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이코노미=이지웅·이민우 기자]
# 26일 '2019 콘텐츠산업포럼' 다섯 번째 순서 '방송영상콘텐츠포럼'
# 조영신 SK브로드밴드 전략담당 실장 "광고 기반의 AVOD 시장 열릴 것"
# 황진우 CJ ENM 콘텐츠 액티베이션팀 팀장 "K-포맷의 글로벌 도약의 조건은 '협업'"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이 콘텐츠산업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10년간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2019 콘텐츠산업포럼'을 6월 18일부터 20일, 25일부터 27일까지 총 6일간 서울 광화문 CKL스테이지에서 개최한다.
2019 콘텐츠산업포럼은 콘텐츠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콘진원의 정책포럼 브랜드다. 올해 포럼은 정책, 패션, 음악, 이야기, 방송, 금융 등 총 6개 분야를 주제로 2주에 걸쳐 진행한다.
지난 26일 열린 '방송영상콘텐츠포럼'은 '포스트-넷플릭스 시대, 방송영상콘텐츠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진행됐다. 포럼에는 조영신 SK브로드밴드 전략담당 실장, 황진우 CJ ENM 콘텐츠 액티베이션팀 팀장·FRAPA 이사가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발제에 나섰다.
◇ 조영신 SK브로드밴드 전략담당 실장 "광고 기반의 AVOD 시장 열릴 것"
조영신 실장은 '포스트-넷플릭스 시대, 방송영상 생태계의 지형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OTT 플랫폼 시장은 넷플릭스가 독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플TV+, 디즈니+, 워너미디어 등 후속 OTT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한 사람당 몇 개의 OTT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까? 한 개 내지 두 개, 많아야 세 개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OTT 플랫폼 시장을 전망했을 때, OTT 플랫폼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경쟁 심화로 접어들게 되면,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지속되거나 확장된다. 이는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에게는 큰 기회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함정'이 생긴다.
조영신 실장은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했을 때, 디즈니+는 90% 이상을 자사의 콘텐츠로 채울 것이다. 그리고 애플TV+는 OTT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를 지향해 여러 OTT를 패키징해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라며, "OTT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져도, 콘텐츠 사업자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콘텐츠 수급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한 조영신 실장은 AVOD(광고 기반 모델)에 주목했다. 현재 대부분의 OTT 플랫폼들이 사용하는 SVOD(구독 모델) 외에 AVOD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신 실장은 "플루토는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동영상 광고를 혐오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AVOD를 적용한 서비스를 선보였고, 로쿠는 구독 모델에 한계를 느끼고 AVOD를 적용했다"며, 광고에 기반한 VOD 시장이 2019년 큰 화두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조영신 실장은 OTT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미디어 클라우드'를 언급했다.
그는 "미디어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콘텐츠 사업자가 OTT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데 무리가 없어진다"며, "기존 방송 시장에서 콘텐츠를 제공했던 사업자들이 OTT 시장으로 진입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 황진우 CJ ENM 콘텐츠 액티베이션팀 팀장·FRAPA 이사 "K-포맷의 글로벌 도약의 조건은 '협업'"
황진우 팀장은 'K-포맷이 어떻게 하면 글로벌 시장에 다가갈 수 있을까'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오늘날 미디어 콘텐츠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 커뮤니티'다. 콘텐츠산업이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고, 어느 때보다 기회가 많아졌다. '굿닥터', '복면가왕', '꽃보다 할배', '너의목소리가보여' 등의 포맷이 해외에 판매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드라마 '열혈사제'가 미국에 포맷 판매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K-포맷 산업은 글로벌 상품으로써 준비가 돼 있을까? 황진우 팀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이어 K-포맷 사업자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5가지 요건을 설명했다.
첫 번째, 글로벌 향으로 준비하고 내수용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글로벌 시장 눈높이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한 포맷을 제작해야 한다. 대부분의 K-포맷은 내수용으로 제작하고, 글로벌 수출할 때 글로벌용으로 재제작한다. 이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반면 글로벌 향으로 준비된 포맷은 해외 사업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뿐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출시되자마자 바로 포맷 패키지가 준비되기 때문에 빠른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두 번째, IP 인증·보호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 중국이 IP 산업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예능 '왕패대왕패'는 포맷 IP를 활용해 게임, 머천다이징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다. IP로 다양한 사업을 통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IP 보호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황진우 팀장은 IP 보호는 물론 IP를 창작한 크리에이터도 함께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를 반드시 포맷과 함께 묶어야 한다"며, "IP 보호는 비단 결과물만이 아닌 크리에이터까지 같이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차후 K-포맷의 글로벌 도약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 포맷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황진우 팀장은 "아직 한국은 포맷 전문 인력이 굉장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포맷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콘진원에서 진행하는 '방송 포맷 랩'이 기대된다. 이를 통해 나온 전문 인력들이 서로 협업하는 구조가 생긴다면 훨씬 더 대한민국 포맷 산업의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네 번째, 한국 포맷 상품 경쟁력을 고도화해야 한다. 포맷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1. 해외 시장 리서치, 2. 포맷을 현지화하는 구조화, 3. 포맷 지침서와 다양한 툴을 가진 패키징, 4. 현지 프로모션, 5. 현지 사업자와 지속적인 협업을 통한 IP의 자산화가 진행돼야 한다. 이 다섯 가지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이 '고도화'다.
