자치 20년 넘었지만 주민자치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단체자치는 발전할 수 있도록 분권에 의해 합당한 권한을 부여 받았지만 주민자치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주민자치는 주민도 자치도 없다. 주민자치회 법, 회장 선출, 회원 총회, 조직과 인력, 자치사무와 재정 등에 대한 권한이 모두 부재되어 있다. 주민이 자발적, 자주적, 자율적으로 자치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회에 분권해 줘야 한다”라고 발제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또 “하지만 현재의 주민자치는 읍면동장 보다 아래에 있다. 시장, 군수, 구청장은 어떠한가? 시민단체에 주민자치를 위탁해 행정과 정치에 의한 관치로 변질된 현실”이라며 “주민자치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혁신적인 주민자치회 설치를 추진했지만 관료의 반발에 부딪혀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주민자치위원회로 격하시켜 버렸다. 그마저도 일체의 권한 없이 읍면동장 하부조직으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전 회장은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안에 의해 주민자치가 철저하게 왜곡되었다며 그 증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행안부 표준조례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해 버렸다. 이로 인해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은 박탈되었고 대신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된 것이다. 주민자치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 시켜 버렸다. 결국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아닌 소수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심각하게 기형적인 구조다.”

 

 

위헌소송까지 제기된 무차별 사전의무교육

 

전 회장은 특히 사전의무교육과 추첨제로 이어지는 대다수 지역의 주민자치위원 선정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불명확한 공고를 통해 공개모집하고 사전의무교육을 무차별 강제한 뒤 지원자의 동기 부여마저 꺾는 추첨으로 선정되는 위원 선정방식은 주민의 주민자치회 진입을 원천 봉쇄해 놓은 것”이라며 “주민자치회는 대표성과 사회성 그리고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위원을 선정하면 주민자치회의 자치사업은 연속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자치계획 수립 같은 기본적 사무조차 불가능하다”라고 성토했다.

 

전상직 회장의 주장대로 주민자치위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전의무교육은 헌법상 공무담임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어 관련 조례 조항이 헌법재판소 재판부 심판에 회부되어 심리 중에 있다.

 

전 회장은 또 “주민자치회에게 할 수 없는 사무를 강요한 점도 큰 문제”라며 “주민자치위원의 능력 부족 탓이 아니다. 권력화, 이익화, 신분화가 문제다. 주민자치는 행정 서비스나 시민운동과 전혀 다르다. 쉽고 재미있고 비용이 적게 드는 일들이 바로 주민자치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자치할 수 있도록 권리와 행위능력을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봉사활동을 사업화하는 행정과시형 사업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사업화하는 완장형 사업만 종용하고 있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마을서비스 사업 같은 주민자치형 사업은 진행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감당하기 힘든 규모의 읍면동 주민자치회, 명백한 정책 오류

 

전 회장은 주민자치회의 설치 구역 및 계층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의 메시지를 던졌다.

 

“읍면동 단위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한 것은 명백한 정책 오류다. 한국 읍면동은 대다수가 자치단체에 가까운 큰 규모다. 인구도 무보수 명예직의 비상근 주민자치회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면적에서도 생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주민자치회를 통리 계층에 설치하는 것이 이론이나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하고 기존의 행정 보조기능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주민자치 실질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회장의 이론대로 이중구조 주민자치회는 지역이나 주민을 대표하는 자치기능, 자치단체와 협력하는 협치기능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자치기능을 통리에 두고, 협치기능을 읍면동에 두는 이중구조로 주민자치회 설계가 충분히 가능하다.

 

한편, 주민자치회가 직접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주민자치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한 전상직 회장은 “주민과 주민자치회는 충분한 자치역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행정이나 정치에서는 주민에게 자치역량이 없다고 호도한다”라며 “물론, 분권 없는 자치역량은 민원의 소지가 되고 정치적으로 편향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주민의 개인역량을 집단의 역량으로 발전시킨다면 누가 가장 경계하게 될까? 읍면동장이나 지방의원들일 것이다. 그럴수록 주민자치회가 주민에게 자치의 동기를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숙성시켜줘야 한다. 더불어 지역 특성과 사회, 사업 등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유형을 특화시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맞춤형 주민자치회 모델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위탁해 버린 주민자치...단체장과 의회 모두 공범

 

또한 전상직 회장은 발제에서  주민자치회를 주민 동의 없이 마음대로 시민단체에 위탁한 것이 행정과 정치가 주민자치에 저지른 가장 큰 폐단이라고 날카롭게 꼬집어 말했다.

