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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언어와 한글기획 전문가인터뷰] 백수진 경상국립대 책임연구원 "누구나 알 수 있는 방송과 기사돼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방송이 되고, 이해하기 쉬운 말로 기사가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경상국립대학교 국어문화원 백수진 책임연구원은 웹이코노미와 인터뷰에서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묻자 "야구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부르면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방송을 보면서 잘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또 백 연구원은 대학교 국어문화원이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 게 중요한지 묻는 질의에는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은 공고문을 분석하여 공공 기관에서 바르게 써야 할 공공 언어들을 제시하고, 많은 이들이 쉽게 기사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무엇이 있을지 함께 연구하고 논의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며 "이것이 대학의 국어문화원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백 책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의 설립목적과 배경, 그간의 주요한 사업과 성과는.

▲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은 국어기본법에 따라 국어 문화를 연구하고 올바른 국어 문화를 선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설립되었습니다. 2005년 7월 1일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센터로 출발하여 같은 해 10월 1일 국가 지정 국어상담소가 되었습니다. 이후 2008년 5월에 문화체육관광부 지정에 따라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국어문화원 지원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국어 생활 능력 향상’에 의의를 둔 공공 언어 개선 사업과 지역어 보전 사업 등을 주로 해 오고 있습니다. 지역어 보전 사업의 성과로는 ‘진주 지역 언어 문화 자료집’ 발간을 들 수 있습니다.

 

2010년 『진주 지역의 의생활 문화』를 시작으로, 2012년 『진주 지역의 제례 문화』, 2013년 『진주 지역의 혼례 문화』, 2014년 『방송으로 본 경남 지역어』, 2016년 『경남 지역의 상례 문화』 를 발간하였습니다. 공공 언어 개선 사업으로는 경상남도청과 『경상남도 문화재 안내문 바로잡기』, 『경상남도 공공 언어 사용 실태 조사』를 발간하였고, 진주시청과는 『진주시 광고물 한글 사용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를, 경상남도교육청과 『경상남도교육청 공공 언어 사용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2023년에는 국립국어원과 협약을 맺어 ‘인공지능 활용 국어능력 진단체계 개발’ 사업에서 글 자료 수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상남도교육청과 공고문 바로 쓰기 책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 활동과 사업에서 공공 언어를 개선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공공언어 감시단'을 5월부터 운영 중인데, 사업내용과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은.
▲‘경상남도 공공 언어 감시단’은 국어문화원 지원 사업에서 상시 운영 사업으로 계획되었습니다. 경상도민 전체를 ‘경상남도 공공 언어 감시단’으로 임명하고 경상남도 내 공공 기관에 쓰인 외국어·외래어 및 외국 문자를 제보받는 사업입니다. 5월부터 사업이 진행되어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수정이 시급한 사안을 제보한 도민을 선정하여 경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많은 내용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지는 않으나, 공공 기관 게시판에 ‘information’만 적혀 있는 것이라든지, 어려운 외래어인 ‘해커톤’이 사용된 용례 등의 제보는 의미 있는 제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올해 12월까지 계속 진행되며, 이후에 1년 동안 제보된 내용들을 모아 각 기관에 알리고, 다듬어 쓸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을 제안할 계획입니다. 보도 자료를 통한 내용 알리기에도 힘쓸 생각입니다. 
 
-세종 나신 날 기념 우리말 다듬기 공모전도 마련했는데, 행사 내용과 의미는.

▲ 5월 15일 ‘세종 나신 날’을 맞이하여 매년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8회를 맞이한 ‘어린이 한글 사랑 포스터 공모전’과 ‘우리말 다듬기 공모전’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중 ‘우리말 다듬기 공모전’은 세종 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행사입니다. 세종 대왕은 국민들이 의사소통을 편히 할 수 있도록 훈민정음을 창제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외래어와 외국 문자들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나 이렇다 할 우리말이 없는 어휘들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어 봄으로써 세종 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목적을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번 공모전에 제시된 용어는 ‘언박싱, 플랫폼, 옐로카펫, 뉴딜, 어그로’ 5개였습니다. 개최 결과 127명의 도민들이 응모하였습니다. 그 중 의미가 잘 전달되는 우리말로 순화한 10명을 선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뉴딜’은 새물결, 새빛 정책으로, ‘어그로’는 엉뚱단지, 눈총몰이, ‘언박싱’은 짐풀놀음, 끌러보기, ‘옐로카펫’은 아이지킴터, 노란안전섬, ‘플랫폼’은 이음마당, 연결마루로 다듬은 말이 선정되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평소에 생각 없이 사용했던 외래어들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말 가꿈이 동아리' 사업도 눈에 띈다. 사업의 내용과 성과, 향후 계획은.

▲ ‘우리말 가꿈이 동아리’는 국어문화원 연합회의 공모를 통해 선정되는 사업입니다.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에서는 2015년부터 사업에 공모하여 올해까지 여덟 번 선정이 되었습니다. 이 사업의 목표는 미래 세대인 대학생을 중심으로 ‘우리말 가꿈이’ 양성을 통해 올바른 언어 문화를 지역에 확산하고 정착시키는 데 있습니다. 매년 30명 안팎의 대학생들이 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리의 주요 활동은 ‘누리소통망 홍보 활동’, ‘경남 지역 특성화 활동’, ‘세종 나신 날 기념 행사’, ‘한글날 기념행사’ 등이 있습니다. 올해의 첫 활동으로 5월 17일과 18일 ‘세종 나신 날 기념 행사’가 있었습니다. 경상국립대 중앙 광장에서 학교 재학생 및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쉬운 우리말 알리기’, ‘공공 언어 바로 쓰기’ 등을 알리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한글날이 있는 가을에는 더 많은 활동들이 이어지게 됩니다. 경남 지역아동 센터를 찾아 ‘찾아가는 언어 문화 교실’을 펼치게 되며, 10월에는 한글날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에서도 가꿈이들의 많은 활동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대학교 국어문화원이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지.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에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뉴스 사천’과 함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20년에는 지역의 공고문을 분석하여 『실제 사례로 본 공고문 쉽게 쓰기』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2021년에는 ‘복지 시설’에서 사용되는 말과 글을 쉽게 쓰는 것을 중심으로, 2022년에는 ‘외국인도 알아 듣는 쉬운 우리말’이라는 주제로 사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사업들 안에서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은 공고문을 분석하여 공공 기관에서 바르게 써야 할 공공 언어들을 제시하고, 많은 이들이 쉽게 기사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무엇이 있을지 함께 연구하고 논의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이것이 대학의 국어문화원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뷰 참여 전문가의 개인적 전공 분야와 관심 분야를 소개해주면.

▲저는 국어국문학과의 전공 중에서도 ‘국어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화용론’ 즉, 입말이 주 전공 분야입니다. 사람들의 일상 대화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연구하고자 합니다. 또한 방송 용어나 방송 자막의 오류 등을 찾아보는 것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과 관련해 개인적 전공 분야 관점에서 제안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얼마 전 야구 경기를 보던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야구 용어 중 ‘백투백’을 우리 말 ‘연속 홈런’으로 바꾸어 쓰자는 홍보 자막이었습니다. 야구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부르면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방송을 보면서 잘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홈런’이라는 말도 순우리말이 아니었습니다. ‘홈런’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말이기는 하지만, 이것 또한 순우리말로 바꾸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이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방송이 되고, 이해하기 쉬운 말로 기사가 쓰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