다섯 번째, 혼돈의 시대를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제 절대적인 강자는 없다. 포맷과 광고의 결합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틱톡, 퀴비 등 신규 플랫폼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 속에서 K-포맷 제작자들은 어떻게 적응을 하고, 주요 플레이어로 정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끝으로, 황진우 팀장은 K-포맷의 글로벌 도약의 조건은 '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tvN '꽃보다 할배', MBC '복면가왕'을 각 방송사 포맷이 아닌 전부 K-포맷으로 인식한다"며, "K-포맷이라는 큰 브랜드 아래서 서로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K-포맷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통해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상품이 될지는 포맷 사업자들에게 달려있다"고 끝을 맺었다.
◇ 종합토론, '미디어 환경 변화 속 한국 방송영상콘텐츠 산업의 발전 방향'
토론 첫 번째 주자는 박원우 디턴 대표였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 위기에 처한 방송 매체의 힘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받았다.
박원우 대표는 "방송에 대해 어려움에 처했거나 쇠퇴 중이란 평이 있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과 동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광고시장이 방송콘텐츠를 계속 원하기에, 방송 프로그램이 넷플릭스 같은 다른 영상콘텐츠 속에서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 미래를 점쳤다.
다음 질문은 '방송·영상 산업계가 포스트 넷플릭스 시대에서 주목할 지점은 어디인가'였다. 답변자로는 김대원 카카오 이사가 지목됐다.
김대원 이사는 해당 질문에 'OTT 서비스 산업과 규제'를 중심으로 포괄적인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OTT 서비스는 글로벌 업체와 국내 업체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전쟁터"라며 "국내 업체들의 경우 글로벌 업체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영세한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규제에 대해서는 "규제 제정과 적용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국내 소규모 콘텐츠 업계가 규제를 버티면서 경쟁할 수 있도록, 산업계와 정부처가 함께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숙 한국콘텐츠 진흥원 팀장에게는 '콘진원이 미디어 환경 변화 속 지원과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가'를 물었다.
김희숙 팀장은 "콘진원은 향후 10년을 수요자 중심 콘텐츠 확산에 집중할 생각이다"고 말하며, 고민하고 있는 3가지 정책 요소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전문성·창의력을 갖춘 중견기업 육성과 기반 환경 조성 과제'였다. 두 번째는 '실제 산업현장에서 일할 창작자 외 필요 인력 육성 방법에 대한 모색', 마지막은 '5G 기반 미디어 환경에 맞춘 새로운 뉴콘텐츠 발굴과 콘텐츠 영역 확장, 수요 충족 등에 대한 고려'였다.
이어, 앞선 발제자 2명에게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느낀 변화 혹은 위기'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
먼저 조영신 실장은 컨버전스 TV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컨버전스 TV 이전에는 TV와 디지털 각 분야 맞춤 광고가 따로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TV와 디지털 분야를 따로 나눌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광고 종사자와 콘텐츠 수요자들이 두 분야를 구분하지 않는 만큼, 오래지 않아 TV와 디지털 분야의 통합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황진우 팀장은 앞선 발제를 연장해 '한국 방송산업 글로벌 스탠다드 도약'을 논했다. "한국 콘텐츠는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 가지고 있었던 '표절', '유행 추종' 같은 오명을 거의 씻어냈다"고 평가했다. 단 아직까지 비선진화된 콘텐츠 산업구조와 방송 시스템을 지적하며, 제작 환경과 시스템 역시 글로벌 수준에 맞춰 글로벌 스탠다드화와 국제시장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함을 역설했다.
패널 토론은 '한국 콘텐츠, 방송 산업계가 포스트 넷플릭스 시대 실현을 위해 가져야 할 태도와 조건'에 대해 하나씩 첨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황진우 팀장은 '자신감'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그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도 더 이상 한국 내에만 맞추지 말고, 제작한 콘텐츠를 해외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원 이사는 "방송과 영상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지만, 산업계는 여전히 둘을 나누고 있다. 문제는 이런 구분이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수요자들은 두 개념을 구분하지 않는다. 산업계는 이런 불필요한 구분을 지우고, 수요자와 생긴 괴리를 어떤 방향으로 좁혀나갈지 고민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박원우 대표는 '콘텐츠의 힘'을 키워드로 삼아 "콘텐츠와 제작자 대한 지원과 응원이 콘텐츠 경쟁력을 만든다. 결국 이런 콘텐츠의 힘이 오늘 나온 토론과 발제에 대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희숙 팀장은 "결국 창작자, 제작자에 대한 지원으로 제작된 수준 높은 콘텐츠가 글로벌 스탠다드 도약에 큰 힘을 줄 수 있다"며, 콘진원에서 향후 10년 간 창작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활성화를 위한 고민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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