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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③] 법령에도 위계질서 존재... '상명하복 예스맨'이 필요하다

[웹이코노미=함광진 행정사] “수평적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프랑스보다 위아래를 구분하는 위계질서가 있는 한국사회가 더 정서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려주거든요” <제21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프랑스 출신 레일라바씨의 수상 소감이다. 최근 여러 기업들이 나이·직급과 같은 위계를 없애면 직원들의 창의성이 높아지고 업무 성과도 좋아진다며 사내 위계질서를 없애고 있다. 이름을 영어로 부르며 상호 존대하거나 나이·직급 관계없이 반말로만 소통하도록 하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위계질서는 우리나라가 가진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뿐 아니라 ‘법령’에도 막강한 위계질서가 있다. 우리나라 최고법인 ‘헌법’을 정점으로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조례’, ‘규칙’ 모두 상호 간 위계가 있다. 법령의 대장은 헌법이다. 헌법은 기본적이고 으뜸가는 법으로서 모든 하위 법령의 내용은 헌법을 위반하면 안된다. 또한 대통령·입법부·행정부·사법부 등 모든 국가기관은 통치권 행사에서 헌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헌법 바로 아래는 법률이다. 법률은 헌법 범위 내에서 만들고 바꾸거나 없앨 수 있다.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헌법 제75조에 규정했듯이 대통령령은 법률의 하위에 있다. 헌법 제95조에서는 ‘국무총리 또는 행정 각부의 장은 소관 사무에 관해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총리령과 부령은 대통령령의 졸병이다. 조례는 상위 법령이나 법률을 따라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22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규칙의 경우 조례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 지방자치법 제23조에서는 ‘법령이나 조례가 위임한 범위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관하여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 체계는 대장인 헌법에서 막내인 규칙까지 체계적이고 막강한 위계를 갖고 있다. 사례를 하나 들어 보자. 우리 헌법 제36조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천명한다. 헌법의 이같은 명령을 받들기 위해 국회는 ‘학교보건법’을 만들며 제15조 제2항에 ‘학생들에 대한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를 위해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를 둔다’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정부는 학교보건법의 하위인 학교보건법 시행령을 만들어 18학급 이상 초등학교에는 보건교사 1명을 반드시 두도록 했지만 18학급 미만 초등학교에는 보건교사를 배치할 수도 있고 안 둘 수도 있도록 했다. 또한 중·고등학교에는 9학급 이상인 학교에만 보건교사 1명을 두도록 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학교보건법 시행령을 따르게 되면 비교적 학급수가 적은 지방 소재 학교의 학생들은 몸이 아프거나 다쳐도 신속히 응급처치를 받을 수 없다. 이는 행정부가 시행령을 만들면서 국회에서 정립한 기준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법령의 본질인 위계를 따르지 않고 행정 편의적이거나 자의적으로 법령을 만들면 결국 그 피해나 불이익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나라의 근간인 법령 관계에서는 위계에 따른 상명하복의 예스맨이 필요하다. 곧 21대 국회가 시작된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의 명령에 부합하는 법률을 만드는지 정부가 그 법률을 잘 따르는지 우리는 두 눈 크게 뜨고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법에 의해 안심하고 생활하며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국회의원과 공무원을 잘 뽑고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함광진 행정사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