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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용어, 이젠 우리말로] 강신웅 교수 "한글 전용화는 한자 더 학습해야 더 쉽게 이뤄져"

"순수한 한글전용화(專用化)
과연 가능한가?" 근본의문제기
'한자의 한글화' 해법제시
"한자어, 전통사고와 관습 맞게
한글로 바꾸면, 이상적 한글전용화"

  

[강신웅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중문학)]  오래 전부터 국어 및 국학의 정통성 확립을 위해 한글전용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필자 역시 그 정책이 달성되기를 기대해왔으나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한글전용이라는 것과 한자·한문의 교육은 전혀 그 표적이 다른 별개의 것이다. 고로, 언젠가 우리에게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다 하더라도 한자·한문을 익히지 말자라는 주장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중국이 한자를 줄이고 간소화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도 한자를 배우지말자고 하는 의견들이 있지만 혹여 결과가 그렇게 전개되는 상황이 생긴다할지언정 우리는 결코 한자·한문을 배우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그렇게도 소원해왔던 한글의 전용화는 한자·한문을 더욱 많이 학습함으로써 오히려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한자 기원의 어휘를 「아내무섬장이(恐妻家), 날틀(飛行機), 배움집(學校)」 등의 식으로 고칠 수는 없으며, 또 억지로 그렇게 바꾸지 않아도 한글전용화는 가능할 수 있다. 곧 한자어를 우리의 전통적인 사고(思考)와 관습에 맞게 한글로 바꾸어 쓰면 매우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한글전용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한글전용화에서는 한자를 많이 배우고 연구한 사람들이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욱 빠르게 한글전용화를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글전용화가 된 역사용어나 문학용어를 입에 붙여 읽을 수 있는 이들도 한자를 배우지 않고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한 일일 것이다.
  
한자의 한글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조선후기의 문인(文人)이었던 김려(金鑢)라는 분은 한자와 꼭 같은 한글 한자를 이용하여 다음과 같은 한시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조선조 후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한글식 한자가 국내에서 만들어져 왔으며, 지금도 이곳, 저곳에서 예상보다 많은 한글식 한자가 계속 산생되고 있다. 
  
관련 예를 들어본다.

 

■ 한글의 발음과 꼭 같은 한자
乭 (돌)  乶 (볼)  乷 (살)  巪 (걱)  㫈 (엉)  乽 (잘)  哛 (분)  旕 (엇)  乫 (갈)  乼 (줄)  乺 (솔)  夞 (욋)  旕 (엇)

 

■ 국내에서 만들어진 한글식 한자
畓(답: 논을 뜻함) 㐗(놀: 놀다를 뜻함) 䎛(놈: 놈을 뜻함) 堗(돌: 굴뚝을 뜻함) 㖯(똥: 분(糞)을 뜻함) 㐘(곡식 ‘쌀(米)’을 뜻함) 釗 (쇠: 쇠(鐵)을 뜻함)

 

■ 우리나라에서 일찍부터 상용된 한자식 한글어휘
감기(感氣) 고생(苦生) 복덕방(福德房) 편지(便紙) 사돈(査頓) 식구(食口)

 

상기 관련 한자 및 예문 이 외에도 더 많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앞으로도 더 많은 한글식 한자의 생성은 지속될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의 역사와 국학의 정통성을 계발(啓發)하기 위한 한글전용화 정책은 오히려 한자를 꾸준히 학습하고 연구하여 우리의 전통적인 사고와 언어관습에 걸맞게 한자를 다양한 한글식 한자로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성공하리라고 사료해본다. 

 

# 강신웅(姜信雄) 경상국립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소르본(Sorbonne)대학에서 인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계명대학교·대구대학교 교수를 거쳐 경상국립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로 35년간 강단을 지켰다. 재직 시 전국 국립대학교 강의평가 최우수 교수와 전국 국립대학교 연구업적 최우수 교수로 선정됐다. 경상국립대학교 인문대학장을 역임했으며, 최근까지 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를 지냈다. 특히 국내외 인문학강좌 1000회를 달성하는 등 80세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