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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⑤] ‘드라마 ‘보좌관’에서 이정재가 하지 않은 일

[웹이코노미=함광진 행정사] 지난해 방영한 드라마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서 송희섭(김갑수) 의원은 자신의 권세와 이익만 탐하는 정치인으로 집권정당의 원내대표에 이어 법무부 장관 자리까지 꿰찬다. 송 의원의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은 야망을 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질주하면서도 송 의원의 영달을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해 뒤치다꺼리한다. 이에 반해 강선영(신민아) 의원은 소신과 신념이 강한 정치인이다. 자신의 출생지를 지원할 법안을 만들고 한부모가정지원법안 통과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고석만(임원희)은 늘 강 의원 옆에서 든든한 손발이 되고 온몸을 불사르는 생계형 보좌관이다. 국회의원이 권세를 탐하든 민생을 살피든 그 뒤에는 보좌진들의 힘겨운 노력이 있다. 국회에는 국회의원 300명을 보좌하는 2700명의 보좌진이 있다. 국회의원 1명이 별정직 공무원으로 4급 보좌관(2명), 5급 비서관(2명), 6·7·8·9급 비서, 인턴(각 1명) 등 총 9명의 보좌진을 채용할 수 있다. 이들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보좌를 위해 ‘무한야근’은 기본이고 ‘주말근무’는 일상이다. 여기에 의원들의 ‘사적심부름’ 수행은 물론 상대를 보지도 않고 캐리어를 밀어버리는 ‘노룩패스(No look pass)’를 받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하는 일은 크게 다음과 같다. 법률을 만드는 입법, 나라의 한해 예산을 심의하는 재정,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같이 정부를 견제하는 일반국정, 외교활동 등이다. 이중 입법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본질적인 권한이다. 보좌진이 법률을 만들거나 바꾸려는 내용이 담긴 법률안을 작성하고 국회의원 명의로 발의하면서 입법절차는 시작된다. 지난 제20대 국회(2016~2020)에서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입법) 건수는 총 2만1591건이다. 제19대 국회(2012~2016) 1만5444건 보다 6147건 많다. 지난 3월 7일자 중앙선데이 ‘일 덜 하고 협치 나 몰라라…발의 법안 66% 손도 못 대’ 제하 기사에 따르면 2020년 1월 3일 기준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황주홍(민생당, 696건) 의원이었다. 이어 박광온(더불어민주당, 387건), 이찬열(미래통합당, 323건), 김도읍(미래통합당, 237건), 박정(더불어민주당, 229건) 의원 순이다. 법안 발의 실적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평가시 주요 심사항목이다. 공천심사에도 활용되고 지역구민에게 의정활동을 보고할 때도 자랑거리로 쓰인다. 국회의원이 입법기관으로서 얼마만큼 활발한 입법 활동을 펼쳤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이므로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하기도 한다. 보좌진 업무의 꽃은 입법 지원이다. 국가 정책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국회의원이 어떤 정책을 구상하면 보좌진은 그 정책의 결정이나 시행과 관련해 입법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입법준비에 들어간다. 반대로 보좌진이 아이디어를 낸 뒤 입법안을 만들어 의원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아 입법절차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입법은 어려운 일이다. 아이디어가 실제 입법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해결하려는 사안을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지, 현실성이 있는지, 다른 법률과 충돌하진 않는지, 특정인이나 단체에 피해가 가진 않는지, 정부 입장은 어떤지, 헌법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의원의 의정활동 방향에 맞는지, 당론에 부합하는지 등을 점검한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후 최종적으로 의원의 허락을 받아야만 법안을 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좌진들은 어디서 어떻게 입법 아이디어를 발굴할까. 각자 노하우가 있지만 공통된 부분도 있다.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는 여론과 직결된 사안이기에 입법 필요성이 크다. 지역주민으로부터 청취한 민원의 해결 방안이 입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각종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하는 입법과제를 참고하기도 한다. 전문가 보고서나 논문 같은 학술 자료가 원천이 되기도 한다. 정부 발간 정책자료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확보하는 정부 내부 자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자신의 평소 소신이나 신념도 입법 아이디어가 된다. 필자는 주로 국민 생활 불편을 해소하거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 입법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던 시기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기업 활동에 큰 부담을 준다는 기사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 이에 착안해 정부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해 보니 국세청이 질문·조사권을 근거로 기업이나 특정인을 대상으로 사후검증을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었다. 세무조사에 사후검증까지 기업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이었다. 물론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자나 기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후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세청의 사후검증 남용을 방지하고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입법을 진행했다. 결국 국회와 정부가 9개월간 논의 끝에 다음과 같이 법인세법이 개정됐다. 개정 전 법인세법 제122조에서는 ‘법인세에 관한 사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질문하거나 해당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안은 해당 규정 후단에 ‘이 경우 직무상 필요한 범위 외에 다른 목적 등을 위해 그 권한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는 문구를 추가 삽입했다.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후검증을 하라는 취지다. 이 개정안은 언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어 실제 법률화한 사례다. 보좌진은 국회의원을 도우며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언제나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나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좌진을 적극 활용해 보자. 아무리 문턱 높은 국회라 해도 살려달라고 찾아오는 사람 내쫓을 보좌진은 한 명도 없다. 드라마 제목처럼 보좌진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함광진 행정사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