 

“표준조례 제21조(지방자치단체의지원) ‘⑧시장(또는 군수·구청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관련 법인 또는 단체 등으로 하여금 주민자치회의 설치·운영을 지원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이라며 “시장·군수·구청장이 시민단체에 주민자치를 위탁했고, 위탁 받은 시민단체는 중간지원조직이라는 허명 아래 주민자치를 간섭하고 침해하며 완전히 지배해 버렸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관련 조례를 통과시킨 지방의회도 주민자치를 훼손시킨 공범과 다를 바 없다. 주민자치를 포괄적으로 위탁시키는 조례를 알고도 통과시켰다면 무책임의 극치이고, 모르고 했다면 무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덧붙여 “이 같은 참사는 서울형 주민자치회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마을자치센터-동자치지원관으로 이뤄지는 철저한 수직체계를 구축해 주민자치회를 가장 말단에 던져 버린 것”이라고 지적하며 “행안부의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사업은 최초 87개로 시작한 것이 2022년 8월 현재 1,305개 읍면동으로 펴진 상태다. 그것도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냉철한 분석조차 없는 채로 말이다. 가장 큰 문제? 일체의 주민 동의 없이 무차별적으로 실행 중이라는 점이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주도한 마을공동체사업과 서울형 주민자치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큰 상황이다. 오히려 시민단체 몸집 키우기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적지 않다. 주민자치회를 시민단체에 위탁해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명패 아래 주민자치 현장을 심각하게 왜곡, 훼손시킨 대표 사례가 서울의 주민자치이다. 방만하고 부실한 운영을 이어온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폐지가 이를 증명한다.

 

새로운 ‘서울형 주민자치모델’ 시에 제안

 

이성배 의원(서울특별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은 “서울시 주민자치의 명확한 모델을 제시하되 주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시다시피 가장 많이 지적된 사항이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비롯해 각 자치구 마을자치센터 운영이다. 그러나 센터의 운영을 위해 많은 예산을 차지한 것이 인건비다”라며 “문제는 정작 주민이 체감한 것은 없고 특정 시민단체 배 물리기에 몰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크다”고 꼬집어 말했다.

 

최홍옥 강서구 주민자치협의회장은 “서울시와 일부 구청은 주민자치 사업 지원이 전무하다. 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당시 보조금 지원 정책 정도를 고무적으로 평가해 주민자치를 박원순표 치적으로 치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라며 “현 정부의 국정과제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에도 구체적인 주민자치 공약과 정책이 부재된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신촌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자치회는 중간지원조직의 성과를 위해 동원되는 하부조직으로 전락해버렸다. 또한 중간지원조직이 지지 또는 지원하는 정당의 정책 방향을 주민에게 주입시켜 주민자치회를 하부조직 중 일부로 만들었다”라며 “예산 집행 및 자치회 운영 등 주요 권한이 중간지원조직에 집중되었고 그들의 일정에 의해 주민자치회가 좌우되고 있으며 중간지원조직만의 성과를 위해 자치회가 이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봉희 서울특별시 자치행정과 자치팀장은 “주민자치회 설치의 추진 근거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29조, 서울특별시 주민자치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 및 각 자치구별 조례에 있다”며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연차별 확대 방식으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추진을 진행 중인데 25개구 426개동 중 22개구 261개동이 도입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찬동 충남대학교 도시자치융합학과 교수는 “주민자치는 국가가 아니라 시민사회 영역이어야 한다. 한국 주민자치의 과거와 현재는 국가 혹은 행정(관료제) 영역에 머물고 있고, 결과적으로 시민사회를 동원하려는 프레임과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라며 “자치는 주민이 공동체를 만들면서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치력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스스로 자치할 수 없는 영역은 정부나 자방자치단체를 통해 처리하는 연방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제도설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호 법무법인 온다 변호사는 “국회에 발의된 8건의 주민자치회 법률 제정안 중 제21대 국회의 독자적인 안은 4건이다. 나머지 4건은 현행 지방분권법에 있는 조항을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그대로 옮겨 놓은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이는 별도의 법률안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게다가 발의된 지 1년이 훨씬 지나도록 논의 속도도 매우 미진하다”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관치를 바로잡고 주민자치를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제한 후 “2013년 행정안전부가 만든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안은 근본적으로 ‘주민자치의 일반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주민자치회가 주민도 자치도 없고 주민 대표성 없는 관변조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전상직 회장의 발제에 공감한다”라고 전했다.

 

3시간 가까이 장시간 진행된 서울시 주민자치 실질화 정책 토론회의 모든 순서가 종료되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장들의 핵심은 서울의 주민자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우선 전제로 실질적인 지원과 운영이 시민단체나 중간지원조직이 아닌 주민자치조직 중심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지방의회와 협력한 주민자치 정책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다음 토론회는 10월 24일 광주광역시의회와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