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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공공기관

LH조직개편 공청회, “모‧자회사 분리는 비효율”우려와 신중론 쏟아져

‘국토부도 비효율 인정’
김형석 토지정책관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 내부도 많이 걱정”
일각에선 ‘보여주기식’ 공청회 비판


[웹이코노미 김영섭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개편 공청회에서 주거복지와 주택·토지 기능을 모‧자회사로 분리한다면, 현 조직체계보다 상당한 비효율이 양산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불이익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 섞인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사실상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자회사로 두는’ 이른바 3안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LH 혁신방안 후속조치에 따른 LH조직개편 공청회는 28일 오후 국토연구원 주관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행위로 국민의 공분을 산 LH의 혁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자산규모 180조원의 거대 공기업이자, 정부 주택공급의 핵심적 역할을 기관에 대한 조직개편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또한 주거복지를 중심으로 개발사업을 통제한다는 정부의 의도대로,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충분한 지배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역시 제기됐다. 

 

조직개편 추진속도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 중인 핵심기능 위주의 LH 조직 슬림화를 완료한 후,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깁갑순 동국대 교수는 “LH의 주된 기능인 공급을 차질없이 추진하려면 조직 슬림화와 기능조정을 동시에 추진하는것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두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면 조직 내부적으로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2·4대책 등 정부정책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 조직슬림화 이후 단계적으로 조직개편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교수 역시 “조직슬림화와 조직개편(안)을 나눠서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조직개편도 단계적으로 주거복지 목표 달성 시점, 지역균형 목표 달성 시점등을 감안해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며 성급한 조직개편안 검토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방안 자체가 조직분리라는 결론을 두고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백인길 교수는 “이번 혁신안에서 중요한 점이 주거복지 부문인데 주거복지만 분리해서 사업을 진행한다고 사업이 원활하게 수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 주거복지 사업을 위해서는 결국 주택 토지 사업이 연결되었기 때문” 이라면서 “조직개편안보다 현재의 LH를 핵심기능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성시경 교수도 “현재 LH사태는 과거에서부터 발생한 문제점이 누적되어온 결과이며 긴호흡으로 차분히 추진하고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윤명 사무총장도 “발등에 불끄는 급한 정책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대표로 참여한 김희준 뉴스1 기자는 “3안을 전제로 공청회가 이뤄지면 안되고 LH투기는 문제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국민들이 이익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며, 사과가 썩었다고 뿌리를 뽑을수는 없다. 조직을 쪼개고 2·4대책을 수행하라는건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다”며 “지방공기업에 LH역할을 맡기는건 최근 김부선 논란처럼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좌장이었던 국토연구원장은 “공기업을 수익성으로 평가하는 기재부의 평가기준 아래에서는 어떻게 조직개편을 해도 수익성 위주로 갈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재정투자 없이 수익성이 높은 공기업을 만들게 되면 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여론에 밀려 성급하게 대안을 마련해 놓고는 ‘보여주기식’ 공청회를 열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왔다.

 

온라인 공청회가 송출된 유튜브 댓글 창에는 “국토부는 3안만 고집하지 말고 국민의 의견이 담긴 제도적 장치를 체계적으로 마련해라”, “일부 직원의 문제로 30년이 넘은 조직의 개편 문제를 불과 몇 개월 만에 결정하냐”는 등의 의견이 달렸다.


이에 대해 국토부 김형석 토지정책관은 “너무 성급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을 내부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당장의 효율성이 조금 떨어져도 신뢰회복이 더 중요하다”며 ‘조직개편안의 비효율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국토부는 내달 중 공청회를 한번 더 마련한다. 이어 당정협의 등을 거쳐 내달 말 최종 정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올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조직개편안이 논의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내달 공청회에서 국토부가 주장하는 1, 2, 3안 대신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7일 LH혁신방안을 내고 토지와 주택 그리고 주거복지 부문을 중심으로 분리하는 세 가지 대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첫 번째(1안)는 토지와 주택ㆍ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2안)는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와 주택을동일한 위계로 수평분리하는 안이다. 세 번째(3안)는 2안과 같이 분리하되,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ㆍ주택을 자회사로 두는 안이다.